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창/- 천로역정

천로역정 2부 16 - John Bunyan

에반젤(복음) 2021. 6. 12. 14:23

천로역정 2부 16 - John Bunyan 그런데 그들은 떠나온 문으로부터 아직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므로 그들의 비명소리가 그곳에까지 들렸다. 그리하여 그 집에서 몇 사람이 뛰쳐나오더니 소리 지르는 여자가 크리스티아나라는 것을 알고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서둘러 달려왔다. 그들이 달려와 보니 여인들은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치고 있었고 아이들은 그 곁에서 울고 있었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온 사람이 악한들에게 큰 소리로 꾸짖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우리 주님의 백성들을 너희들이 감히 욕보이겠다는 거냐?" 그러면서 그가 두 악한을 잡으려 하자 그 들은 크고 사나운 개가 있는 자의 정원 안으로 담을 넘어 도망쳤다. 그리하여 두 악한은 개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그들을 구조해 준 사람이 두 여자에게 다가와 어떻게 된 사연인지를 물었다. 여인들이 대답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저 약간 놀랐을 뿐입니다.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당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몇 마디 말을 더 듣고 난 후 구조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들이 저기 저 문에 들어왔을 때 연약한 아녀자의 몸으로 어째서 주님께 안내자를 딸려 보내 달라고 간청드리지 않는지 이상스럽게 여겼소. 그랬으면 주께서 기꺼이 허락하셨을 게고, 따라서 이런 고난은 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크리스티아나가 말했다. "우리는 그 당장의 복에 너무 취해 있어서 앞으로 닥쳐올 위험 같은 건 생각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왕궁에서 가까운 곳에 그런 악한들이 숨어 있을 줄 상상도 못했어요. 우리가 안내자를 요청했더라면 모든 것이 잘됐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안내자가 있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걸 잘 아시면서 왜 우리에게 안내자를 딸려 보내지 않으셨을까요?" 구조자 : 청하지 않은 것을 언제나 줄 필요는 없지요. 그렇게 되면 받은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어떤 물건이 필요하던 차에 그것을 구하다가 얻게 되면 그는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유효적절하게 사용할 것이오. 만일 우리 주님께서 자진하여 당신들에게 안내자를 딸려 보내셨더라면, 미리 요청하지 못한 실책을 지금처럼 절실히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오. 그러므로 모든 일은 다 유리하게 진행되는 거지요. 결국 당신들은 이 일을 교훈으로 좀 더 신중하게 됐으니까 말입니다. 크리스티아나 : 우리가 다시 주님께 돌아가 우리의 어리석었음을 고백하고 안내자를 한 분 요청하면 어떨까요? 구조자 : 당신들이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는 그 고백을 내가 주님께 전해 드리겠소. 그러나 다시 돌아갈 필요는 없어요. 앞으론 당신들이 어느 곳을 가든지 당신들은 아무 것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오. 순례자들을 위해서 주께서 마련하신 숙소마다 그 어떤 방해물로부터도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온갖 장비가 다 갖추어져 있으니까요. 그러나 방금 전에 말한 대로 그분은 요청하는 자에게만 제공하실 것이오. 이 말을 마치고 그는 자기 처소로 돌아갔고, 순례자들은 그들의 여행을 계속했다. 자비심이 말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군요. 좁은 문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모든 위험이 다 사라지고 다시는 고통을 당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요." "당신이야말로 천진난만하군요." 크리스티아나가 자비심에게 말했다. "당신은 그래도 변명할 것이 많이 있겠지만 나는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질렀어요. 나는 문밖에 나서기 전부터 이런 위험이 있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대책도 세우지 않고 그냥 떠났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훨씬 더 책망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자 자비심이 말했다. "그런데 집을 떠나기 전에 이런 일이 있을 줄 어떻게 아셨죠? 제발, 그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말해 주세요." 크리스티아나 : 말씀드리지요. 집을 떠나기 전 어느 날 밤에 나는 지금 당한 일을 꿈에서 당했답니다. 지금 만난 자들과 같이 생긴 두 사나이가 내 침대 곁에 서서 어떻게 하면 나의 구원을 방해할 수 있을까 상의하는 것 같았어요. 그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이 여자가 자나 깨나 용서해 달라고 부르짖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렇게 괴로워하게 내버려두었다가는 이 여자의 남편을 잃어버렸던 것처럼 이 여자 또한 잃겠는 걸?" 그때 나는 한참 괴로워하고 있었거든요. 이런 꿈을 꾸고서도 조심을 하지 않았고, 또 준비를 했어야 하는 곳에서 그냥 지나쳤으니 이게 무슨 꼴입니까? 자비심이 말했다. "결국, 이번에 저지른 소홀한 실책이 우리 자신의 불완전함을 깨닫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 됐군요. 이 일을 계기로 주님께서는 그의 은총이 얼마나 풍성한가를 보여주셨어요. 우리가 겪었다시피 그분은 요청받지도 않은 친절로 우리를 따라오시다가 다만 자신의 뜻을 기쁘게 이루기 위해 우리보다 강한 자들의 손으로부터 우리를 구해 주셨으니까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동안 걷던 그들은 길가에 서 있는 어떤 집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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