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시선
하나님은 그의 자녀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계획과 역사를 이루신다. 그러나 때로는 믿지 않는 자들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시기도 한다. 에스라서에 나타난 바사 왕 고레스의 포로 귀환 조서는 바로 그런 것이다. 이방 민족의 왕인 고레스를 통해서 예레미야의 예언(렘29:10-14)을 성취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이 에스라 1-6장 사이에 잘 나타난다. 또한 고레스의 조서 가운데 예루살렘 성전 재건 허락에 관한 부분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잘 드러내는 증거이다. 본연구에서는 스룹바벨 인도하의 제1차 귀환과 성전 재건을 살펴보면서 거기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이 섭리와 신앙인의 바른 모습이 무엇인가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1. 스룹바벨 인도하의 제1차 귀환(스1, 2장)
1) 포로귀환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
본 단락은 역대하의 끝부분(대하36:22, 23)에 곧바로 이어지는 내용으로서 포로귀환에 관한 하나님의 약속이 어떻게 성취되는가를 보여 준다. 약육강식이라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던 그 당시의 제국들이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포로귀환을 통해 비록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과의 언약을 깨뜨렸지만, 하나님의 언약은 영원토록 변함없음을 알 수 있다.
2) 1차 포로귀환
자신들의 본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낙망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기적과 같은 일이 눈 앞에서 일어난다. 그것은 고레스라는 한 왕이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이스라엘 백성들을 포로에서 해방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스룹바벨을 중심으로 하여 약 5만 명의 사람들이 첫 번째 귀환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것을 통해 바로 인류 역사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고레스는 이스라엘 백성과 원주민들에게 성전 기명에 대한 명령을 내렸다. 이것은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나라의 확장을 위해서는 세속 국가도 도구로 사용하시며 또한 당신의 자녀들에 대한 하나님의 보호와 약속하심은 신실하게 이행하신다는 것(계3:10)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준다. 그 다음으로 귀환자들의 명단이 나오는데, 귀환자들의 주된 목표는 성전 재건이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 최우선 과제도 주의 일임(고전4:2)을 깨닫게 해준다.
3) 세상의 주관자이신 하나님
하나님은 이 세상의 역사를 주관하시며 섭리하고 계신다. 본 서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그의 자녀 된 이스라엘 백성들을 포로 생활에서 돌아오게 하시고, 그 도구로 세상 권세도 사용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세상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인류의 역사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는 작은 일들 가운데서도 동일하게 역사하심을 우리는 얼마나 믿고 있고 느끼고 있는지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마6:26). 또한 귀환자들의 명단에는 지도자들이 있었고 제사장과 레위 사람, 계보가 불분명한 사람 등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또한 그들은 돌아와서 성전 재건을 위해 자신들의 물품을 헌납하였다. 혹시 오늘날 우리의 모습 속에 더 중요한 직책을 맡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의 봉사와 충성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지는 않는지 살펴보고, 복음 전파와 봉사를 위하여 내 삶을 얼마나 드리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2. 성전재건(스3-6장)
1) 성전재건의 어려움
바벨론 포로 생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은 제단의 건축과 함께 7월 15일의 초막절을 준수하였다. 그리고 이 초막절 준수를 시작으로 모든 절기들은 재확립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귀환한지 2년째 되는 해의 2월 봄이 되었을 때 비로소 이스라엘 백성들은 스룹바벨의 감독하에 예루살렘 성전 재건을 시작하였다. 여기에 필요한 경비는 바사 왕 고레스에게서 받은 하사금에서 일부가 제공되었다. 그러나 성전이 재건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사마리아 사람들과 인근의 다른 족속들이 자기들도 성전 건축에 참여하겠다는 억지 주장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런 주장이 이스라엘인에게 거절당하자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서 방해하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모든 장애물이 제거된 후 성전은 약 5년만에 완공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성전을 봉헌하고 이어 매년 1회의 유월절을 지켜 왔다.
2) 성전재건이 주는 의미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어진 최우선의 과제는 성전 재건이었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언약의 회복과 하나님과의 교제 회복을 의미하며, 이는 또한 훗날 그리스도께서 값주고 사신 교회의 건설을 예표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적 혼합주의자들인 사마리아 사람들은 그들의 혼합 정책을 제안하였다. 그들의 이런 혼합주의적인 성격은 결국 거절당하게 되고, 이것은 예수님 당시까지도 이어져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멸시받게 된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신앙인을 파멸로 인도하는 것은 항상 가까운 데 있는 사람이나 사물인 경우가 많으며(삿3:1-3), 또한 우리의 신앙에서 환난과 시련은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성전은 완성되고 봉헌식과 유월절이 지켜지는데, 이것은 예배의 회복을 통한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보여 주며, 아울러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확인하는 의미를 지닌다.
3) 성전재건을 통한 신앙의 순수성
성전 재건을 위해 노력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사마리아 사람들은 교묘한 혼합주의적 성격으로 그들을 돕겠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거절한다. 우리는 삶 속에서 불순한 동기로 우리의 사역이나 교회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겠다. 또한 방해 공작으로 15년간이나 중단된 성전 재건의 역사처럼 혹시 우리 가운데도 시련이나 환난으로 인해 하나님의 일을 중단하거나 그만둔 적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오히려 그런 환난이나 시련이 합력하여 선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방 나라인 바사 제국의 고레스 왕을 통해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포로에서 해방시켜 주셨다. 여기서 우리는 온 인류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엿볼 수 있으며, 당신의 선민을 보호하시고 인도하시는 신실하심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스룹바벨의 인도하에 성전 재건을 시작하지만, 대적작들의 방해로 온갖 어려움과 중단되는 위기 속에서도 결국 성전을 완공하는데, 이것은 선민 이스라엘의 신앙의 승리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결국 이 성전 재건은 죄로 인해 원수가 되었던 인간과 하나님 사이를 단번의 희생 제사로 회복시킨 예수그리스도를 예표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결국 우리의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성취되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본문 해설
1. 고레스의 원통형 비문
고레스의 유대인 포로귀환 허가 내용이 기록된 원통형 비문(Cyrus Cylinder)이 바벨론 성 발굴 적업 도중(1879-1882) 고고학자 호르무르즈 라삼(Ho-rmuzd Rassam)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비문의 내용은 다음의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① 전반부: 고레스는 자신이 바벨론의 국가신인 말둑(Mar-duk) 신의 소명을 받아 바벨론을 정복하게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② 후반부: 고레스는 말둑 신의 명령에 의해 바벨론에 있는 모든 포로민을 고국으로 돌려 보냈으며, 자기들의 신전을 건축토록 허가했고, 또 과거 포로민의 신전에서 탈취한 모든 재산도 돌려보냄으로써 말둑 신의 명령을 완수했음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덧붙여 말둑 신에 대한 경의 표명과 함께 포로민들의 신들에 대해서도 경의를 표하면서 그 신들의 자기에게 축복하도록 기원했다.
2. 구약 시대의 화폐 사용
구약 시대의 화폐 발전의 단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단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① 물물교환(物物交換): 화폐가 사용되기 이전에 사람들은 주로 물물 교환을 통하여 자신이 필요한 일용품들을 구입했다. 이때 주로 교환된 품목은 양, 소, 나귀 등의 육축과 곡식, 기름, 포도주 등이었다. 당시의 종교적 행사에서 신에게 바치는 제물 중 육축을 가장 귀하게 여겼던 것도 육축이 물물 교환의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었기 때문이었다.
② 금속조각 사용: 육축이나 곡식을 교환하는 방법은 가치의 변동이 심하고 번거로웠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은 금속을 이용하여 필요한 물품들을 매매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주로 사용된 것은 동(銅)이었으며, 은이나 금은 보다 큰 거래를 위해 사용되었다. 아브라함 시대부터 은이 돈으로 사용되었음을 기록(창13:2; 창24:35)하고 있는데, 이 당시에는 은으로 돈을 주조해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은 덩어리를 무게로 달아 가치를 정했다.
③ 주조한 화폐의 사용: 이상의 단계보다 더 발전된 단계는 금속의 무게와 순도를 도정으로 확인해서 사용하는 단계, 즉 주화의 사용이었다.
3. 금속주화의 사용
이스라엘 사람들이 최초로 주조 화폐를 사용한 때는 아마도 바벨론 포로귀환 이후인 듯하다. 즉 유대인들은 페르시아에서 통용된 '다릭'이라는 금화의 영향을 받아 비로소 돈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때도 이스라엘 자체 내에서 화폐를 만들어 썼던 것이 아니라 페르시아나 그리스의 주화를 같이 통용한 것에 불과하다. 한편 유대인의 주화 사용에 영향을 준 '디릭'은 활과 창을 가지고 있는 왕의 초상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주조 화폐의 초기 국면을 보여 준다. 그러나 에스라의 회계 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스8:26, 27), 은이나 금이 모두 화폐로 주조되어 통용된 것이 아니라 은이나 금 자체로서 통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유대인들이 독립적으로 화폐를 만들어 쓴 것은 B. C. 138년경 마카비 시대였다. 그리고 신약 시대에는 '성전 주화'(Temple-coin)라 불리는 은화가 유대인들에 의해 사용되었는데, 이 은화는 성전세를 바치는 데만 주로 사용되었고, 일상의 화폐는 로마의 데나리온(Denarius)이었다.
4. 고레스의 조서
바벨론 제국을 정복함으로써 근동의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한 바사(Persia) 제국의 고레스(Cyrus) 왕은 피정복민들에 대한 유화 정책을 펼쳤다. 즉 그는 앗수르나 바벨론의 왕들이 그랬던 것처럼 피정복민들의 강제 이주를 추진하기보다는 오히려 피정복민들로 하여금 각자 본토에 거주할 수 있도록 관용을 베풀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고레스의 조서에 위해 B. C. 605년 제1차 포로로 끌려간 이후 거의 70년 동안을 바벨론에서 포로 생활을 하고 있던 유대인들도 팔레스틴으로 귀환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두 차례에 걸친 유대인 귀환이 있게 되는데, 고레스의 유대인 귀환조서에는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하라는 지시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고레스의 조서 내용을 효율적인 식민 정책의 일환으로만 평가 절하하는 견해도 있지만, 이것은 확실히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을 감동시켰기 때문에 비롯된 결과였다.
비록 고레스의 고나용 정책이 유대인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바사 제국의 모든 피정복민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었다 할지라도 앗수르 제국이나 바벨론 제국의 그 어떤 왕에게서도 진례를 찾아보기 힘든 종교적 관용 조치가 하나님의 섭리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선민 이스라엘이 영원하며, 다윗 가문이 그 위(位)를 잇게 되리라는 다윗 언약(삼하7:4-17)을 신실히 지키시고자 하신 하나님의 의지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고레스의 조서로 인해 유대 백성들은 B. C. 586년에 멸망했던 국가를 50년 만에 재건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