핍박받는 자의 기도[시 86장]
[내용개요]
본시편의 저자는 일반적으로 다윗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난 중에 드리는 기도가 본시편의 내용이다. 이렇게 본시의 저자를 다윗으로 보는 것은 본시의 내용 자체가 어떤 개인의 고난에서 비롯된 '호소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고, 시편의 내용과 표현 양식 즉 기도와 찬양과 감사 등이 다윗의 생애를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시에서 다윗은 언제 붙잡혀 죽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자신의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는 동시에 절망적인 상황 가운데서도 소망을 잃지 않는 '하나님 중심주의'의 신앙을 나타낸 것이다. 내용별로 구분하면, 고난 중의 부르짖음(1-7절), 주의 권능 찬양(8-13절), 위협으로부터의 구원 호소(14-17절)로 구분할 수 있다. 다윗의 시편이 고라 자손의 시집(시84-88편) 중에 삽입된 그 이유는 고라 자손의 시도 다윗의 시와 마찬가지로 권위를 가진다는 사실을 묘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강 해]
본시는 내용상으로 볼 때 탄원시입니다. 이 탄원은 앞의 시85편과는 달리 개인적인 호소로 일관되어 있습니다. 본시는 다윗의 기도로서 그가 환난 중에서 절망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을 호소하며 확신하는 많은 탄원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본시에서도 다윗의 일관되게 하나님의 구원을 소망하는 강한 신앙 절개가 힘있게 표출되고 있습니다.
1 . 고난 속에서 드리는 기도
1) 나는 곤고하고 궁핍하오니
시인은 여호와여 나는 곤고하고 궁핍하오니 귀를 기울여 내게 응답하소서라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찾아오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름대로의 방법을 모색합니다. 그러나 환난과 고통 속에서 가장 확실하고 참된 방법은 하나님을 찾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찾는다는 것은 그의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하나님을 찬양하고 의지하며 도움을 구하는 성도들은 하나님이 구원하시고 세세토록 다스리십니다. 다른 어떠한 세력도 해하거나 손대지 못하게 보호하시며, 은혜와 사랑과 평강과 복으로 다스리십니다.
a. 귀를 기울여(시40:17)
b. 나는 곤고하고(시31:2)
2) 나는 경건하오니 구원하소서
시인은 하나님께 나는 경건하오니 내 영혼을 보존하소서 내 주 하나님이여 주를 의지하는 종을 구원해 달라고 간구하였습니다. 시인은 자신을 경건한 자이며 하나님을 의지하는 종이라고 고백하였습니다. 경건하고 거룩한 생활은 승리하는 기도의 뿌리가 됩니다. 생활로는 하나님을 부인하는 사람이 입으로만 그분을 부른다면 그분은 응답하여 주시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말씀을 듣는 자가 의인이 아니라 행하는 자라야 의롭다 하심을 얻습니다(참조, 롬2:13).
a. 주를 의지하는 종(시56:1)
b. 평화의 때(사2:4)
3) 내 영혼을 기쁘게 하소서
사람들은 육체의 보존, 권력의 보존, 명예의 보존, 부의 보존 등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시인은 자신의 영혼에 가치를 두고 그것을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였습니다. 영혼 보존을 위해 간구한 시인은 주여 내 영혼이 주를 우러러보오니 내 영혼을 기쁘게 해 달라고 기도 드렸습니다. 인간의 영혼을 기쁘게 하실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밖에 없습니다. 우주 만물을 만드신 자가 그것을 주관하고 계시듯 인생의 영혼을 부여하신 자가 그것을 다스리심도 당연합니다. 영혼의 기쁨은 하나님 안에서 얻게 됩니다. 그것은 구원받음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a. 내 영혼이 주를 보오니(시130:4-5)
b. 오직 하나님만이(사37:16)
2. 능력의 하나님
1) 주께서 내게 응답하시리이다
성도들에게 기도란 하나님과의 교제의 시간이요 다른 사람들은 누리지 못하는 엄청난 특권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그를 찾고 부르짖는 인생들에게 성실하셔서 그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시고 응답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도가 하나님의 뜻에 합당치 않은 정욕과 개인의 유익으로 변질되어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하나님이 응답하지 않으신다고 불평과 비난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그의 미련을 입증함이요 하나님이 예비하신 선하고 아름다운 응답들을 영영히 상실하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기도를 드리기에 힘써야 합니다.
a. 주께서 응답하심(시17:6)
b. 기도 응답의 약속(시91:15)
2) 여호와만이 하나님이심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신이 숭배되며 사람들은 여러 신들을 자신의 취향에 따라 믿습니다. 하나님을 여러 신중의 한 분으로 보는 것은 무지하고 어리석은 일입니다. 나와 함께하는 신이 없도다(참조, 신32:39)라는 구절이 보여 주듯이 하나님께서는 유일 무이하신 분입니다. 천지 만물을 창조하실 때에도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창조하셨으며 인간의 구원 역사 또한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완성하셨습니다. 여호와만이 하나님이십니다.
·만주의 주(신10:17)
3) 주의 도로 가르치소서
시인은 주의 도를 가르쳐 달라고 한 후 그렇게 되면 자신은 그 진리 안에서 걸어가겠다고 기도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지혜 있다고 자랑하지만 그들이 소유한 지혜와 지식은 하나님과 그의 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가르침이 없으면 주의 도 즉 하나님의 뜻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시인은 주의 도를 가르쳐 달라고 기도 드린 것입니다.
a. 진리에 행하오리니(시26:3)
b. 일심으로 경외하게(렘32:39)
3. 하나님께 찬양과 표징
1) 온 마음을 바쳐서 할 일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대상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유형과 무형의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시인은 마음을 다하여서 주를 찬송하고 영영토록 주의 이름에 영광 돌리기를 원했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 그의 영혼을 깊은 음부에서 건져 주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택하심을 받은 우리는 그분을 찬송하고 그의 이름에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a. 찬양으로 감사를(시9:11)
b. 영광을 돌려라(시22:23)
2) 하나님의 속성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입술로는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그가 왜 하나님을 사랑하고 찬양하는가를 모른 채 자기 감정이나 분위기에 편승한 찬양을 드리기도 합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자는 찬양의 근거와 이유에 대해서 바로 깨달아야 합니다. 시인은 하나님의 거룩한 속성들을 찬양한 후에 어려움에 처한 자신을 불쌍히 여기어 구원해 달라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은 긍휼이 풍성하시며, 은혜를 베푸시며, 노하기를 더디 하시는 분이시며, 인자와 진실이 풍성하신 분이십니다. 이러한 하나님을 알았기에 시인은 자신이 당면한 극심한 환난 속에서도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분께 계속 기도를 드린 것입니다.
a. 악의 범람(창6:13)
b. 주를 높이고 찬송함(사25:1)
3) 은총의 표징을 보이소서
하나님을 섬기는 백성들이 때때로 봉착하는 문제 중의 하나는 하나님이 다른 이들의 하나님으로 개인이 속한 단체의 하나님으로까지는 받아들여지지만 자기의 하나님으로 다가오지 않다는 것입니다. 시인은 하나님께 자기에게 은총의 표징을 보여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시인이 구한 은총의 표징은 자신만이 알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신뢰나 확신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표징입니다. 그는 이 표징을 원수들이 보고 부러워할 수 있도록 하기 원했습니다.
a. 보증의 표적(창9:12)
b. 표징(삿6:17)
결론
우리는 이 세상에서 상선 벌악이 그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을 불의한 하나님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세가 하나님의 마지막 심판 마당은 아닙니다. 고로 우리는 인내하며 마지막 결말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핍박을 받을 때 구원자 되신 하나님께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단어해설]
1절. 곤고하고. 강포한 자에 의해 억압받고 고통받는 상태를 가리킨다.
2절. 경건하오니.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말한다.
3절. 주. 원어<yn:doa}:아도나이>는 일반적으로 노예가 주인을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이며 성경에서 하나님을 부를 때도 사용된다.
4절. 우러러보오니. 급박한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뜻한다.
5절. 사유하기를.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심을 의미한다.
6절. 기울이시고.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을 간구하는 표현이다.
8절. 신들. 이방인들이 섬기는 우상들을 가리킨다.
9절. 지으신 모든 열방. 세상의 모든 권세가 하나님께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
11절. 경외. 원어<arEy::야레>는 거룩한 존재의 위엄과 권능 앞에서 두려워하며 경배하는 것을 말한다.
13절. 음부. 죽은 뒤에 가는 세계 또는 재앙으로 인해 처한 절망적인 상황을 가리킨다.
14절. 강포한자. 맹수와 같이 사납게 달려들어 폭력으로 위협하는 자를 말한다.
16절. 돌이키사. 적대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상호 우호적인 관계가 되는 것을 말한다.
17절. 은총의 표징. 고난에 빠진 자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직접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신학주제]
교차 대구법(CHIASTIC PARALLELISM).
교차 대구법이란 시편의 시들 중에 나타나는 시의 내용상의 구조를 말하는 것으로, 시의 중심적인 사상이나 주제를 중심으로 앞뒤가 서로 대칭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특별히 이러한 구조로 되어 있는 시들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보다 강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강한 간구의 기도에 관련된 내용이 많다. 시86편도 이러한 구조로 기록된 시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시인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종이라고 고백하고 있다(1-4절). 이러한 겸손이야말로 구원의 요청을 가능케 하는 믿음의 태도인 것이다. 다음으로 구원을 위하여 간구하는 자라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의 인자하심에 호소한다(5-6절). 그리고 자신이 지금 환난 속에 있음을 호소한다(7절). 또한 자기 백성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인해 모든 열방이 하나님의 이름을 영화롭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8-10절). 여기서 시인은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나님의 이름에 경외를 돌리고 있다(11절). 이 부분을 중심으로 다시 앞부분과 대구를 이루며 시인은 자신이 주의 인자를 인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영화롭게 할 것이며(12-13절), 환난 날에 악인들이 자신을 치고 있음을 호소한다(14절). 그리고 하나님의 인자하심에 구원을 호소하며(15절) 자신을 주의 종으로 고백하며 오직 그의 구원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16-17절). 특별히 시인은 '하나님의 자비'에 대한 기원과 '하나님께 대한 고백'의 두 측면을 이러한 방식으로 적절하게 배열하고 있다. 시인은 앞뒤로 종으로서 주인이신 하나님께 '능력'을 구하고 있는데, 여기서 시인이 요구하고 있는 하나님의 능력은 어떤 기적적인 사실로 나타나는 외부적 증거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여전히 자신을 보호하고 계시며 지켜 주실 것이라는 은혜의 증거를 의미하는 것이다.
[영적교훈]
다윗은 '환난 날에 내가 주께 부르짖으리니 주께서 내게 응답하실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너를 건지리니'(시50:15). 환난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것이고 누구나 다 환난이 닥치면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것이 모든 인간의 약점이라고 한다면, 성도들은 특별히 그러한 약점 때문에 쓰러지거나 좌절해서는 안된다. 왜냐 하면 환난 그 자체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고, 또한 하나님께서는 항상 환난 때 피난처가 되어 주시기 때문이다. 환난 앞에 무기력한 그리스도인은 참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난 날에 더욱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었던 다윗의 모습을 통해, 능력 있는 성도의 자세가 무엇인지 본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