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Ⅰ. 들어가는 말
Ⅱ. 기독교 영성의 의미
Ⅲ. 성경에 나타난 영성
Ⅳ. 예수의 영성
Ⅴ. 나가는 말
* 미주
* 참고문헌
Ⅰ. 들어가는 말
지 난 세기에 한국교회가 침체기에 들어서면서부터 한국교회는 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할 수가 있다. 영성에 대한 관심은 신앙의 내실화라는 점에서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과학화와 산업화로 피폐해진 현대인들에게 깊은 삶의 체험과 통합적 삶으로의 안내라는 역할은 신앙의 세계만이 감당해낼 고유한 영역일 것이다.1) 영성(靈性 - Spirituality)은 신령한 성품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성령으로 충만하여 어떤 카리스마(Charisma)를 소유한 사람을 영성이 깊은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한다.2)
개혁교회의 영역에서 보면 영성은 로마 카톨릭적인 용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는 영성이 카톨릭의 수도원적인 분위기에서 나온 가운데 다분히 내면적이고 자기 수행적인 측면을 포함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3) 이러한 가운데개신교 기독교 영성은 예수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성립 될 수도 없으며 존재할 수도 없는 가운데 기독교 영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으로서 예수님을 하나님이 이 땅에 보내신 구세주로 믿는 믿음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본 논술에서는 기독교 영성의 의미와 성경에 나타난 영성의 발자취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예수의 영성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겠다.
Ⅱ. 기독교 영성의 의미
기독교 영성(Spirituality)은 역사상에 실재하셨던 한분 예수님을 본받는데서 일반 영성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 영성은 소크라테스의 정신이나 공산주의 정신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산다는 점에서 다른 영성에 비해서 그 내용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가운데 기독교 영성은 예수님의 사상과 인격과 정신을 배우고 예수의 정신을 신자들의 삶 가운데 내면화시키려고 힘쓰며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 작은 예수가 되어 살고자 힘쓴다. 또한 기독교 영성은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 살기 위하여 청빈, 고독, 침묵, 봉사, 순종, 고백, 기도, 금식, 말씀훈련 등 여러 가지 훈련방법을 개발하고 이 훈련을 생활화하기 위하여 힘쓰고 있다.4)
기독교 영성은 하나님 절대주권에 대한 신앙에서 출발한다. 그리하여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영성의 출발점으로 한다. 기독교 영성의 원천은 삼위일체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주권적인 은총이며 이 세상에서 도피하는 은둔적 영성이 아니라, 이 세상 안에서 하나님과 동행하고 자기의 욕심을 쳐 복종시키는 세계 내적 금욕운동으로 나타난다. 세계 내적 금욕이란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와 이 세상 안에서 하나님의 의로운 뜻의 실현이다.5) 영성은 지정의를 통합 총괄하는 인간 존재의 본 바탕이며 인간성 안에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며 마음이 자신의 존재의 근거인 하나님과의 교류, 합일, 동역을 체험하는 영혼의 핵이요 영성훈련은 본질적으로 성화의 과정이며 영성은 인간 영혼이 독거하는 독백이 아니라 삶의 현실과 역사 현실을 포괄하여야 하며 영성의 사회적 차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6) 영성이란 바로 우리가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본 받아 하나님과 끊임없는 교제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성령께서 우리 삶 속에 맺게 하시는 성령의 열매라고 할 수 있다.7)
기독교 영성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느낌이다. 왜냐하면 기독교 영성은 그러한 임재를 경험하고 그 빛 안에서 사는 것이며 기독교 영성은 예수 안에서의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8) 그런데 모든 기독교인들이 똑같은 영성이 아닌 가운데 교회의 전통이나 신학적 신념의 차이에 따라서 영성에 대한 각기 다른 이해와 이에 따른 다양한 추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수없이 다양한 기독교 영성은 그 방향성에 따라서 크게 다서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째, 개인적 경건에 강조점을 두는 영성이다. 여기에서는 개인 기도생활, 말씀 묵상, 거룩한 생활, 복음전도 등 하나님 앞에서의 한 개인의 경건한 삶을 기독교적 삶의 가장 중요한 모습으로 이해하고 있는 영성이다. 이러한 영성은 개신교 전통에서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며 특별히 복음주의에서는 너무나 친숙한 삶의 형태이다.9)
둘째, 사회 참여에 강조를 두는 영성이다. 이것은 가장 이상적인 기독교인의 삶의 모습을 사회 속에서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성도와 교회가 사회의 정치적 문제, 경제적 문제, 인종 문제, 여성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하나님의 정의를 이루어나가는 것을 기독교 영성의 가장 핵심적 본질로 본다. 이것은 진보적 교회들의 영성의 모습이다. 이러한 영성은 기독교와 사회와의 관계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지나, 반면 개인적 경건을 유치한 수준의 것으로 여기는 경향은 배제되어야 한다. 개인적 경건 없는 사회적 경건은 자기 성찰 없는 행동주의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10)
셋째, 하나님과의 신비적 연합에 강조점을 두는 영성이다. 깊은 기도와 명상, 그리고 금식을 통한 하나님과의 직접적 만남의 경험을 통한 영적 연합을 가장 중요한 삶의 목표로 삼는 영성을 말한다. 이것은 일상생활을 탈피하여 영적 실체인 하나님과의 지속적 연합을 갈망한다. 이것은 한 개인의 영적 경험이라고 하는 주관주의적 특색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 개인의 느낌이나 영감이 절대적 계시로 오해되어 오류적 계시의 범람이 있을 수 있는 문제가 있다.11)
네 번째는 전인성을 향한 개인의 성장에 강조점을 두는 영성으로 영성의 목표를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의 전인성(wholeness)을 회복하는 것으로 본다. 전인성의 회복이란 자기실현, 자기성취, 창조성의 발현, 생명력이 넘치는 삶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인생의 모든 경험을 전인성의 회복이란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점은 영성의 출발점이 하나님 대신에 인간에게서라는 것으로 오해되어질 소지가 있다는 것과 영성의 목적이 하나님과 하나님나라에 대한 소망이 아닌, 한 개인의 삶과 능력 개발에 귀착되어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12)
다섯째, 영성을 관계로서 이해하는 것이다(관계적 영성). 즉 영성을 자기 자신, 하나님 그리고 공동체 이 삼자간의 관계라는 면에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관 계적 영성은 하나님과 한 개인에서 끝나지 않고 하나님께서 관련지어주신 공동체와의 연관성 또한 중요한 영성의 요소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공동체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공동체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공동체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의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며, 하나님으로부터 공동체에 보내심을 받은 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는 삶을 추구하게 된다.13)
Ⅲ. 성경에 나타난 영성
첫 째로, 구약 성경의 영성은 영/육의 합일체로서 인간이 하나님과 갖는 교제, 인간의 존재 전 영역에서의 하나님과의 만남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좀더 구체적으로 역사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인 이스라엘의 삶 속에서의 구원자이신 하나님과의 만남과 교제로 볼 수 있고, 이를 신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 되시는 하나님과의 관계성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구약의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이해가 구약 성경의 영성이해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약성서의 하나님은 역사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시는 "계시의 신"인 동시에 자신을 숨기시는 "감추어져 있는 신인 상반된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로 나타난다.14)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구원행위를 통해서 이스라엘과 구체적인 역사적 관계를 가진 분으로서 약한 자와 억눌린 자를 돌보시는 신이라는 것이다.
하 나님은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그 백성들을 이집트의 압제와 바빌론의 속박에서 해방시킨 구원자로서의 구원행위에서 "해방의 영성"(spirituality of liberation:정의, 공의, 자유의 정신)을 엿볼 수 있으며, 이스라엘을 자신의 백성으로 선택하여 부르시고 관계를 맺으시는 계약의 행위에서 "창조의 영성"(spirituality of creation: 살롬의 정신)을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민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배반하고 그와의 관계를 파기시킨 관계단절이라는 파멸의 상태에서 그들을 사랑하시고 용서하시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시는 그의 적극적인 관계회복의 행위에서 "새창조의 영성"(spirituality of new creation:화해의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기초로 구약성경의 영성을 해방, 창조, 재창조의 영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처럼 구약신앙은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 개입하셔서 그들을 구원하시는 하나님, 그들과 선민으로 관계를 맺으시고, 이러한 관계를 파기한 이스라엘과 새로운 관계를 찾으시는 하나님의 역사로 이 역사는 이스라엘의 구체적인 역사의 자리였으며 그들의 삶 속이었다. 구약의 신앙은 생활속에서 하나님과 인간과의 영적으로 살아있는 관계 속에서 항상 생동감이 넘쳤음을 성경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구약성경의 영성을 탈 역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이해하려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우리의 삶의 현장 속에서 역사의 주로서 활동하고 계시는 하나님과 적극적인 만남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구약영성을 이해해야 한다. 구약성서의 영성은 하나님의 계약백성으로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의 이해에 그 기초를 둔 것으로, 하나님의 구원역사에 부름 받은 자로서의 합당한 삶,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즉 자신에게 부여된 사명감을 최선을 다해 이룩하는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도 좋다.15)
둘째로, 신약에 나타난 영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예수님의 영성적 삶을 모델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로 기독교 영성은 한편으로는 성경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인 복음에 기초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삶과 그의 깊은 영적 체험에 기초한다. 그런 점에서 그리스도는 기독교 영성의 원천이며 또한 궁극적 모범이요, 모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통적인 기독론 연구 분야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에 집중되었으며 인간인 예수님의 고뇌와 내면생활, 종교적인 체험에는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영성을 언급할 때 그 구심점은 그리스도와 성령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므로 신약의 영성의 근거는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체험과 그리고 제자들의 부활체험과 초대교회의 성령강림사건에 있다. 케이는 "예수"란 책에서 "예수님의 교훈의 핵심은 예수님과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체험"이라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체험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기록은 성경에서 발견할 수 없다. 그러나 간접적 체험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사상과 선교활동, 그 분의 삶속에서 추측해 볼 수는 있다. 특별히 요단강에서의 세례사건과 광야에서의 시험기사는 예수님의 하나님체험을 제공해주는 중요한 기록이다.16)
예수님의 부활 승천 후 오순절 성령강림으로 교회가 세워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강력하게 증거 되었다. 즉 부활로 증명된 예수님의 새로운 창조의 역사가 곳곳에서 성령의 역사와 더불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신약의 영성-새창조의 영성에서 핵심적인 인물은 사도 바울이다. 그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고 회심하는 영적인 체험이 풍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체험이 한 인격을 실증적으로, 외적으로 인식하는 사건이라는 것을 명백히 함으로 기독교의 영성을 바르게 정립하였다. 바울의 영성이해는 헬라철학의 범주에 머물지 않고 '십자가의 신비주의'로 승화하여 비로소 기독교 영성의 역사적 기반을 수립하였다.17)
바울에게서 볼 수 있는 신비주의적인 영성은 "교제의 신비"(Communio Mystica)라는 말로 표현된다. 즉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그에 대한 복종 및 그와의 교제의 관계에서 사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예수님의 새 창조의 영성은 개인의 주관적인 하나님체험도 되지만 그것은 공동체적 체험이 되어야 함도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영성의 모델이신 예수님 안에서 우리 모두가 지체로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어간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고전12장, 엡1:21-22).
사도 바울은 이러한 새 창조의 영성회복이 곧 만물의 회복으로까지 보았다. 이러한 새창조의 영성을, 타락한 인간이 본래의 위치와 신분-즉 만물을 관리하고 하나님과 교제하는 삶-의 회복으로 보았다.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신분회복이 나아가 우주만물의 질서를 회복할 수 있는 길로 본 점은 "새 창조의 영성"의 범위를 폭 넓게 해석하였다고 하겠다.18)
Ⅳ. 예수의 영성
1. 하나님 중심의 영성
예 수의 영성의 첫 번째 특징은 철저한 "하나님 중심의 영성"(God-centered spirituality)이다. 예수님의 전 생애는 오로지 하나님께 집중되어 있었다. 예수님의 모든 관심과 생각과 말씀과 행동들의 초점은 전적으로 만유의 창조자시고 섭리자시며 주재자이신 하나님께 집중되어 있었다.
기독교는 그리스도 예수의 지속적이고 심오한 하나님과의 교제, 그의 깊고 깊은 하나님 체험과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 신앙의 핵이요 생명인 것이다. 이것을 떠나서는 기독교 신앙은 존속할 수도 또한 생명을 유지할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 영성은 바로 다름 아닌 예수의 이 깊은 하나님 체험과 하나님과의 교제를 축으로 하여 원을 그리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우리 기독교 신앙과 영성은 바로 예수님의 깊은 하나님 체험과 인식에 근거로 하여 우리 각자가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와 교통과 관계를 맺는 일이다.
예수님의 깊은 하나님 체험과 인식은 바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른 호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수님은 하나님을 "아빠" 곧 "아버지"라고 불렀고, 그리고 자신을 "아들"이라고 불렀다. 예수님이 만유의 창조주시며 지존자이신 야훼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른 것은 그의 깊은 영적 체험 곧 그의 깊은 하나님 체험에 근거를 두고 있다.19)
예수님이 체험한 하나님은 어떠한 하나님이었나? 그 하나님은 바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극한 사랑의 하나님으로서, 예수님 자신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심지어 모든 피조물들까지를 지극히 사랑하시며, 돌보시며, 보호하시며, 생장케 하시는 하나님이심을 체험하신 것이다. 예수의 이 사랑의 하나님 체험과 인식이
바 로 기독교란 종교를 탄생시킨 것이다. 우리는 예수의 이 영적 체험에서 확인한 하나님과 자신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의해서, 그것에 조명 받아서, 그 은총에 힘입어서, 우리의 하나님과의 관계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서 성립될 수 있으며, 또한 우리도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20)
예수님의 하나님 중심 영성의 두 번째 징표는 그가 하나님께 대하여 절대적인 순종의 삶을 사셨다는 점이다.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은 모든 일에 있어서 자의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고 그 뜻에 따르는 삶을 사셨다. 예수님은 이 세상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깊은 경외심을 가지고 하나님을 경외하였고, 또한 지극한 공경심을 가지고 하나님을 공경하였다. 예수님은 단 하나도 자신의 영광을 취하지 아니하고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려드렸다.
하나님께 대한 절대적인 경외와 순종과 겸허의 태도가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적 삶의 참 모습이었으며, 그것이 바로 우리 기독교와 교회가 탄생하고 세워진 터전이었다. 그러므로 예수의 영성 곧 그의 철두철미한 하나님 중심의 영성적 삶이 바로 오늘의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배우고 본받아야할 최고의 모범이며, 궁극적인 표준이 되는 것이다.21)
2. 겸허와 모범의 영성(Spirituality of Humility and Example)
둘 째로, 예수님의 영성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것은 예수님의 한없는 "겸허"(humility)이다. 겸허(겸손)란 모든 종류의 교만하고 오만한 마음을 다 버리고,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끝없이 낮추는 태도를 말한다. 또한 겸손은 바로 자기 밖의 모든 사람들과 대상들을 지극히 존중(respect)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모든 사람들 앞에서 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자연) 앞에서 까지 자기를 낮추시고 그들을 존중하셨다. 그러한 마음의 태도가 바로 예수님의 마음이요 예수님의 겸허였다. 그래서 "나는 이 세상에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사람들을 섬기러 왔다"고 말씀하셨고, 또한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게 와서 내게 배우라"(마11:29)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자신의 마음의 바탕을 바로 온유함과 겸손으로 표현하셨다. 그러면 예수의 겸손의 참 모습과 그 극치는 어디서 발견할 수 있는가? 곧 그가 지신 십자가이다. 예수님은 자신의 생명이 떨어지는 그 지점까지, 그 극점까지 낮아지시고 자신을 낮추신 것이다.22)
사도 바울의 기록에도 보면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2:5-8).
예수의 영성의 핵심은 그의 겸허이고, 그의 겸허는 그의 십자가이며, 그의 십자가는 곧 나(자기))를 죽이는 일, 곧 나의 교만(가지자랑), 혈기, 욕심, 허세 등을 죽이는 일, 즉 철저한 자기부인과 자기포기인 것이다.
그 러므로 기독교 영성의 핵심과 정점은 바로 예수의 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온유함과 겸허 속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 영성의 가장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형태는 바로 예수님처럼 겸허한 사람이 되는 일이며, 그의 겸손을 실천하는 일을 의미하는 것이다.23)
3. 삼위일체적 영성(Trinitarian Spirituality)
예 수의 영성의 세 번째 특징은 삼위일체적 영성이다. 예수의 영성의 가장 심오하고 또한 가장 신비한 점은 바로 삼위일체적 영성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래 삼위일체론은 영성신학적 주제이며, 예수의 영성의 심오함을 들어내는 것이다. 사실 삼위일체론(Doctrine of Trinity)은 우리 기독교의 교리들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난제에 속한다. 물론 삼위일체란 말은 성경에 직접 언급된 바는 없다. 다만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는 주님의 부탁의 말씀(마28:19)과 성자와 성부와 성령의 은혜와 사랑과 교통하심이 늘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사도 바울의 축원의 말씀(고후13:13)이 있을 뿐이다. 혹자는 삼위일체란 직접적인 표현이 성경에 없다는 이유를 들어서 삼위일체의 교리를 부인하기도 하지만 삼위일체 진리는 충분한 성서적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또한 깊은 영성신학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삼위일체론이 담고 있는 영성신학적인 의미를 올바로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24)
삼위일체론을 생각할 때, 우리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바로 한 하나님이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세 인격으로 나누여 활동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자칫하면 세 신을 인정하는 삼신론(三神論)이 되어 버릴 위험성을 지니고 있게 때문이다. 삼위일체론의 요점은 바로 어떻게 유일신 신앙(Monotheism)을 견지하면서, 또한 성부 성자 성령의 각각의 신성을 인정하며, 그러면서도 세 개의 신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한 하나님(One God) 안에, 다시 말하면, 신성(神性)이라는 한 본성 안에, 일치를 이룰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하지만 성부 성자 성령이 각각 다른 인격체이면서 한 하나님(신성)을 이룬다는 이치는 우리 인간의 지성으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25)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위일체의 신비를 알려주는 말씀들이 성경 곳곳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하나님 아버지와 아들 즉 성부와 성자 그리고 성령의 상호 내재와 본질적 합일과 일치의 표현들은 바로 전형적인 신비주의적 표현으로서, 삼위일체의 원리는 바로 예수의 영성의 신비주의적 특성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의 삼위일체의 원리는 기독교 신비주의(Christian mysticism)의 특색을 들어낸다고 말할 수 있다.26)
기독교의 삼위일체론이 담고 있는 신비주의 곧 예수의 영성의 깊이를 나타내는 삼위일체적 신비주의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이 각각의 개별적 인격성을 견지하면서, 상호내재의 더없이 깊고도 긴밀한 관계를 이루어 가는 신비주의로서, "인격적 신비주의"(personal mysticism)또는 "영성적 신비주의"(spiritual mysticism)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점이 바로 기독교 신비주의 독특성 곧 기독교의 영성적 신비주의 특징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면 예수의 영성의 특징과 깊이를 나타내는 삼위일체적 영성은 우리들의 영성생활에 어떤 관계가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삼위일체적 영성, 곧 그의 인격적 신비주의의 영성은 바로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하나님과의 관계, 우리들의 성령과의 관계의 표상(Model)을 나타내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예수의 삼위일체적 영성은 곧 모든 그리스도인의 영성의 표본을 나타내며, 또한 궁극적 모범을 의미한다는 말이다.27)
우리는 예수님의 삼위일체의 신비한 영성을 통해서, 우리도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적으로 하나님을 볼 수 있고, 그의 음성을 들을 수 있으며, 그와 대화하고 교통할 수 있고, 또한 그와 합일(연합)과 일치의 경지에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그리고 또한 하나님 및 성령과 더불어 상호 내재의 신비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삼위일체론은 단순한 신학적 이론상의 주제나 교리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성도들의 매일 매일의 영성생활에 필요한 영성 신학적 주제로서, 우리의 기도생활이나 예배나 묵상시간에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적용되는 실재적인 원리가 되는 것이다.28)
4. 행방과 치유의 영성(Spirituality of Liberaton and Healing)
예 수의 영성의 네 번째 특징은 해방과 치유의 영성이다. 제3복음서 저자인 누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사명을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인용해서 다음과 같이 묘사해주고 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눅 4:18-19). 즉 누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사역의 궁극적 목적이 가난한 자들에게 구원의 기뿐 소식이 전해지고 또한 포로 된 자들 즉 자유를 빼앗긴 자들과 모든 종류의 억눌린 자들에게 참 자유와 해방을 가져오게 하는 일이라고 말해주고 있다.29)
예수님은 당시의 사회의 온갖 부조리와 종교의 타락 그리고 그로 인한 인간의 고통과 불행을 잘 알고 계셨으며, 우리 인간의 실상(實相)을 그들의 모든 멍에와 고통의 굴레에서 벗겨주고 참 자유와 놓임(해방)의 기쁨을 맛보게 하려 하신 것이다.(마11:28, 요4:14 참조)30)
예수님은 우리 인간의 참 자유와 해방이 먼저 인간의 내적 자유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다. 그래서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8:32)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예수님은 바로 "진리로 말미암은 자유"(freedom by truth)란 지고한 진리를 우리에게 말씀해 주신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예수의 해방의 영성과 자유함의 원리는 바로 "진리를 통한 자유"란 사실을 알게 된다.31)
한편 예수님은 우리에게 참 자유를 가져오시는 해방자이시며 우리의 모든 약한 것과 질병들을 근원적으로 치유해주시는 치유자이시기도 하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공생애를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말씀을 가르치는 일, (2)병자들을 고쳐주는 일, 그리고 (3)영적 충전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다. 그런데 복음서를 좀더 자세히 살펴볼 것 같으면, 예수님의 공생애의 기간 동안
아주 많은 시간이 각종 병자들을 고쳐주는 일에 할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예수님의 선교의 주된 목적이 복음을 전하는 일인지 아니면 병자들을 치유해주는 일인지 혼동을 일으킬 정도이다. 사실 예수님의 주변에는 항상 병자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병자들의 종류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거기에는 당시의 불치병인 문둥병을 비롯하여, 중풍병, 혈루증, 열병, 간질병, 고창병(수종병), 귀머거리, 소경, 벙어리, 앉은뱅이, 그리고 열러 중류의 귀신 들린자들과 심지어 죽은 자를 살리시기까지 하였다.32)
그러면 예수님의 치유사역의 가장 근원적이고 또한 직접적인 동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예수님의 가슴속에 불타고 있는 고통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의 발로라고 요약할 수 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을 바로 자신의 고통으로 통감하고, 그들이 겪고 있는 온갖 종류의 고통과 질고로부터 풀어주고 해방시키려 한 것이다. 예수님의 치유사역은 바로 모든 인간을 그들의 온갖 속박과 눌림, 그리고 온갖 종류의 고통과 질병의 굴레로부터 해방시키고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의 실현인 그의 선교사역의 동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33)
5. 화육과 새창조의 영성(Spirituality of Incarnation and Transformation)
예 수의 영성의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화육(incarnation)과 새창조의 원리이다. 제4복음서 저자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 세상에 오심과 삶의 의미, 다시 말하면 그의 존재의 영성적 의미(spiritual meaning)를 하나님의 말씀(Logos)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역사적 인물로 구체화된 사건으로 묘사하고 있다. 즉 사도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 전체 곧 그의 교훈과 사역의 전 과정을 하나님의 말씀인 이 로고스가 육화(肉化, incarnated)된 사건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의 이 세상에서의 활동의 전체 의미를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Logos)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1:14)고 기술하고 있다. 고대 교부들은 한결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 세상에 오신 목적과 사역의 의미를 "로고스(하나님의 말씀)가 인간이 되신 것은 바로 우리 인간을 자기 자신과 같은 신적인 거룩한 존재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표현하였다.34) 그런데 실은 요한복음 서두에서 사용된 이 "로고스"(Logos)란 단어는 단순히 "말씀"의 뜻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매우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 말이다. 본래 "로고스"란 말은 기원전 4-5세기부터 그리스 문화권에서는 우주 만물의 생성적 힘 또는 창조적 원리로서의 "이성"(Reason) 및 "정신"(Nous), 혹은 "관념"(Idea) 또는 "진리"(Truth)란 의미로 널리 쓰이던 말이었다. 이 로고스는, 동양 사상적 표현으로 말하자면, 우주만물의 근원 또는 생성적 원리인 도(道), 태극, 천(天). 성(誠), 혹은 리(理)와 유비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말씀이 육신이 되다"란 것을 동양 사상적 표현으로 하면 "도성인신"(道成人身) 곧 "하늘의 도가 화육되어 사람이 되다"란 말로 표현 될 수 있다. 즉 하늘의 영원한 진리가 한 사람의 모습으로 구체화되어 역사상에 나타났다는 말이다.35) 그러므로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예수의 영성의 특징인 화육의 진리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창조적 능력과 지혜인 로고스에 의한 우리 인간의 영성화 곧 영적 성장의 원리를 내포하고 있다.36)
Ⅴ. 나가는 말
기독교 영성은 바로 예수의 영성이라 할 수 있으며 삶의 궁극적 실체이신 하나님과의 만남(encounter)을 통한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요.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의 만남이며, 이 만남은 삶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목적의식을 갖게 하며 또한 삶에 대한 새로운 정서로서의 수용됨을 체험케 한다. 또한 영성은 새로운 이해와 내면적 수용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해준다.37)
성경에 나타나는 영성에 대한 개념으로 구약에서는 영, 육의 합일체로서 인간이 하나님과 갖는 교제(communion), 즉 관계성속에 이해되고 있으며, 신약에서는 예수님의 하나님과의 관계 체험 속에서 일그러진 하나님의 형상을 새롭게 창조하시는 생명의 본질로서 오신 "새창조의 영성"(new creation spirituality)이라 말할 수 있다. 성경에 나타난 영성 역시 하나님과의 관계 체험 속에 이뤄지는 삶의 전반적인 변화의 과정임을 제시해 주고 있다.38)
영성은 자기초월의 능력을 지닌 인간이 하나님, 인간, 자연과의 제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영적 심성으로서 인간의 삶의 전체 지향성과 관계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단지 선한 인간성의 함양, 즉 자아실현이 아니라 하나님을 체험하는 초월성이라고 할 수 있다.39)
영성이란 인간 속에 하나님을 섬기는 생명의 특질로서, 참 영성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가는 삶이다. 구체적이면서 공동체 속에서 실천되어지는 삶 전반을 가리켜 말한다. 즉 삼위일체이신 하나님의 역사를 통하여 하나님과의 관계성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변해가는 인간의 정신일체를 포괄한 삶 전체를 가리킨다고 하겠다.40)
예수의 영성은 예수님 자신이 이 땅에 사람으로 오셔서 우리 인생들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 앞으로 가는 모범의 길을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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