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창/- 천로역정

천로역정 2부 20 - John Bunyan

에반젤(복음) 2021. 6. 12. 14:30

천로역정 2부 20 - John Bunyan 크리스티아나 : 훌륭한 말씀입니다. 말씀과 행위로 죄의 사함을 받았다는 말에 이제 조금 깨닫게 됐습니다. 착한 자비심이여, 우리 이 뜻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도록 노력합시다. 그리고 얘들아, 너희들도 이 뜻을 명심하도록 해라. 그런데 선생님, 제 남편이 등의 짐이 벗겨져 세 번이나 기쁨에 넘쳐 뛰었던 것도 바로 이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위대한 마음 : 그렇습니다. 다른 어떤 수단으로도 끊을 수 없던 그 줄을 끊은 것은 바로 그 사실에 대한 믿음이었지요. 당신의 남편이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짐을 진 채 고통을 겪어야 했던 것은 그 가치를 스스로 체득케 함이었습니다. 크리스티아나 :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전에도 즐겁고 기뻤던 적은 있었지만 지금만큼 기쁘고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별로 느껴보지 못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진 자라도 이곳에 와서 내가 본 것을 보고 믿기만 한다면 그의 마음은 틀림없이 더욱 즐겁고 활기에 넘치게 될 것입니다. 위대한 마음 : 이러한 것들을 보고 생각해 봄으로써 우리는 위안을 얻고 짐을 벗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소중한 애정이 솟아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죄를 사해 주는 것이 약속 만으로가 아니라 앞에서 말한 대로 그런 일들로 인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그 누가 피 흘리심으로 속죄해 주신 그분을 경애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크리스티아나 : 옳은 말씀입니다. 주님께서 저를 위해 피를 흘리셨다는 것을 생각하면 제 가슴에서도 피가 흐르는 것 같습니다. 오, 사랑하는 주님! 오 축복받으신 주님! 당신께서는 저를 소유할 권리가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제가 가치 있는 것보다 만 배도 더 되는 값을 치르고 저를 사셨습니다. 주님의 그 모든 행위가 제 남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하고 동시에 어려운 길을 서둘러가게 한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 없사옵니다. 그가 그토록 함께 떠나자 했건만 저는 끝내 천박한 존재가 되어 그를 홀로 떠나보내고 말았던 것입니다. 오, 자비심이여! 당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여기 함께 계신다면! 그리고 겁쟁이 부인도. 내가 진심으로 바라건대 마담 ‘음탕함’도 여기 함께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분명히 그들의 마음도 감동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랬더라면 아무리 겁이 많더라도, 아무리 강력한 욕망이 살아난다 하더라도 그들은 순례자의 길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위대한 마음 : 지금 당신은 뜨거운 감동 때문에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런 감동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그런 감동은 모든 사람에게 다 통하는 것도 아니고, 또 예수께서 피를 흘리시는 것을 본 사람이라고 다 겪는 것도 아닙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을 때 곁에 서서 그분의 가슴에서 피가 솟아 땅으로 흐르는 것을 보고도 애통해 하기는커녕 그를 비웃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그의 제자가 되기는커녕 그분을 부인하는 마음을 더욱 단단히 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들이 특별히 이런 감동을 느끼는 것은 내가 말한 모든 것을 머릿속에 남아 있도록 만들어주는 신성한 신의 섭리에 의한 것입니다. 어미 닭이 보통 소리로 꼬꼬꼬 부르는 것은 병아리들에게 모이를 주려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시오. 지금 당신들은 특별한 은총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꿈속에서 그들이 계속 걸어서 마침내 크리스찬이 순례의 길을 가다가 바보, 게으름뱅이 그리고 철면피가 잠들어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한 바로 그 장소에 도착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세 사람은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철사로 목매달려 있었다. 자비심이 안내자에게 말했다. "저 세 사람은 누구죠? 왜 저렇게 목매달려 있습니까?" 위대한 마음 : 저 세 사람은 원래 성질이 아주 나쁜 사람들이었지요. 그들은 순례자가 될 마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만나는 사람마다 순례자가 되지 못하게 훼방을 놓았습니다. 그들은 게으르고 어리석었으며 남들까지 그렇게 만들려고 애를 썼고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고 가르치기까지 했지요. 크리스찬이 이곳을 지나갈 때는 잠들어 있었는데 지금은 저렇게 목매달려 있군요. 자비심 : 그래, 저 사람들의 꾐에 넘어간 사람이 있었나요? 위대한 마음 : 물론이지요. 그들은 적지 않은 사람들을 바른길로부터 벗어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설득하여 자기들과 같은 행동을 하게 만든 사람 가운데는 '느림보'라는 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헐떡거림'이라는 사람, '마음이 없음(No-heart)', ' 호색한(Linger-after-lust)', '멍청이', '굼벵이'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 여자 등이 그의 꾐에 넘어갔지요. 게다가 그들은 당신들의 주님에 대해 악선전을 하면서, 그가 일꾼을 혹사하는 현장 감독이라고 떠들어댔습니다. 거룩한 땅에 대해서도 그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만큼 그렇게 좋은 곳은 결코 아니라고 악평을 일삼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주님의 사도들을 중상 모략하여 사도들 중에서 훌륭한 이들을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귀찮은 존재들이라고 규정하기도 했지요. 그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빵을 껍데기라 부르고, 하나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안락을 환상에 불과하다고 했으며, 그리고 순례자들의 노력과 순례 그 자체를 아무 목적도 없는 헛된 일이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크리스티아나 : 그랬었군요. 그들이 그런 자들이라면 저렇게 비참하게 죽은 것에 대해 조금도 불쌍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겠군요. 그들은 당연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들의 시체를 이처럼 길가에 매달아놓아 다른 사람들이 보고 경고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이 아주 못된 짓을 하던 장소에 그들의 죄상을 기록한 철판이나 동판을 새겨 두어 다른 악한 놈들에게 경고하는 것이 되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습니다. 위대한 마음 : 물론 그런 게 세워져 있지요. 좀 더 담 쪽으로 가까이 가면 잘 보일 겁니다. 자비심 : 아니, 차라리 그들을 저렇게 매달려 있게 하고 그 이름은 썩게 하며 그들의 죄상은 영원히 살아 있게 하여 그들을 괴롭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여기에 도착하기 전에 저놈들이 목 매달린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안 그랬으면 우리같이 연약한 여자들에게 어떤 몹쓸 짓을 했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노래를 불렀다. <거기 그렇게 목매달려 있는 세 사람, 당신들은 진리를 거역하는 인간들에게 경고해 주는 본보기로다. 우리 뒤에 따라오는 자 중에 순례자의 벗이 되지 않는 자는 이처럼 될 것을 두려워하라. 그리고 그대 나의 영혼아, 마음속 깊이 새겨 조심하여라. 거룩하고 신성한 주님을 거역하는 자들은 모두 저런 모습이 되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