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의 간구[시 40장]
[내용개요]
본시는 과거의 하나님의 구원 행동을 감사 찬양하고 미래의 위기로부터의 구원을 미리 호소하는 내용이다. 시인은 고통 중에서 인내를 가지고 기다렸더니 주께서 인생의 웅덩이에서 끌어올려 주셨다고 노래한다(1-2절). 그리고 새 노래로 주를 찬송하고 주의 행하신 많은 기적들은 찬송한다(3-5절). 뿐만 아니라 시인 자신은 즐겨 주의 뜻을 행하고 주의 의와 성실과 구원을 선포했음을 자랑한다(6-10절). 후반부 전체의 중심 내용은 미래에 끊임없이 닥쳐올 위기들에 대해서 은총을 베푸시고 도움을 주시기를 간구하는 것이다(11-17절).
[강 해]
시인은 자신이 여호와의 구원을 기다릴 때에 하나님께서 수렁에서 구원하신 사건을 증거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법을 의지하여 순종하는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는 시인은 하나님께 인자와 성실을 거두지 마시고 끝까지 자신을 지켜 보호하여 주실 것을 구함으로써 하나님만이 자신의 구원주 되심을 증거하였습니다.
1. 여호와를 의지하는 의인
1) 부르짖음에 대한 여호와의 응답
시인은 자신이 여호와를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여호와께서 응답하셨음을 진술합니다. 시인의 기도는 몇 번하여 응답이 없으면 포기하는 기도가 아니라, 응답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간구하는 끈질긴 기도였습니다. 시인은 오랫동안 고통 중에서 주의 구원을 갈망하며 구하고 기다린 결과로 하나님께 응답을 받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기도에 대한 응답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 네가 부르짖을 때에는 말하기를 내사 여기 있다 하리라'(사58:9)는 말씀의 응답이었습니다.
a. 귀를 기울이심 (시116:2)
b. 긍휼이 크심(단9:18)
2) 의인에게 베푸시는 여호와의 구원
시인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올리셨다고 말합니다. 시인은 환난을 당하여 마치 죽음의 무덤에 들어앉은 것과 같은 상태에서 하나님께 구원을 호소하며 부르짖었던 것입니다. 시인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올리실 뿐 아니라 자신의 발을 반석 위에 두사 걸음을 견고케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반석은 수렁과 대조되어 하나님께서 구원해 주시고 그 발걸음을 지켜 주셔서 빠지거나 실족함이 없이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여 주심을 뜻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죄의 수렁에서 구하여 주실 뿐 아니라 성도의 인생 길을 평탄한 곳으로 인도하여 주십니다.
a. 깊은 음부에서 영혼을 건지심(시86:13)
b. 많은 물에서 건져내심(시18:16)
3) 여호와를 의지함
시인은 여호와를 의지하고 교만한 자와 거짓에 치우치는 자를 돌아보지 아니하는 자가 복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세상 것을 의지하지 않는 자가 복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세상 것을 의지하여서는 구원의 복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하나님의 진노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나타난 기적과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자신이 들어 말하고자 하나 주의 앞에 베 풀 수도 없고 그 수를 셀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시인은 이러한 표현을 통하여 여호와의 위대하심과 광대하심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a. 주의 은혜 볼 것을 믿음(시27:13)
b. 구원이 하나님에게서 남(시62:1)
2.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제사
1) 제사와 예물을 기뻐 아니하시는 하나님
시인은 주께서 자신의 귀를 통하여 들리셨다고 말했는데 그 말씀은 하나님께서는 제사와 예물을 기뻐하지 아니하시며 번제와 속죄제를 요구치 아니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제사와 예물을 드리도록 법을 정해 주셨고, 그러한 의식을 통해 백성의 죄를 사해 주시고 은총을 베푸심이 진리입니다. 그러나 제사와 예물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의 형식이었고 그 본질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제사와 예물에 담긴 백성들의 회개하는 심령과 하나님께 대한 진정한 감사와 찬양입니다. 회개와 감사, 공의와 사랑이 없는 제사와 예물은 하나님을 기롱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저주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가증한 범죄입니다.
a. 제사를 즐겨 아니하심(시51:16)
b. 인애를 원하심(호6:6)
2) 기록된 두루마리 책
시인은 하나님의 계시가 기록된 두루마리 책에 하나님의 자신을 향한 명령이 있음을 고백했습니다. 두루마리 책은 율법이 기록된 양피지 책을 가리킵니다. 즉 오늘날의 성경입니다. 시인은 자신이 하나님의 뜻 행하기를 즐기므로 주의 법이 자신의 심중에 있다고 고백했는데, 이는 하나님의 기록된 객관적 계시를 자기 마음에 새겨 철저하게 순종함을 의미합니다. 시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인격적으로 받아들여 그 말씀이 자신의 생각을 주관하고 있음을 고백한 것입니다.
a. 모세와 선지자의 글(눅24:44)
b. 성경의 중심이신 그리스도(요5:39)
3) 주의 의와 인자를 전하는 입술
시인은 자신이 대회 중에서 의의 기쁜 소식을 전하였다고 말하였습니다. 여기서의 대회는 하나님 앞에 예배하기 위하여 모인 신앙 공동체의 회집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의의 기쁜 소식이란 구원의 소식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체험한 시인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증거하게 되는 것입니다. 시인은 하나님께 자신이 입술을 닫지 아니할 줄을 하나님께서 아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와 역사를 증거하겠다는 다짐을 고백한 것입니다. 시인은 자신이 주의 의를 심중에 숨기지 아니하고 주의 성실과 구원을 선포하였으며 주의 인자와 진리를 대회 중에서 은취치 아니하였다고 고백했습니다.
a. 조상들에게 주신 약속(행13:32-33)
b. 땅 끝까지 베푸신 구원(사49:6)
3. 하나님의 구원을 간구함
1) 주의 인자와 진리로 나를 보호하소서
시인은 여호와께 주의 긍휼을 그치지 말고 주의 인자와 진리로 자신을 항상 보호하여 줄 것을 간구합니다. 인자와 진리는 하나님의 속성이며 구원 역사의 근거입니다. 인자는 하나님의 언약적 사랑으로, 성도들이 하나님의 구원하심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영원한 언약을 믿기 때문입니다. 또한 진리는 세상의 모든 비진리를 이기고 죄인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시인은 하나님에 자신의 죄과에 대해 아뢰고 있습니다. 무수한 재앙이 자신을 둘러싸고 자신의 죄악이 미치므로 우러러 볼 수도 없으며 죄가 자신의 머리털보다 많으므로 자기 마음이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시인이 이와 같이 자신의 죄로 인한 결과의 심각성을 밝히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긍휼과 인자가 없이는 자신이 견딜 수 없음을 고백한 것입니다.
a. 선하심과 인자하심(시23:6)
b. 영원히 주 앞에 거함(시61:7)
2) 속히 나를 도우소서
시인은 여호와께 은총을 베푸사 자신을 구원해 주시되 속히 도우실 것과 자신을 대적하는 악한 무리를 하나님께서 징벌하여 주실 것을 구합니다. 대적 악인의 멸망은 곧 의인의 승리와 구원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시인은 하나님께 자신의 영혼을 찾아 멸하려 하는 자로 다 수치와 낭패를 당케 하시며 다 물러가 욕을 당케 해 달라고 간구합니다. 또한 자신을 향하여 경멸하고 자신의 재난을 즐거워하는 라들이 그들의 수치로 인하여 놀라게 해 달라고 간구했습니다.
a. 힘이 되시는 여호와(시22:19)
b. 곤고와 환난을 보시는 여호와(시25:17-18)
3) 나의 하나님이여 지체하지 마소서
시인은 하나님께 주를 찾는 자는 다 주로 즐거워하고 기뻐하게 하며 주의 구원을 사랑하는 자가 여호와는 광대하시다 라고 항상 말하게 해 달라고 간구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구원을 받은 자들이 그 구원을 찬양하게 해 달라는 뜻입니다. 이는 곧 구원을 사랑하는 자들에게 베풀어 달라는 간구입니다. 시인은 자신은 가난하고 궁핍하나 주께서 자기를 생각하신다고 진술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구원자가 되심을 의미합니다.
a. 수치를 당치 않게 하심(사50:7)
b. 사람이 어찌할 수 없음(히13:6)
결론
성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실망치 말고 오직 하나님의 구원을 기대하며 신실하게 하나님의 법을 좇아 행하여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구하는 의인에게 반드시 응답을 주시어 구원과 승리를 베푸시는 것입니다.
[단어해설]
2절. 반석. 원래는 넓고 반듯한 돌을 가리키나 성경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확고 부동함을 나타냄.
6절. 번제. 구약 시대에 하나님께 제물을 드리는 제사. 단에 올려놓은 제물을 모두 불에 태움으로써 하나님과의 관계를 유지하였음.
7절. 두루마리. 고대에 양피지나 파피루스에 문자를 적어서 보관한 문서.
9절. 대회. 절기들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이는 자리. 이 곳에서 각 지파의 중대사나 전쟁의 유무를 결정하였음.
10절. 은휘치. 사람들과 만나기 싫어하여 꺼리면서 피하는 행동.
11절. 긍휼 '동정하다, 측은히 여기다. 불쌍히 여기다'를 의미.
12절. 재앙. 성경에서는 하나님께서 죄에 대한 징벌로 내리시는 재해로 나타남. 여기에는 자연 재해, 역병 등이 있었음. 내 마음이 사라졌음이니이다. 용기가 사라져버렸음을 나타냄.
15절. 하하.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놀릴 때 내는 소리. 특히 어떤 사람이 재난을 당했을 때 좋아하는 마음을 표시함.
17절. 생각하시오니. 고난에 처한 자의 형편을 돌아보고 돕는 것을 뜻함.
[신학주제]
의인인 동시에 죄인. 시인은 초반부에 하나님의 구원 행동을 감사하고 기뻐했으나 이어 다시 자신을 죄인으로 고백하고 있다. 모든 신자들은 구원받았으므로 하나님 앞에서 의인이지만 죄의 영향력 아래 여전히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죄인인 것이다. 종교 개혁자 루터는 인간의 이러한 역설적 상황을 '의인인 동시에 죄인'이란 말로 표현하였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의를 옷 입었기 때문에 의롭다고 판단해 주시는 하나님의 입장에서 의인이고, 동시에 인간 자신 안에 존재하는 본래적 인간성의 입장에서 죄인이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크신 자비와 긍휼의 관점에서 의인이고, 동시에 하나님의 엄격한 판단의 관점에서 죄인이다. 한편, 그리스도인은 신앙을 통해 그리스도의 의를 옷 입고 성령을 통해 옛 자아와 싸운다는 관점에서 의인이고 동시에, 죽음과 싸워야 하고 죽음에 주어진 육체로 남아 있다는 관점에서 죄인이다. 참으로 인간은 부분적 의인과 부분적 죄인의 결합체가 아니라 완전한 의인이요 완전한 죄인이다. 이것은 의인됨과 죄인 됨이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사람에게 동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의와 죄가 공존할 수 없다는 사고 방식은 중세적인 것으로서 의와 죄를 실체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죄의 경우만 본다면 죄는 실체가 아니라 관계이다. 죄는 물질적이나 논리적으로 규정 지을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정의되는 곳과의 관계로부터 규정 지어 지는 무엇이다. 인간의 실존은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정을 파괴하면서도 조국에 충성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의미에서 인간이 의인인 동시에 죄인이라는 언급은 시간적 동시성과 실존적 동시성을 포괄하는 뜻이 있다.
[영적교훈]
시인은 하나님 구원 행동의 체험을 감사 찬양 드리고 미래의 모든 어려운 일들도 보호해 주시기를 원하면서 여전히 자신을 죄인으로 고백한다. 시인의 철저한 죄 의식은 모든 신앙인들이 가져야 할 기본 자세이다. 이는 어떤 구체적인 죄악을 범한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 이상을 말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항상 죄에 대해 열려 있을 수밖에 없는 본질적 요소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곧 죄를 짓게 만드는 근원적 뿌리가 인간의 마음속에 들어 있다는 인식이어 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죄인인 것이다. 그리스도의 대속으로 의인이 되었지만 최후의 그날까지는 항상 죄의 근원적 뿌리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 것은 죄의 긍정이 아니라 죄와의 처절한 투쟁이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