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설교로 부흥하는 교회, 도대체 뭐가 있길래
[인터뷰]남포교회 박영선 목사의 목회 세계를 만나다
- ▲남포교회 박영선 목사 ⓒ 고준호 기자
항상 그의 설교 제목은 ‘몇 장 몇 절부터 몇 절까지’다. 지루할 것만 같은 강해설교만을 주욱 늘어놓는다. 그나마 제목이 바뀔 때는 절기설교를 할 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의 설교는 인기다. 남포교회 박영선 목사는 성경 본문을 분석하는 뛰어난 통찰력과 하나님의 주권 선포, 모든 사람들을 쉽게 공감시키는 빼어난 전달 능력으로 한국교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설교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교회의 침체기라 불리는 1990년대에도 남포교회는 설교 운동을 통해 부흥을 체험했다. 박 목사를 만나 그의 설교 세계를 들어 보았다.
-성경본문의 깊이있는 해석과 새로운 접근 등으로 한국교회 설교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설교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설교를 잘한다는 말은 매우 애매한 말이다. 설교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로 구원의 완성을 이루시려고 세운 지팡이다. 이를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이 모세의 지팡이다. 모세는 지팡이로 홍해를 가른다. 하지만 모세나 막대기가 홍해를 가르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홍해를 가르시며, 모세가 하나님의 막대기가 되는 것이다. 설교란 하나님의 손에 붙잡힌 막대기다. 하나님께서 교회 안에서 역사하시는 손이다. 하나님의 임재이며, 간섭이다.
한국교회 1백년의 역사 중 반은 핍박기였다. 핍박기엔 신학이 발전하기 어렵다. 생명만을 지키기에도 몹시 버거웠다. 하지만 핍박기 이후 평화기가 다가오자 신학의 공백 상태가 나타났다. 아무도 오늘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교회가 핍박기의 신앙 영웅들을 불러내어 그 감격과 감동에 젖어 있었다. 그 때 나는 교회가 ‘핍박기 이후의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에 답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밀림의 숲을 뚫고 나가듯 성경 모두를 추적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바로 강해설교였다. 보통 강해설교라 하면 한 구절 한 구절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진정한 강해설교는 본문의 내용이 가진 역사적 상황과 배경을 설명하고 성경 저자의 입장을 생생하게 재현시켜 우리의 상황에 끼워 넣는 것이다. 이러한 설교만을 했는데, 설교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성도들에게 설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설교하기 위해서는 신학적 지식과 배경, 그리고 삶의 실존적인 정직한 체험이 있어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통과 슬픔, 고민과 갈등 등 삶의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은 다른 사람의 내면, 인간의 실존적 고민과 갈등을 이해하게 한다. 인간의 물음이 무엇인지 알아야 성경에서 답을 찾아 줄 수 있다. 삶의 경험이 없이는 교인들의 내면과 고민을 읽어낼 수 없고 답을 말해줄 수 없다. 혹여 성경적 지식을 통해 정답을 말해줄 수도 있겠지만, 실제적인 답을 주지 못한다. 즉, 영혼에 닿는 깊은 말을 해줄 수가 없다.
나는 신학적 연구와 함께 나 자신의 삶에서 겪는 갈등과 고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삶에 관한 실존적, 내면적 성찰과 신앙적 사색이 필요하다. 삶의 여러 정황들에 관한 치열한 고민과 성찰은 보다 깊고 생명력 있는 설교를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신학과 목회현장 사이의 괴리감은 매우 심각하다. 신학교에서 배운 신학을 목회현장에 적용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신학은 신앙의 내용을 지성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지성적으로 정리한다는 뜻은 신앙을 그저 지성 안에 구겨 넣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고백을 개인과 인생, 이웃과 사회, 역사에 연결하고 접목시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괴리감이란 있을 수 없다. 신학교에서 배운 2천여 년의 교회 역사 속에는 신앙인들의 존재와 삶이 녹아져 있다.
신학과 목회 사이의 괴리가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특별한 은사를 가진 분들 때문이다. 치유의 은사를 가진 분들이라든지, 이런 분들은 신학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똑같은 설교를 하는데, 교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분들이 있다. 일명 카리스마가 넘치시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로 인해 신학무용론이 불거져 나오기도 한다. 또한 한국교회의 성공일변도 분위기가 신학과의 거리를 더욱 벌여놓고 있다.”
-남포교회는 교회성장보다 교인의 신앙적 성숙에 초점을 맞추는, 성화를 강조하는 교회로 유명하다.
“나의 목회관은 분명히 교회의 외형적 구조의 발전이 아닌 교인들의 내면적 성숙에 초점이 맞춰 있다. 교회가 발전한다는 말처럼 애매한 말은 없다. 교회가 발전한다는 척도로 말할 수 있는 것은 교인들의 신앙이 성숙해 나간다는 점이다. 교회의 사명은 교인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통해 행하시려는 일은 그 교회를 통한 일련의 사업들이 아니라, 그 교회로 자기 백성들을 부르시는 것이다. 즉, 교회를 통한 업적이 아니라 교회에 근거한 당신의 백성됨이라는 뜻이다.
남포교회는 전도와 선교에 대한 열심 이전에 일상생활에 투영되는 교인들의 인격적 성숙을 강조한다. 전도나 선교가 전통적으로 교회의 중요한 사명임에는 틀림없지만, 온 교회의 에너지를 집약시킬 만큼 유별나게 강조하지 않는다.
교회가 전도를 강조하면, 주를 사랑하고 죄인을 불쌍히 여기는 하나님의 마음에 동참하기보다는 누가 더 많이 불러 왔느냐가 중요해진다. 교회가 선교사를 1백명 보내기로 작정했으면, 선교사를 1백명 보내는 열심, 주의 기뻐하시는 일에 동참하려는 마음이 더 커져야 한다. 그런데 1백명의 선교사를 파송할 돈을 가진 교회가 되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
-한국교회의 물량주의화, 기복주의 신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보통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날 때 현실적인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정신적, 영적인 위기상황보다는 물질이나 건강 등과 같은 실존의 위기상황이다. 거기서부터 위기를 느끼고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을 만난다. 이런 면에서 기복주의 신앙은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후 단순히 복을 비는 신앙에 그치지 말고 신앙이 삶으로까지 표현되는 성숙한 신앙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진정한 복음의 축복은 ‘십자가를 바라보는 희생’이다. 주의 이름을 위하여 멸시당하고 핍박당하며, 주를 따르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자기를 부인하는 것, 이것이 하늘나라의 보물이고 복이다. 복을 너무 세상적으로 이해하지 마라. 아프지 않고 좌절이 없고 실패가 없고 돈이 필요한 대로 다 있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이러한 것이 복인 줄 알고 있다. 그것은 절대 오해다. 성경의 복은 하나님께서 그의 존재와 삶에 간섭하셔서 당신의 자녀로 삼는 것이다.
신자에게 왜 이토록 감사가 없고 자랑이 없고 승리가 없느냐? 그건 신앙적인 싸움을 제대로 하지 않고 세상적인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세상의 헛된 것을 구하며, 세상에 있는 썩어질 영광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세상의 명예, 세상의 박수, 세상에 있는 물질, 세상의 영광을 구하는 것을 기도함으로써 신앙적 싸움을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 싸움을 하고 세상 목표를 향해 하나님을 동원하는 것은 언제나 실패일 뿐이다.”
-평양대부흥 1백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교회 갱신에 대한 요청이 높다. 한국교회의 갱신과 개혁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하나.
갱신과 개혁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단 시간 내에 이룰 문제가 아니다. 평양대부흥 1백주년을 맞아 많은 집회를 개최하고 진행하는 것보다 한국교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파악하고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그 가운데 여러 과정과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하나님 일하시는 방법에 대해 깨우쳐야 한다. 또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후손들을 키워내야 한다. 공들여 키운 후손들이 자라 있을 때는 한국교회는 훨씬 나아져 있을 것이다.”
김근혜 기자 khkim@ch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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