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죽은 정통

교회와 죽은 정통

우리는 교회의 문제점을 말할 때 신비주의적, 불건전한 신비주의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교회가 건전한 성경 진리의 바탕 위에 서지 못하고 특정 개인의 제한적이고 몰현세적이고 비성경적인 체험을 강조할 때, "신비주의자," "불건전한 신비주의자들"이란 말을 사용한다.

오늘날, 한국교계에서 소위 말하는 정통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신앙고백이나 교회의 전통, 예배 방법에 벗어나서 영적으로 앞서가는 일부 교회나 지도자들에게 여지없이 붙이는 명칭이 바로 신비주의다. 물론 신비주의란 말은 사용하는 사람의 영적인 체험이나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의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님의 성령의 역사를 믿지 않는 자유주의자들은, 사람의 구원을 위해 보이지 않게 일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인정하는 보수 복음주의자들을 신비주의자라고 부른다. 또한,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아직도 성령 체험하고 방언 하는 사람들을 신비주의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방언하고 하나님의 신령한 여러 가지 체험을 한 사람 중에서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고 하면 "그것은 신비주의 라고 말한다. 정말, 착각에는 커트라인이 없다고 하지만, 성경 말씀이 아니라 자신의 영적인 체험 수준이 신비주의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계의 실정이다.

그래서 많은 정통주의자들은 한국 교계의 제일의 문제는 교회를 혼란시키는 불건전한 신비주의라고 한다.

1. 죽은 정통이란?

과연 그럴까? 우리는 다른 극단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죽은 정통(dead orthodoxy)이다.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오래한 사람들 중에서도 (불건전한) 신비주의라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죽은 정통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건전한 신비주의든 불건전한 신비주의든 이런 운동이나 성향을 제일 반대하는 사람들이 바로 기득권을 가지고 바른 교리(?)와 바른 전통(?)을 가졌다고 뽐내는 정통주의자들 중에 무수하게 포진되어 있는 "죽은 정통주의자들 이다.

소아시아의 7 교회 중 3 교회가 바로 "죽은 정통 의 교회이다.
-에베소 교회(계 2:1-7). 첫사랑의 감격과 열정을 잃어버린 교회다. 처음 행위를 회복하지 않으면 촛대를 옮기겠다(구원을 빼앗아 가겠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사데 교회(계 3:1-6). 고백이나 전통은 바르지만 행위가 따르지 못하는 교회다.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능력은 없는 교회다. 회개하지 않으면 도적같이 임하여 재림의 축복에 동참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라오디게아 교회(계 3:14-22). 차지도 덥지도 않고 미지근하여 토해내치겠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또한, 외적인 위세와 화려함―많은 교인, 웅장한 건물, 큰 교단―에 비해 영적으로는 헐벗고 눈이 먼 교회다. 회개하여 열심을 내지 않으면 책망하여 징계하겠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불꽃 목사로 알려진 한국의 김남준 목사는 한국 교회의 죽은 정통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20세기 한국교회의 에이즈(AIDS)라고 할 수 있는 (죽은 정통의) 이 화석화 현상은 교회의 생명력의 퇴조와 교회의 공동화 현상, 교인 수의 감소, 신앙이 형식화, 생명이 없는 울법주의, 구령에 대한 열정의 상실, 회심의 급격한 감소, 형식적인 예배, 이에 따른 윤리적 타락, 현실에 민감한 젊은 세대가 가지는 교회 생활에 대한 회의 등을 주요한 증상으로 하는 이 기독교적인 병폐는 전염병처럼 만연해 가고 있다. . . . . .

교회가 아무리 공들여 만든 훌륭한 교리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교리라는 다리를 통해서 죄인들이 끊임없이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생명의 역사가 없다면 화려하고 크긴 하지만 인적이 끊긴 채 버려진 다리나 다름이 아닐 것이다.

교회가 정통 교리를 붙들고 있다는 그 자체로서 위대한 부흥이나 말씀에 의한 대각성이 저절로 오게 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김남준, "사도들의 설교와 성령, 그 교훈. 그말씀 (두란노서원, 1994년 8월호).

실로 오늘날 한국 교계 최대의 문제는 일부 불건전한 신비주의적 교회가 아니라 다수의 죽은 정통의 교회들이다. 죽은 정통의 교회들은 자신들의 최대의 사명은 기존의 진리를 방어하는 것이란 착각 속에서 현상에 만족하여, 결국은 서서히 온도가 올라 마침내 죽고 마는 솥 안의 개구리 신세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죽은 정통의 시발점

"죽은 정통 (dead orthodoxy)이란 말은 원래 17세기에 생긴 말이다. 1492년 이래로, 오직 믿음, 오직 성경으로, 오직 믿음으로,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이란 캐치프레이즈로 종교개혁을 주도한 마르틴 루터, 칼빈 및 즈윙글리가 죽은 후인 17세기에 이르러 유럽은 바야흐르 교리 논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들은 종교개혁가들이 버린 헬라의 수사학을 다시 도입하여 그들의 창시자들의 주장을 변호하고, 재해석하고 때로는 맹종하는 신학체계를 확립했다. 성경 구절은 단지 그들의 주장을 증거 하는 증거구절로 인용될 뿐이었다. 그 결과 자신들과 다른 파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강조하는 소위 말하는 법정변론적인 논증법이 활기를 띤 시기였다.

법정변론적인 논증법이란 자신의 장점은 최대화하고 약점은 최소화하거나 언급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모기만한 단점은 약대같이 부풀리는 방법이다.

그 결과, 말씀의 주인이 되어야 할 성령은 말씀과 신학 속에 가두어지고 사변적이고 논쟁적인 변론으로 교회는 에너지를 소모하고 말았다. 자연히 교인들의 신앙생활은 영적으로 피폐해 갔다.

아무튼 이후부터 정통 교회는 수시로 "죽은 정통 의 늪에 빠지게 되었고, 죽은 정통에 빠진 교회를 구하기 위해 하나님은 영적 대각성, 영적 부흥이란 수단을 통해, 교회에 생기를 불어 일으키려고 하셨다.

그러나 이미 논리적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교조 신학을 착실하게 계승해 온 죽은 정통주의자들은, 정통이란 미명 아래 그 때 그 곳에서 확립된 신학의 잣대로, 오늘 이곳에서 역사하시는 성령의 사역을 번번히 외면하고 대적하는 어리석음을 범해 왔다.


3. 죽은 정통의 문제점들.

20세기 최고의 설교자이자 청교도인인 로이드 존스 목사는 교리는 바르면서도 감정을 무시하고 성령을 소멸하는 결함 있는 정통(Defective Orthodoxy)과 죽은 정통(Dead Orthodoxy)의 문제점을 이렇게 진단한다(Martin Lloyd-Jones, Revival, Westchester, Ill: Crossway Books, 1987, pp. 55-91ㆍ 부흥 , 생명의 말씀사).

결함 있는 정통의 문제들은 이렇다.

첫째 바른 교리에 그치는 교회다. 교리의 목적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격체인 예수께로 우리를 인도하여서 그를 알고 그와 교제를 나누게 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바른 교리와 정의(definitions)에만 치중하는 교회는 생명이 없는 교회다.

둘째 이러한 교회에는 균형이 결핍되어 있다. 바른 교리가 구원에 이르는 지혜로 이르지 못하고 오히려 교만하게 만든다(고전 8:1). 생활에서의 교만이 생기고 지적인 교만이 생긴다. 또한 비판적이 된다.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교리가 아니라 부수적이고 이차적인 교리 때문에 서로 분쟁하고 나누어져서 성령을 소멸시킨다.


상태가 좀더 악화된 것이 죽은 정통이다.
죽은 정통이란 교리는 바른데 능력이 없는 것을 말한다.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능력은 없는 것을 말한다. 죽은 정통의 결함은 무엇인가?

-첫째 편안한 만족감이다. 교리에 확실하고 신앙고백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또한 수많은 종교 행사를 가짐으로써 편안하고 안일한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그 결과 살아 계신 하나님에 대한 갈증을 느끼지 못하고 예배에 활기가 없다. 말하자면 오늘날 많은 정통교회는 편안한 안락감에 빠져 있다.

-둘째 죽은 정통은 첫번째의 당연한 결과로서, 열정(enthusiasm)을 싫어한다. 성경적으로 말하면 성령을 소멸하는 것'이다. 교회사를 볼 때 부흥기 때마다 영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퍼부어진 비난이 바로 "지나친 열정 이다.

질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들은 부흥기에 하나님이 주도하시는 거룩한 무질서'와 혼란 을 혼동한다. 특히 프로그램을 중시하다가 보면 성령을 소멸하기 쉽다. 또한 인위적인 흥분 상태를 지나치게 두려워 할 때 성령을 소멸하기 쉽다. 물론 지나친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정통교회이면서도 죽어 있는 이유는 가짜 흥분과 감정의 표현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감상주의자도 되지 말고 감정을 지나치게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이 모든 것은 가짜 지성주의 때문에 생긴 현상들이다. 위대한 지성인 바울은 동시에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질서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성령을 소멸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살전 5:19-22).



4. 죽은 정통의 결과

그러면 죽은 정통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첫째 진리를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데 실패한다. 말씀을 듣고 읽고 깨우치기는 하지만 실 생활에 적용은 하지 않는다.

둘째 죽은 정통의 결과 실제 생활에서 천국의 삶을 누리지 못한다. 하나님을 개인적으로 인격적으로 만나는 체험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셋째 하나님께 진정한 영광을 드리지 못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을 애통해 하고 슬퍼해야 한다. 그 결과, 구원을 받지 못한 영혼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긴박하고 간절한 기도를 하지 않게 된다.

마지막으로 죽은 정통주의자들은 전통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로마 교회는 전통과 성경을 같은 위치에 놓지만 개혁교회의 전통은 언제나 성경에 의해 시험되고 성경의 권위에 종속된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전통에 매여 전통을 말씀 위에 놓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교회가 죽은 정통에서 벗어나서 살아 있는 정통 (LIve Orthodoxy) 즉 교리와 체험이 균형을 이룬 진정한 개혁과 영적인 부흥은 언제나 살아 계신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대한 갈증이 더하여져서, 그의 영광과 능력과 존귀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사모할 때 일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