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사람
수필가 피천득은 <이야기>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말주변이 없어” 라고 하는 말은 “나는 무식한 사람이다”, “나는 둔한 사람이다” 라는 뜻입니다. 화제의 빈곤은 지식의 빈곤, 경험의 빈곤, 감정의 빈곤입니다. 말주변이 없다는 것은 그 원인이 불투명한 사고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케네디가 케네디 된 것은 무엇보다 그의 말입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공자님 같은 성인들도 말을 잘하였기 때문에 그 분들의 사상이 후대에 전해진 것입니다. 덕행에 있어서라면 그 분들 만큼 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었을 것입니다만 그 분들 만큼 말할 줄 몰랐기 때문에 역사에 자취를 남기지 못한 것입니다.
라졸 캄자도프는 <라졸의 사랑 노래> 라는 시를 남겼습니다.
만약 천 명의 사나이가 그대를 사랑한다면
그 천 명 중 나 라졸도 끼어 있을 것입니다.
만약 백 명의 사나이가 그대를 사랑한다면
그 백 명 중 나 라졸도 끼어 있을 것입니다.
만약 열 명의 사나이가 그대를 사랑한다면
그 열 명 중 나 라졸도 끼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대를 사랑하는 사나이가 단 한 사람만 남았다면
그가 나 라졸이라는 걸 그대는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 아무도 없는 날
그 때, 그대는 이 라졸이 죽었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아침 편지 고도원은 이렇게 썼습니다.
어느 날 아내는 내게 누렇게 변색된 편지 한 장을 보여 주었습니다. 25년 전 군대에서 지금의 아내에게 보낸 연애 편지였습니다. 이 편지에 라졸의 사랑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아내는 이 후 지금까지 “평생을 두고 가장 좋아하는 시”로 삼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고도원 엮음, 아름다움도 자란다, 청아출판사>
/출처ⓒ† : http://cafe.daum.net/cgs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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