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자의 화목[잠 18장]
[내용개요]
개인적인 삶의 교훈을 다루고 있는 전장에 비해 본장은 공동체 속에서 실천되어야 할 지혜의 모습을 교훈하고 있다. 이는 특히 이스라엘이 언약의 백성으로서 공동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동체에서 타인을 무시하고 자신의 뜻대로만 행하려는 자는 공동체를 파괴하는 어리석은 자이며, 개인적인 이익에 눈이 어두워 불의를 행하는 자도 멸망하게 될 것이다(1-9절). 그러므로 교만을 버리고 사람과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행하며 하나님의 지혜를 얻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10-15절). 또한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공정하게 처리해야 하며 가급적이면 화목한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특히 말을 할 때 조심스럽게 해야 하며 많은 친구 보다 진실한 친구를 사귀어야 할 것이다(16-24절).
[강 해]
본장은 전장에 비해 더욱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분리, 악인, 말, 게으름, 여호와의 이름, 재물, 교만, 심령, 지혜, 선물, 제비뽑음, 다툼, 아내, 친구 등이 그것입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말에 대한 교훈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본장은 공동체 안에서의 대인 관계에 주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지혜와 미련함
본문의 1-2,12,15,24절은 크게 지혜와 미련함이라는 제목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미련한 자는 자기의 소욕을 위하여 이합집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는 옳고 그름이 중요하지 않으며 단지 눈앞에 보이는 소욕만이 중시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미련한 자는 자기의 미련한 의견만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도무지 다른 사람들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자에게는 또한 그와 유사한 부류들이 모여드는데, 비록 그에게 많은 친구들이 있다 하여도 그들은 모두 해를 끼치는 친구들일 뿐입니다. 그러나 지혜 있는 자는 교만히 자신을 높이지 않고 겸손히 자신을 낮추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습니다. 그는 다른 이들의 의견을 기쁘게 들으므로 그들의 참된 친구가 되는데, 이들은 비록 많지는 않아도 형제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본문은 지혜를 겸손과, 미련함을 교만과 연결시킵니다. 교만과 겸손은 상반되는 특성으로서 그들의 결과도 상반되게 나타납니다.
a. 악인의 소욕(잠10:3)
b. 친밀한 친구(요15:13)
2. 악하고 게으른 자
본문의 3,5,9절은 악하고 게으른 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습니다. 악한 것과 게으른 것은 일견 관계없는 개념으로 보이지만, 예수님께서도 두 개념을 결합하여 사용하실 만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경, 특히 잠언 적인 배경에서는 악인은 게으르고 게으른 자는 악합니다. 악인은 그의 사고 방식과 행동 방식이 매우 왜곡되어 있어서 그가 내리는 판단은 하나님이 정하신 기준과 정반대가 됩니다. 악인은 악을 행하는 자를 옳다고 변호하며, 재판할 때에 의인을 억울하게 합니다. 이들에게는 하나님에 대한 개념도 없으며, 오직 자신의 죄악된 본능에 따라 행악을 하며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런 자에게 멸시와 능욕을 보내십니다. 하나님과 하나님이 세우신 규범을 무시하고 왜곡시키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형벌이 임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게으른 자는 역시 자신의 집을 망하게 하는데, 악인과 게으른 자는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어 간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a. 악하고 게으른 자(마25:26)
b. 악인을 옳다고 함(롬1:32)
3. 언어 사용
본문의 4,6-8,13,17,19-21절은 언어의 사용에 대하여 교훈하고 있는데, 이 주제는 본장에서 가장 강조적으로 교훈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생활에서 말은 매우 중요합니다. 각 사람은 자기 입에서 나오는 열매인 말을 먹고서 배부르거나, 죽고 사는 것이 결정되어집니다. 행동이 없이 말만 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그것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는 것입니다. 미련한 자의 말과 명철한 자의 말이 가지는 차이는 그것의 깊이에 있습니다. 명철한 말은 깊은 물과 같이 깊이가 있지만, 미련한 자의 말은 솟쳐 흐르는 내와 같이 피상적이고 가볍습니다. 미련한 자는 사연을 듣기도 전에 성급하게 대답하여 자신의 미련함을 드러냅니다. 그의 미련한 대답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여 스스로에게 욕을 끼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는 남의 말하는 것을 특히 좋아하는데, 그의 그런 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끼칩니다. 그것은 다툼을 일으키고 결국 처음 그런 말을 낸 미련한 자가 자기 말의 그물에 걸려 멸망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다툼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면 말하기를 재빨리 그만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말할 때에는 한쪽의 말만을 들을 것이 아니라 양편의 말을 다 들어보아야 합니다.
a. 두루 다니며 한담하는 자(잠11:13)
b. 말과 허물(잠10:19)
4. 하나님의 섭리
본문의 10,14,18,22절은 각각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모두가 그 배후에서 섭리하시고 역사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은 곧 하나님 자신의 속성과 존재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피하는 자는 곧 하나님께 피하는 자인 것입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의뢰하는 의인들에게 견고한 피난처가 되십니다. 사람의 심령과 육체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육체의 상함은 심령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지만, 심령의 상함은 누구도 이겨낼 수 없습니다. 다만 하나남만이 그런 자를 가까이하시고 구원하십니다. 제비를 뽑는 것은 강한자 사이의 결말이 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왜냐하면 제비를 통하여 일을 결정하는 것은 하나님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참조, 잠16:33). 좋은 아내를 얻는 것은 매우 힘들며, 그런 아내를 얻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것입니다. 슬기로운 아내는 오직 하나님께서만 주실 수 있는 것입니다(참조, 잠19:14).
a. 피난처이신 하나님 (시61:3)
b. 심령이 상한 자를 가까이하심(시34:18)
5. 경제 생활
본문의 11,16,23절은 경제 생활에 대해 교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문은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여 제시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모습을 객관적으로 그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재물은 그것을 많이 가진 자에게 여러 가지 이득과 성벽과 같은 든든함을 제공해 준다고 여겨집니다. 재물은 이 세상을 사는 데 있어서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지므로 가난한 자는 항상 부자에게 멸시를 당하며 삽니다. 선물이나 뇌물은 세상사를 매끄럽게 진행되게 하는 윤활유 정도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심판하시는 날에 재물은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 하나님은 그가 얼마나 많은 재물을 쌓았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가지어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했느냐를 보십니다. 재물은 오히려 하나님의 나라를 향하는 데 방해가 되기 쉽습니다.
a. 재물의 무익성(잠11:4)
b. 재물과 하나님 나라(마19:23)
결론
참으로 지혜로운 자는 인간 세상의 배후에서 역사 하시는 하나님의 손실을 볼 줄 압니다. 그러므로 그는 모든 언어와 행동에 있어서 조심스럽습니다. 그는 피조물인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마땅히 취해야 할 태도가 어떠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각자의 삶 배후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고 감사하며 경건하게 사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단어해설]
4절. 깊은 물. 깊은 곳에서 솟아나오는 물로 수질이 깨끗하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특성이 있다.
10절. 견고한 망대. 도시에서 가장 크고 거대한 탑을 의미한다. 따라서 하나님의 이름이 견고한 망대라는 것은 하나님이 안전한 피난처가 됨을 의미한다.
13절. 미련하여.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고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을 가리킨다.
15절. 지식을. 원어 <t['D":다아트>는 감각으로 얻은 지식뿐 아니라 인격적이며 경험에 의해 얻어진 분별력도 가리킨다.
17절. 밝히느니라. 원고가 한 진술이 후에 피고가 한 진술에 의해 허위가 폭로됨을 나타내는 것이다.
19절. 노엽게 한 형제. 법정에서 싸움으로 인해 원수지간이 된 형제지간을 가리킨다.
22절. 복을 얻고. '선, 번영, 아름다움'을 뜻하는데 여기에는 실제적이고 경제적인 좋은 것이라는 의미도 내포된다.
23절. 간절한 말로. 억울한 일을 당하여 절박한 심정으로 애통하며 탄원하는 것을 말한다.
[신학주제]
멸망으로 가는 교만. 저자가 본장에서 공동체의 실천 규범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의 공동체적 특징 때문이다. 하나님에서 이스라엘을 택하신 것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공동체의 분열은 각 개인을 포함한 이스라엘 전체가 하나님과의 정상적인 관계에 실패한 결과를 초래하며 동시에 이스라엘 전체의 생존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공동체의 일치를 유지하는 것은 최우선 과제이다. 그런데 이런 공동체의 일치를 깨뜨리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교만이다. 그래서 저자는 교만이 멸망의 선봉이라고 교훈하고 있다. 교만은 개인이 타인보다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여기는 행위이다. 따라서 성원간에 차등을 초래하고 평등의 관계를 깨뜨림으로 더 이상 일치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만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독선 때문에 타인의 의견을 무시함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한 행동 원칙을 결정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공동체의 파멸을 방지하는 수단이 전무하게 되게 만다. 뿐만 아니라 이런 교만은 종교적으로 하나님을 거역하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한다. 어리석은 인간의 생각만을 신뢰하게 됨으로 하나님의 뜻을 무시하게 되고 공동체의 유일한 보호자이며 구원자이신 하나님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교만에 대해 매우 엄중한 경고를 주고 있다. 저자는 겸손이 존귀의 앞잡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겸손은 사람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개인이 취해야 할 태도이기도 하다.
[영적교훈]
저자는 본장을 통해 많은 친구를 얻는 것보다 참된 친구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교훈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진실한 마음보다는 순간적인 즐거움을 주는 친구를 사귀고자 한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위이다. 쾌락을 목적으로 사귄 친구는 어려울 때 모두 떠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슬픔과 기쁨을 같이할 수 있는 진실된 사람을 사귀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적인 방법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 안에서 믿음으로 사귈 때 가능하다. 따라서 성도들은 친구들과 세상적인 기쁨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말씀으로 교제하고 찬양을 드리는 삶 속에서 진정한 기쁨을 나누어야 한다. 한편 이런 인간적인 친구 관계 이전에 성도들은 영원한 친구이신 그리스도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를 위해 생명까지 내어 주시고 우리의 고난에 함께 하시는 그리스도만이 결코 변하지 않는 친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