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과 악인의 대조[잠 10장]
[내용개요]
본장에서부터 총 여섯 개로 구성된 잠언의 두 번째 부분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는 지혜 자체에 대해 강조했던 앞부분과는 달리 의인과 악인의 삶을 대조함으로써 지혜로운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의로운 자는 하나님께서 풍족하게 하시나 악인의 소욕은 듣지 않으신다(1-6절). 그러므로 의인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남에게도 유익함을 끼치고 스스로는 생명을 얻지만 악인은 그 입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고 아무리 노력하여도 소득을 얻지 못하며 결국은 멸망으로 달려갈 뿐이다(7-21절). 따라서 지혜로 즐거움을 삼는 의인은 하나님께서 축복하셔서 땅에서 장수를 누리고 소망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악인은 바람과 같이 허무한 삶을 살며 땅에서의 연수도 짧아질 것이며 소망이 사라질 것이다(22-32절).
[강 해]
본장부터 22:16까지는 1-9장의 비교적 긴 이야기들과는 대조적으로 짧은 구절들이 대구를 이루는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긴 부분은 375개의 잠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러 가지 내용들이 논리적 순서에 관계없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특히 본장은 여러 잠언들을 통하여 의인과 악인의 특성, 행동, 그리고 그 결국을 대조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1. 지혜와 미련함
1) 두 부류의 아들들
본장 이하의 내용들은 여러 주제의 구절들이 섞여 있으므로 동일한 주제를 가진 구절들을 묶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장 1절과 5절은 지혜로운 아들과 미련한 아들을 대조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혜로운 아들은 미련한 아들, 부끄러움을 끼치는 아들과 대조되며 나타납니다. 그는 추수 때에 열심히 일하는 부지런한 자로서 자기 부모를 기쁘게 합니다. 그러나 미련한 아들은 게을러서 추수 때에도 잠만 자므로 부모의 근심거리가 되고 부끄러움을 끼치는 자입니다 자녀의 지혜나 미련함은 그 자녀를 둔 부모의 명예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본문은 여러 곳에서 이러한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해 주고 있습니다.
a. 게으름과 잠(잠19:15)
b. 자녀와 부모의 명예(잠15:20)
2) 지혜자와 미련한 자
본장 8,17,23,26절은 미련한 자와 지혜로운 자에 대해 일반적인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지혜로운 자는 명령을 받고 그것에 순종하는 자요, 훈계를 지키는 자요, 지혜로 낙을 삼는 자입니다. 지혜로운 자는 지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훈계를 받고자 하기 때문에 더욱 지혜로워집니다. 그러나 미련한 자는 자신을 망하게 하는 말을 하고 다니며, 징계를 무시하고, 행악으로 낙을 삼으며, 너무나 게을러서 그에게 관련 된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람입니다. 그의 게으름과 미련함은 스스로를 망케 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괴롭게 하는 것입니다.
a. 지혜자는 더욱 지혜로워짐(잠9:9)
b. 타인도 해롭게 하는 미련한 자(잠26:6)
2. 재물
1) 불의의 재물
본장 2,4,15-16,22절은 재물에 대한 교훈입니다. 재물에 대한 교훈 역시 본장의 전체 주제인 의인과 악인의 구조에 맞추어서 제시되고 있습니다. 미련하고 게으른자는 그의 게으름을 인하여 가난하게 됩니다. 혹시 그에게 재물이 있어서 견고한 성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순간적일 뿐 결국은 무익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맙니다. 악인의 소득, 부요함, 번성함은 하나님 앞에서는 오직 악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적이고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 때 부요함은 커다란 장점이요, 든든한 방패처럼 보일 지라도 하나님을 모르는 어리석은 부자들은 곧 멸망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a. 재물은 진노의 날에 무익함(잠11:4)
b. 악인의 형통은 죄악(잠21:4)
2) 하나님의 복
반면에 손을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모은 재물은 점점 늘어나게 됩니다. 불의한 방법이 아닌 정직하고 의로운 방법으로 재물을 모으려는 의인의 수고는 그를 생명으로 인도합니다. 특히 이러한 의인에게는 하나님의 축복이 임하여 부하게 되며, 일반적인 부자의 뒤를 따르는 근심도 제거하여 주십니다. 돈을 사랑하는 자들은 돈을 위하여 근심하지만 하나님의 축복으로 부요케 된 자들은 돈이 아닌 하나님을 의뢰하기 때문에 돈 때문에 근심하지 않습니다.
a. 손으로 모은 재물은 늘어남(잠13:11)
b. 재물과 근심(딤전6:10)
3. 의인과 악인의 업
1) 악인의 입
본장의 6,10-14,18-21,31-32절들은 의인의 업과 악인의 업에 대하여 교훈하고 있습니다. 악인의 업은 독을 머금은 것이요, 다른 사람들의 약점을 들쳐내어 말하기를 좋아하므로 항상 다툼을 일으킵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참소와 패역뿐인데, 이는 그의 말이 그의 가치 없고 패역한 마음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처럼 미련하고 악한 자의 입은 자신에게 채찍과 징계, 그리고 결국은 멸망을 가져오게 됩니다. 입술은 삶과 죽음을 가름하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a. 악한 마음에서 악한 말이 나옴(눅6:45)
b. 삶과 죽음을 가르는 입술(잠18:21)
2) 의인의 업
악인의 업은 스스로를 멸망케 하지만 의인의 업은 생명의 샘과 같이 그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을 전해 주고 유익을 줍니다. 의인의 입은 제어할 줄 아는 입으로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별하는 지혜가 있으며, 사랑으로 타인의 잘못을 덮어 줄 줄도 압니다. 그의 말은 천은같이 가치가 있어서 지혜로 사람을 교육하며 기쁘게 합니다. 그러므로 지혜롭게 말하는 의인에게는 복이 임하게 됩니다.
a. 말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전3:7)
b. 남을 가르치는 입(잠16:21)
4. 신정론
1) 악인의 소욕
본장 3,7,9,24-25,27-30절들은 의인과 악인의 소원과 하나님의 섭리와 통치에 의한 각각의 결말에 대해 교훈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악인은 미련하고 악을 도모하고 하나님보다 재물을 더 의지하는 자들입니다. 때때로 이러한 악인들이 번성하고 잘사는 것처럼 보이고, 그것 때문에 의롭게 살고자 하는 이들이 실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악인은 심판의 때를 위하여 그냥 놔두시는 것이요, 그는 악한 날을 위하여 그에 적당하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악인들에게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보내시며 순식간에 그들을 멸망시키실 것입니다. 그들이 누리는 형통은 순간적인 것이요, 그들의 짧은 득세 뒤에는 고통과 멸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a. 악인의 번성(잠24:19)
b. 악인과 악한 날(잠16:4)
2) 의인의 결국
이 세상에서 올바르고 정직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핍박을 받게 되고, 악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한 위치에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의인들의 경우에도 우리는 그들의 결국을 주의해서 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고난으로 연단시키신 후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 주시며, 그들로 즐겁게 장수하는 축복을 누리게 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그들의 산성이 되시므로 의인들은 요동치 않으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가운데 기쁘고 즐거운 삶을 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심지어 의인의 재앙의 때에 악인들로 그 재앙을 대신 당하게 하시기도 합니다.
a. 의인과 핍박(딤후3:12)
b. 악인과 의인 대신 재앙을 받음(잠21:18)
결론
의인과 악인의 삶의 방식과 사고 방식, 그리고 각각의 결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본장은 그것을 극명하게 대조해 주면서, 하나님을 아는 자라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강변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그리스도의 재림이 가까운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도 어떠한 사람으로(참조, 벧후3:8-13) 또 어떠한 태도로 살하야 할지를 다시금 점검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단어해설]
4절. 가난하게 되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 또는 고귀한 신분이 될 수 없는 비천한 상태를 가리킨다.
12절. 다툼. 서로 상대방을 지배하려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말한다.
18절. 참소. '중상, 비방, 사악한 소문, 악평'을 뜻하는데 공공연한 비방 거리를 의미한다.
20절. 천은. 시험, 검사를 통해 구별된 은을 가리킨다. 즉 불로 정제된 순수한 은을 나타내며 가치가 높음을 의미한다.
27절. 짧아지느니라. 시간적으로 짧은 것뿐 아니라 '부적합한 것, 성취할 수 없는 것, 낙담'을 나타내는 데 언급된다.
31절. 패역한. '심술궂음, 외고집, 비뚤어짐, 망령됨' 이라는 뜻인데 주로 입과 관련된 죄를 나타낸다.
[신학주제]
의인과 악인의 특성. 본장에서는 악인과 의인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지혜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비교적 간단한 금언들이 무원칙하게 나열된 것처럼 보이는 본장은 사실 의인과 악인의 대조적 특징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첫째로 개별적인 삶의 열매로 나타난다. 의인은 언제나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삶에 충실한 자세를 가진다. 반면에 악인은 굽은 길을 가며 게으른 삶을 영위한다. 그래서 의인의 삶은 풍성하게 되나 악인은 재물이 있어도 결국에 다 사라지고 망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사회적인 삶의 열매로 나타난다. 의인은 사람들 사이에서 신뢰를 형성하며 자신의 말로 타인을 위로하고 격려하므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평화와 일치를 가져다준다. 이에 반해 악인은 타인을 압제하여 불의한 재물을 취하고 악한 말로 다툼을 일으켜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분쟁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므로 참된 지혜는 개인만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 전체를 유지하는 근본이 된다. 셋째로 하나님의 심판으로 구별된다. 의인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재물을 탐하지 않아도 결국 남의 칭찬을 받고 풍족하게 되며 장수의 축복을 누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의 수고는 생명으로 보상받게 된다. 그러나 악인은 자신의 죄로 인해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며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저자는 믿음으로 말미암는 구원과 구원의 결과로 나타나는 삶의 열매를 동시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믿음을 삶의 열매로 알 수 있다고 한 예수의 가르침과 일치한다(참조, 마7:16).
[영적교훈]
사람의 말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말 한마디로 죽이기도 하고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말을 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어리석은 자는 상대의 기분이나 영향을 생각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한다. 이는 서로간에 미움을 일으키고 또 근거 없는 말로 불신을 조장할 뿐이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말을 함에 있어 지혜로워야 한다. 우선 정직하고 진실한 말을 통해 신뢰감을 형성해야 하며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부드럽고 겸손한 태도를 말해야 한다. 그럴때 상대방에게 더욱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쓸데없는 농담이나 희롱의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에게 삶의 유익을 주는 말을 해야 한다. 특히 세상의 말이 아니라 살아 있는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말이 성도들에게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