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3장, ‘위에 있는 권세들’
로마서 13장 1-7절의 해석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 언론사에서도, 학생들도 질문한다. 무슨 의미인가? 이렇게 풀어볼 수 있다.
1. 세상 국가의 ‘권세’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다. 이것이 1-2절의 논지의 배경이다. 그것이 선하든지, 설령 악하든지, 그 권력이 서는 과정이 어떠하든지, 최종적으로는 하나님께서 섭리 안에서 허락하신 권력이다.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2. 그리고 본문은, ‘권세를 거스리는 자’(2절)에게 경고하고 권면한다. 특히, 아마도 저들은 ‘세금을 내지 말자’(6-7절)라고 선동했던 자들인지도 모른다. 그 이유가, 임박한 종말론에 관한 것이든 혹은 로마제국에 저항하는 민족주의적인 것이었든, 이 말씀의 배경은, 자신들이 선택받은, 영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세속적 권력의 통치를 무시해도 좋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 초점이다.
3. 교회의 하나님은 세상도 통치하시는 ‘절대 주권자’이시기 때문이다. 다만, 교회는 특별은총을 중심으로 통치하고, 세상은 일반은총을 중심으로 통치하신다. 특히, 정부권력을 통해서 ‘정의’를 지키게 하시고(3-4절),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양심’을 통해서(5절), 세상의 ‘악’(evil)을 제한(制限)하시는 은총을 베푸신다. 그것이 세상 권세자들을 세우신 이유이다.
4. 바로 이런 목적 때문에 세상의 ‘권세자들’은 선을 장려하고 악을 징벌하는 정의를 행하는 방식으로, 그들이 받은 권세를 행사하여야 한다. 그것은 세상 사람의 ‘양심’으로도 알 수 있고, 인정받으며 칭송받을 수 있다. 교회도 이런 법에 결코 ‘초월’해 있지 않다. 지키고 따라야 한다. 그것이 세상 권세자들을 통해 세상을 통치하시는 주를 두려워하는 바른 신앙이다.
5. 하지만 본문에서,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1절)는 명령은, 이 권세들이 ‘선을 장려하고 악을 징벌하는’ 양심의 기준에서도 ‘순기능’을 하는 경우를 전제하고 권하는 말씀임을 알 수 있다.
6. 그렇다면, ‘위에 있는 권세들’이 악을 장려하고, 선을 파괴하는, ‘역기능’을 행사할 때는 어떻게 하는가? 본문은 여기에 직접적으로 답하지 않고 있다. 다만 세상 권세자들에 대한 복종을 권면하는 것은, 저들이 선을 행하고 악을 징벌하는 ‘순기능을 요구할 때’라는 조건이 전제되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세속 권세자들을 세우신 하나님의 ‘선하신’ 성품과 그 의도에 잘 부합한다.
7. 또 한 가지, 해석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차원이 있다. 그것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이다. 즉, ‘오늘날과 같은 현대사회에서,’ 위에 있는 권세자들은 누구이며, 그들이 선을 권하고 악을 징벌할 때 순복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만일, 그들이 악을 행하고 선을 파괴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8. 우선 이런 적용을 하려면, 본문이 전해진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는 사실을 고려해야만 한다. 본문이 기록된 시대는, 로마의 ‘군주제’가 시행되던 때이고, 이 말씀을 받는 우리는 ‘민주공화제’가 시행되는 나라에 산다는 차이이다.
9. 무슨 차이가 있는가? 1절에서 ‘위에 있는 권세들’은 당대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면, ‘황제와 그 관원들’이다. 그렇다면, 오늘날과 같은 ‘민주공화국’에서 ‘위에 있는 권세들’은 누구인가? 대통령과 정부 관리들인가?
10. 일차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로마와 같은 군주제에서, ‘위에 있는 권세’나 ‘하나님께로부터 난 권세’는 황제, 군주 자신이다. 왕이 곧 법이다. 하지만, 오늘 날과 같은 ‘민주공화국’의 시대에 ‘위에 있는 권세’나 ‘하나님께로부터 난 권세’는 헌법이 규정한 권세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이미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되도록 허락하셨고, 민주공화국의 최고 권력자는 헌법 1조 2항에서처럼 ‘국민’ 자신이기 때문이다.
11. 그러므로 로마서 13장 1절을 오늘날에 맞게 해석하려면, ‘위에 있는 권세’나 ‘하나님께로부터 난 권세’는 곧 ‘국민 자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민주공화국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로마처럼 군주제가 아니고, 하나님은 이미 이 땅에 민주공화국을 ‘허락’하셨기 때문이다.
12. 그러므로 1절을 오늘 날에 적용하면, 대한민국 안에서는 누구나, 청와대의 대통령부터 말단 시골의 어린아이까지 모두가, ‘위에 있는 권세’ 곧, ‘하나님께로부터 난 권세’인 ‘헌법’ 그리고 그 헌법이 최고주권자라고 명시한 ‘국민, 국민의 뜻’에 복종하여야 한다.
13. 그러면, 대통령이나 관료들은 무엇인가? 그들은 ‘가장 위에 있는 권세자’인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공무원’ 혹은 ‘공복’(公僕, public servants)이다. 그들은 민주공화국 체제에서 최고 권세자인 국민의 뜻을 받들어 임무를 수행하는 대리인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임무를 수행하는 자들이, 적법한, 즉, 선을 장려하고 악을 징벌하는 법을 수행할 때,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순복해야 한다.
14. 만일, ‘공무원, 공복들’이 선을 장려하고 악을 징벌하는 순기능이 아니라, 도리어 악을 자행하고 선을 파괴하는 역기능을 행하면 어떻게 하는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위에 있는 권세자들’에게 복종하는 마음으로, 그 권세자인 국민이 합의한 ‘헌법과 법’에 따라 바로 잡으면 된다.
15. 여기에 교회만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 디모데전서에서 교회의 단정하고,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위해,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간구와 기도를 하라고 권면한다(2:1-2). 지금 대한민국에는 ‘임금’이 없다. ‘왕적 존재’가 있다면, 헌법이 인정하는 ‘국민’ 자신이다. 하지만, 국민이 법절차에 따라 ‘권한’을 부여한 ‘높은 관리들’이 선을 파괴하고 악을 조장했다면, 그들을 법대로 바로 잡을 뿐 아니라, 또한 그들의 영적, 인간적 회복을 위해서 기도하고 도울 필요도 있다. 그것은 세상 정부가 아니라 주로 교회의 몫일 것이다.
16. 마지막으로 로마서 13:1-7의 해석을 정리하면, 1절의 말씀을 확실히 따라야 한다는 것이 본문의 주된 의도이다. 즉,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해야 한다(1절).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나기 때문이다.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시고 허락하신 것이기 때문이다. 로마의 군주제처럼 ‘황제’가 없는 대한민국과 같은 ‘민주공화정’에서도 역시, 하나님이 정하신 권세에 복종해야 한다. 즉, ‘위에 있는 권세’인 ‘국민’에게,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 ‘헌법’에 복종해야 한다.
출처 :개혁주의 마을 글쓴이 : 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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