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2부 18 - John Bunyan 그의 머리 위에서는 천국의 왕관을 손에 든 사람이 그에게 쇠스랑 대신 왕관을 받으라고 타이르고 있었으나, 그는 들은 척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마룻바닥 위의 짚더미와 작은 나무토막과 먼지들만 쇠스랑으로 긁어모으고 있었다. 크리스티아나가 입을 열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어느 정도 알겠습니다. 저 사람은 이 세상 인간의 모습이죠, 안 그렇습니까, 선생님?" 통역관 : 바로 말씀하셨습니다. 그가 들고 있는 쇠스랑은 그의 육체적인 욕망을 뜻합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천국의 왕관을 받으라는 권유에는 들은 척도 않고 짚이나 나무토막, 먼지 같은 것들만 긁어모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면, 저와 같이 어떤 자들에게는 하늘나라가 한 우화에 불과하고 지금 여기 존재하는 것이 유일한 실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오. 또한 저 사람이 아래쪽만 내려다보고 다른 곳은 쳐다볼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은 세상물질에 온 마음을 쏟으면 그 물질은 사람의 마음을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뜻이지요. 크리스티아나가 말했다. "오, 이 쇠스랑으로부터 저를 구원하소서!" 통역관이 대답했다. "그런 기도는 드리는 사람이 없어서 녹이 슬 지경이라오. '나를 부유하게 마소서.'라고 기도하는 사람은 만 명 중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하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값진 것이라 생각하여 찾고 구하는 것은 단지 짚이나 나뭇조각, 먼지 따위뿐이라오.' 그 말을 듣고 자비심과 크리스티아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프게도 그것이 사실입니다." 그들에게 이런 것들을 보여주고 나서 통역관은 그들을 그 집에서 가장 훌륭한 방으로 안내했다. 그 방은 아주 호화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방안으로 들어가자 통역관은 그들에게 방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교훈이 될 만한 것들이 있나 찾아보라고 말했다. 그들은 살펴보고 또 살펴보았으나 한 마리의 커다란 거미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 거미마저 간과해 버렸던 것이다. 그때 자비심이 말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선생님." 그러나 크리스티아나는 아무 말이 없었다. 통역관 : 다시 살펴보시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살펴보고는 말했다. "벽에 매달려 있는 흉측한 거미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자 통역관이 말했다. "이 넓은 방에 거미 한 마리밖에는 아무것도 없단 말입니까?" 그때 크리스티아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이해력이 빠른 여인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선생님, 이 방안에는 한 마리 거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 거미가 내뿜는 것보다 훨씬 더 해로운 독을 품고 있는 거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자 통역관이 기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옳게 말씀하셨소." 이 말을 듣자 자비심은 얼굴이 붉어졌고, 아이들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들도 결국 그 수수께끼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통역관이 다시 말했다. "보시다시피 손에 줄을 잡고 다니는 거미조차 왕의 궁전에서 살고 있소. 이와 같은 말씀이 기록돼 있는 것은, 인간이 아무리 죄악이라는 독을 가득 품고 있어도 손에 믿음을 잡고 있기만 하면 하늘나라 궁전의 가장 훌륭한 방에까지도 들어와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이오." 크리스티아나가 말했다. "그런 비슷한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까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는 우리가 거미 같다는 생각, 그리고 아무리 화려한 방 속에서 산다 하더라도 흉측한 짐승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 거미를 보고, 저 독이 많고 흉측하게 생긴 벌레를 보고 믿음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배우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거미는 여전히 손으로 줄을 잡고 이 집의 훌륭한 방에서 살고 있군요. 하나님은 아무 것도 헛되게 만들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들은 모두 기쁜 표정이었다. 그러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들은 서로 마주보다가 일제히 통역관에게 절을 했다. 나는 꿈속에서 그들이 ‘위대한 마음’을 앞세우고 그 뒤를 따라 계속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그들은 크리스찬이 지고 있던 짐이 저절로 벗겨져 무덤 속으로 굴러들어갔던 바로 그 장소에 다다랐다. 거기에서 그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쉬면서 하나님을 찬양했다. 크리스티아나가 말했다. "좁은 문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르는군요. 즉 우리는 말과 행위로써 용서를 받아야 하는데 말로 받는다는 것은 약속에 의해 받는 것이고, 행위로 받는다는 것은 그 용서가 성취된 방법에 의한다는 말이었지요. 약속으로 용서받는다는 뜻은 언뜻 짐작이 가는데 행위에 의해 용서받는다는 것은, 즉 용서가 성취된 방법에 의해서 용서받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위대한 마음’ 씨, 당신은 알고 계시겠지요? 그 점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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