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교회에 주는 답안지
1. 들어가는 말
고린도 교회는 문제의 교회였다. 바울이 사역한 교회 중에 가장 문제가 많은 교회였다. 교회가 처한 환경과 조건이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어느 교회 보다 문제가 많았다. 문제가 많은 교회를 순서대로 꼽으라면 단연 고린도 교회가 선두다.
바울은 그 교회의 여러 문제에 답을 제시한다. 각각의 문제를 나열하며 그에 적합한 답을 내고 설명한다.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다양하여 그 답이 길어진다. 바울은 부모의 마음, 목회자의 마음으로 지혜를 담아 답변을 써 보낸다. 그것이 고린도전서다. 그래서 고린도전서는 문제의 교회에 주는 바울의 답안지이다. 진정한 답변과 지혜로운 대책이 들어 있는 실제 목회 백서이다.
그래서 이 서신은 우리에게 더욱 중요하다. 한국 교회는 지금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안에서건 밖에서건 여러 가지 개혁 요청을 받고 있다.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누구에게 있건 간에 우리는 그 시선과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고린도전서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클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뼈를 깎는 마음으로 이 서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바울의 글을 통해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여야 한다.
2. 역사적 정황과 문맥 구조
2.1. 역사적 정황
교회를 둘러싼 환경은 교회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잘못된 환경의 영향은 교회에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럴 때 그 문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된다. 환경의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고린도 교회를 둘러싸고 영향을 주었던 환경이 그러했다. 고린도 교회의 문제에 영향을 주었던 일반적 배경을 우리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헬라 이원론이다. 육은 악한 것이고 영은 좋은 것이라는 헬라 철학이 당대의 사람들에게 풍미했고, 고린도 도시는 그 영향을 크게 받고 있었다. 영혼이 구원 받아 이데아의 세계로 복귀하는 것이 그들에게 중요했다. 이런 생각은 고린도 교회에 여러 방면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바울이 전한 '몸의 부활'이라는 가르침과 마찰을 일으킨 것이 그 하나의 예다. 고린도전서 15장에서 바울은 몸의 부활을 잘 납득하지 못하는 고린도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둘째는 성(性)적 부도덕성이다. 고린도의 아프로디테 신전에는 성창이 있었다. 그들은 성적 쾌감과 종교적 황홀경을 연결시키는 예식에 관여했다. 자연히 고린도인들은 성적 부도덕성에 쉽게 빠질 수 있었다. '고린도인과 같이 산다'는 말이 '성적으로 아주 문란하다'는 뜻으로 사용될 정도였다고 한다. 고린도전서 5-6장에 나타난 성적인 문제는 이런 배경과 관련된 듯 보인다.
셋째는 상업적 번영이다. 고린도는 기원전 146년 경 로마에 의해 파괴되었다가, 시저에 의해 기원전 44년경 로마의 식민지로 재건되었다. 그 후 아가야 지역의 행정수도가 되었다. 로마 총독이 주재하던 곳이기도 하다. 지리적으로는 항구 도시로서 무역로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부유한 도시였다. 무역이 왕성하고 돈이 도는 곳에는 신(新) 조류와 새로운 사상이 쉽게 넘나들었다. 이런 상황은 고린도 도시가 혼합주의 성향을 갖도록 부추겼다. 여러 생각과 문화가 혼합되는 것이다. 교회에도 이런 성향이 있었다. 복음을 받아 들였지만, 여러 사상들 중에 하나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것도 붙들고 저것도 받아들였다. 자연히 복음은 다른 것과 섞이게 되었다. 고린도 교회의 여러 문제는 고린도의 혼합주의적 성향과 연결되어 있다.
넷째는 철학과 수사학의 발달이다. 부유한 배경은 철학과 수사학의 발달에 도움이 되었다. 사람들이 모였고, 새로운 사상들을 들었다. 철학을 추구했고, 수사학을 중시했다. 고린도 사람들은 경제적 부와 더불어 지적 우월감을 가졌다. 스스로 지혜롭게 산다고 생각했고, 수려한 말을 좋아했다. 이런 배경은 결국 교회의 분파 문제를 만드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듯 보인다. 자기가 각기 좋아하는 사고방식과 지적 우월감으로 교회의 지도자들을 갈라놓는 데까지 나간 것이다 (고전 1-4장).
결국 이런 네 가지 배경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린도 교회에 악 영향을 미쳤다. 고린도전서에 나타난 교회의 여러 문제는 이런 배경을 뒤로 하고 있다.
2.2. 문맥 구조
바울은 이런 여러 문제들에 대해 찬찬히 답하고 있다. 아마도 글로에라는 사람을 통해 (고전 1:11) 직접 전달된 긴박한 문제들에 대해 답하고 나서(1:10-6:20), 편지로 전달된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 답하고 있는 듯 보인다(7:1-15:58). 편지의 끝 부분에 가서는 간단한 질문들에 대해 또 답하고 있다 (16:1-12). 이렇듯 고린도전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교회의 어려움과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나열하고 있다. 그 답변은 다음과 같은 순서와 배열로 정리할 수 있다.
I. 서론 (1:1-9)
II. 본론: 각종 문제와 질문에 대한 답 (1:10-16:12)
[I] 긴박하고 중요한 문제들 (1:10-6:20)
[1] 교회 공동체의 긴박한 문제들: 글로에를 통해 직접 전달된 것에 대해 (1:10-6:20)
<1> 교회 내의 분파 문제 (1:10-4:21)
<2> 그 외에 긴급한 문제들 (5:1-6:20)
1. 음행의 소식과 그에 대한 교회의 태도 (5:1-13)
2. 교회의 법정 소송 (6:1-11)
3. 성적 음행 문제의 본질 (6:12-20)
[2] 중요한 문제들: 편지로 전달된 것에 대해 (7:1-15:58)
...개별적, 공동체적, 교리적 문제들에 대해
<1> 개별적 신앙과 관련된 문제들 (7:1-11:1)
1. 성관계와 결혼 문제 (7:1-40)
2. 우상 제물을 먹는 문제 (8:1-11:1)
<2> 교회의 모임과 예배시의 무질서에 대한 공동체적 문제들 (11:2-14:40)
1. 수건을 쓰는 문제 (11:2-16)
2. 성찬 문제 (11:17-34)
3. 영적 은사 문제 (12:1-14:40)
<3> 복음 이해에 대한 교리적 문제: 부활 (15:1-58)
[II]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 아마 사람이나 편지로 질문해 왔을 듯 (16:1-12)
...구제 헌금(16:1-4), 바울의 계획(16:5-11), 아볼로의 향방(16:12)
III. 맺음말 (16:13-24)
3. 바울의 해결책
3.1. 서론과 가장 긴급한 분파 문제 (1:1-4:21)
바울은 먼저 인사말을 전하고 (1:1-3) 보통 하던 대로 감사의 표현을 한다(1:4-9). 하지만 이 감사에는 알맹이가 빠져 있다. 고린도 교회의 열매에 대해 감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교회에 은사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고린도 교회의 어리석음을 칭찬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완곡한 표현이다.
본론에서 가장 먼저 말하는 것은 교회 안의 분파 문제이다. 고린도 교회는 참 많은 것을 누린 교회였다. 부도 지식도 많았다. 이 교회처럼 여러 사역자들의 도움을 받은 교회도 없다. 유대인의 대표 사도 격인 베드로, 이방인의 대표 사도 바울, 성경과 헬라 지식에 능한 아볼로의 지도를 받은 교회였다. 당대에 내 놓으라 하는 지도자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교회는 그것을 계기로 싸웠다. 서로 바울파, 아볼로파, 게바파, 심지어는 그리스도파 라는 분파로 나뉘어 분쟁했다 (1:12).
바울은 교회의 이런 모습에 대해 강하게 경고한다. 먼저 바울은 자신을 지지하고 따르는 소위 바울파 사람들을 겨냥하여 강하게 책망한다 (1:13-17). 이어 바울은 고린도 교회의 잘못된 지혜 추구를 지적하며, 진정한 지혜는 그리스도라고 천명한다. 고린도 교회는 지혜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지혜이신 그리스도를 거부하는 길을 걸었다. 바울은 이 점을 심각하게 지적하며 만일 그 길을 계속 걷는다면 구원의 탈락에 이를 가능성까지 시사한다. 왜냐하면 그런 길을 걷는 자들은 육에 속한 사람들이고, 하나님의 비밀을 알지 못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2:1-15). 바울은 사역자들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잘못 세워져 구원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음을 비유로 제시한다 (3:5-15). 따라서 고린도 교회는 교회를 세우신 성령님께 순종하는 바른 태도를 지녀야 한다 (3:16-4:5). 바울은 특별히 자신과 아볼로와 관련하여 발생한 교회의 분파 문제를 지적하며 권면하였다고 말한다 (4:6-21).
3.2. 그 외 긴급한 문제들 (5:1-6:20)
이어 바울은 긴급한 문제 몇 가지를 더 다룬다. 그 중심에는 성적 음행 문제가 있다 (5:1-13). 교인 중 어떤 사람은 그의 계모와 음행을 했고, 고린도 교회는 그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5:1-2). 하지만 바울은 단호했다. 멀리 있지만 분명히 판단한다고 말하며 (5:3-5), 적은 누룩이 온 덩이에 퍼지는 것처럼 교회가 더러움에 변질될 수 있음을 강하게 지적하고 (5:6-8), 교회가 분명한 태도를 지니라고 명한다 (5:9-13). 이런 권면을 하던 중 바울은 교인끼리 서로 세상 법정에 송사하는 것을 또한 나무란다 (6:1-11). 성도가 세상을 판단할 위치에 있건만, 오히려 불의한 세상 사람들에게 성도 사이의 분쟁을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6:1-5). 차라리 형제에게 속임을 당하라고 말한다 (6:6-8). 그 불의한 자들은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자들이기 때문이다 (6:9-11). 이어 바울은 성적 음행의 문제를 재조명하며 그 문제의 근저에 깔린 잘못된 의식에 대해 지적한다 (6:12-20). 거기에는 영과 육을 분리해서 취급하는 헬라의 이원론이 있고, 육신을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된다는 고린도인들의 방탕주의가 있다. 바울은 이런 생각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음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3.3. 개별적 신앙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 (7:1-11:1)
7장부터는 편지로 물어 온 질문에 답한다. 바울이 먼저 답하는 것은 개별적 신앙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성적 음행 문제를 다룬 바울은 먼저 결혼과 성관계에 대해 말을 한다 (7장). 금욕이 좋을 수 있지만 결혼을 통한 성관계가 일반적으로 적절하다고 말한다 (7:1-7). 결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문제도 다룬다 (7:8-24). 결국 결혼하는 것 자체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한다 (7:9-36). 이런 과정에서 바울이 밝히는 원리는 크게 세 가지이다. 음행의 유혹은 피해야 하고, 결혼 안에서의 성관계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모든 것의 목표는 주를 섬기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어 바울은 우상 제물을 먹는 문제를 거론한다. 시장에서 보통 팔리는 고기들은 이미 우상에게 바쳐졌던 것이고, 그래서 교인들은 그 고기 먹기를 꺼려하였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우상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로 인해 거리낌 없이 고기를 먹었다. 이런 상반된 생각과 태도는 교회 내에 어려움을 만들었다. 바울은 이에 대해 '지식으로 하지 말고 사랑으로 하라' 라는 지침을 준다 (8:1-13). 우상 제물을 먹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것으로 연약한 형제를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울은 이 원칙에 두 가지를 덧붙여 말한다. 첫째, 바울 자신에게도 사도의 마땅한 권리가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유익을 위해 그 권리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9:1-27). 둘째, 혹시라도 잘못하여 우상숭배에 빠지면 안 된다는 점이다 (10:1-22). 바울은 이 두 지침을 통해 고린도 교회가 우상 제물을 먹는 문제를 좀 더 조심스럽게 다루길 바란 것이다. 결론적으로 형제의 유익을 구하고 덕을 세우는 길을 선택하라고 권면한다. (10:23-11:1).
3.4. 중요한 공동체적 문제 (11:2-14:40)
교회 모임과 예배와 관련된 공동체적 문제로 넘어가서 바울은 먼저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답을 짧게 언급한다. 첫째는 열광주의의 영향에 빠져 여자들이 예배 때에 쓰던 수건을 벗어 던진 것에 대해 말한다 (11:2-16). 수건 쓰는 관습은 권세 아래 있다는 표시 일 뿐 아니라, 벗어 던지는 사람들이 수치심을 느끼게 되므로, 그 관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성찬 때에 부유한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생각지 않고 먹고 마심으로 오히려 분열이 생긴 것에 대해 말한다 (11:17-34). 바울은 떡과 포도주가 새 생명의 기쁨 이외에도 주의 죽으심을 상징하는 요소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킴으로 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하고 성찬 때 적절한 경건의 태도를 지닐 것을 촉구한다.
더 큰 공동체적 문제는 신령한 은사를 가지고 서로 경쟁하며 자랑하는 것이었다. 고린도 교회는 하나님께 많은 것을 받은 교회였다. 하나님은 고린도에 자기 백성이 많다고 하였고 (행 18:10), 그들을 위해 여러 은사를 제공했다 (고전 1:7). 그런데 방언과 예언의 은사를 받은 사람들은 각기 자기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며 경쟁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바울에게 어느 은사가 더 우위에 있는지 알려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 질문에 대한 바울의 답은 예언이 방언보다 낫다는 것이다(고전 14장). 하지만 바울은 그 답을 쉽게 먼저 제시하지 않는다. 그들이 은사에 대해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울은 은사가 다양하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먼저 천명한다 (12장). 따라서 다른 은사를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태도는 일단 잘못된 것이다. 또 바울은 그들이 은사를 사용하는 방식과 태도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은사는 경쟁으로가 아니라 사랑으로 발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13장). 그 후에야 비로소 예언이 교회에 더 필요한 은사라고 밝힌다. 하지만 방언을 금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인다 (14장).
3.5. 복음에 사활적인 교리 문제: 부활 (15:1-58)
공동체적 문제를 다 다룬 후에는 교리적으로 중요한 부활 문제를 다룬다. 고린도 사람들은 아마도 헬라 이원론과 열광주의 영향 속에서 바울이 전한 부활을 왜곡하거나 오해한 듯 보인다. 그들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부활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고 (15:12), 둘째는 부활의 몸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것이다 (15:35). 하지만 바울은 몸의 부활이 복음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밝힌다 (15:1-11). 먼저 부활의 복음을 논리적, 사상적, 현실적으로 변증하고 (15:12-34), 이어 몸의 부활을 우습게 여기는 생각 자체가 오히려 모자란 생각임을 입증한다 (15:35-57). 따라서 부활의 복음을 붙듦으로 견고하여져서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고 권면한다 (15:58).
3.6. 간단한 질문들에 대한 답과 맺음말 (16:1-24)
마지막으로 바울은 몇 가지 간단한 답변을 한다. 예루살렘 교회를 위한 헌금은 바울이 도착했을 때 하기보다 매 주일마다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16:1-4), 바울 일행의 사역과 여행 계획을 알려준다 (16:5-11). 또한 아볼로는 지금 고린도에 갈 뜻이 없다고 전해준다 (16:12).
이어 마지막 권면과 인사말을 한다 (16:13-24). 이 인사말에는 고린도 교회를 향한 바울의 관심과 사랑이 녹아 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가 자신의 가르침을 기초로 빨리 회복하기를 바랐고 (16:13-14), 자신의 이런 충고와 권면이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를 바랐다 (16:24).
4.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바울의 해결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크게 네 가지 영역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거룩한 교회를 향한 바울의 열정이다. 고린도 교회가 잘못된 길을 갔을 때, 바울은 그것을 그냥 간과하지 않고 파헤쳤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다. 한 문제 한 문제 끈기 있게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밝힌다. 때로는 엄중한 말투로, 때로는 부드러운 요청으로 도전한다. 그 음성을 통해 우리는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현재 우리에게도 진정 이런 목회가 필요하다. 바울이 지금 우리와 함께 있다면 우리 교회를 향해 이런 음성을 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교회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목회 방식이다. 바울은 어느 한 가지 문제에만 집중함으로 인해 다른 것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 긴급한 문제를 다루었지만, 중요한 문제를 놓치지 않았다. 개별적 문제도 다루지만 공동체적 문제도 다루었다.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지만, 교리적인 문제를 빼놓지 않았다. 바울의 문제 해결 방식은 통전적이다. 우리는 바울의 목회에서 이런 통전적 접근 방식을 배워야 한다.
셋째는 잘못된 영향력의 배후와 싸우는 것이다. 헬라의 이원론, 신비종교의 성적 문란함, 각종 혼합주의, 겉멋 든 현학주의 등은 고린도 교회를 여러 모로 끊임없이 괴롭혔다. 바울은 이런 영향력과 맞대결을 한다. 잘못된 사상과 환경에 물들기보다, 그것들과 대항하여 싸운다. 잘못된 사고방식과 대대적으로 싸우는 바울의 모습은 우리 시대에도 분명 필요하다. 바울이 선택한 길이 까다롭고 복잡해 보이지만, 그 길이 하나님의 진리를 따르는 길이다.
넷째는 바울의 구체적 해결책이 우리 시대에 주는 메시지다. 이 메시지는 네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많은 것을 받은 교회가 타락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고린도 교회처럼 하나님께로부터 많은 것을 받은 교회가 한국에는 적지 않다. 경제적 부, 지적 부요함, 교인 수의 증가 등. 하지만 이런 것들이 곧 바른 신앙의 징표이고 온전한 구원의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점을 고린도전서는 보여준다. 바울로부터 우리는 불타 없어질 교회가 되지 말라는 경고를 듣는다. 둘째, 성적 음행과 교회 내의 분쟁을 해결하라는 경고다. 현대의 각종 매체는 성적 음행을 부추긴다. 또한 교회는 분쟁으로 인해 세상 법정까지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바울의 말은 분명하다. 이런 것에 우리가 단호해야 한다. 셋째, 경쟁하지 말라는 권면이다. 교회 안에서, 교회 사이에서 경쟁을 멈추어야 한다. 교인 수 늘리기 경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우리 교회가 최고라는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넷째, 성경의 진리를 바르게 추구하라는 촉구이다. 부활의 복음을 세워야 한다. 십자가 신학과 부활 신학이 함께 가도록 해야 한다. 복음의 본질에 대한 촉구는 우리 시대에도 필요하다. 주관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종교 다원주의 등은 여러모로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는 성경에 기초하여 진리를 바르게 세워야 한다. 바울처럼 단호하게 진리의 길을 걸어야 한다.
5. 나오는 말
고린도전서를 읽으면 안타까움과 고민이 생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이면에는 희망이 보인다. 이미 많은 부분 잘못 갔지만 바울에게 올바른 길을 묻는 고린도 교회가 있고, 또 그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바울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로 인해 아프지만, 해결책이 있어 희망이 있다. 이 희망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우리는 바른 길을 물어야 하고, 바울 같이 바른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문제의 교회가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려는 바울이 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날에도 바른 길을 묻는 교회와 바른 답을 제시하는 바울 같은 자를 찾으신다.
이진섭 교수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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