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운 목사ㆍ전 장신대 교수
교회에서 지키는 절기에는 주현절(Epiphany),사순절(Lent),오순절(Pentecost),대강절(Advent) 등이 있으며,그 중 개신교회에서 가장 중요시되고 있는 절기는 대림절 또는 강림절로도 불리는 대강절이다. 그런데 이 대강절에 대한 정확한 의미와 그에 따른 바른 이해에 대한 약간의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탄절을 4주간 앞두고 시작해서 지키는 '대강절'(待降節)은 문자적으로는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라는 뜻인데,그 '오심'(降)이 무엇을 뜻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논란은 그리스도의 성탄 즉 첫 번째 오심(성육신)을 기다리는 절기냐,아니면 역사의 마지막에 오실 재림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키는 절기냐 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다수의 교회에서는 첫번째 의미 즉 예수께서 2천년 전에 이 땅에 나신,곧 성육신 임마누엘의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날로만 생각하고 지키는 것이 현실이다. 예배에 관한 많은 책이 그렇게 쓰고 있고, 많은 목회자들이 그렇게 설교하고 있다. 그리고 기독교 역사상으로도 약 1천년 동안은 그러한 뜻으로만 지켜 왔다. 그러나 그 후 12세기부터는 그것이 더 넓은 뜻으로 해석 적용되어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는 절기로까지 의미가 확대된 것이다. 따라서 로마 가톨릭교회의 라틴어 전례용어(典禮用語)에서는 그리스도의 초림(성탄)과 재림 두 사실을 모두 지키는 절기로 되어 있다. 즉 그리스도의 성탄으로 하나님의 구원 사역이 시작된 것과,앞으로 세상의 종말에 심판주로 재림하심을 기다리는 절기로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의미가 부여된 것으로는 그리스도께서 지상 사역의 마지막에 제자들에게 약속하신 성령(보혜사)의 임재를 뜻하는 것이다. 즉 성령이 그리스도인들의 마음 속에 은혜로 임재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의미로까지 확대하면,대강절은 과거의 역사로는 그리스도의 탄생(성육신)으로 오셨음을,미래의 사실로는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오실 것을,현재의 사실로는 오순절에 강림하신 성령이 그리스도인들의 마음 속에 계속적으로 임재하시는 것을 다 포괄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이 대강절은 성탄절과 그 시기를 같이하는 것이,마치 부활절을 전후하여 사순절과 오순절이 있는 것처럼, 성탄절의 의미를 더 깊게 해 주는 절기인 점에서 유사점을 가진다.
'대강절'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그 어원적인 고찰을 하는 것이 한 가지 참고가 될 수 있다. 대강절에 해당되는 영어의 'Advent'는 라틴어 'ad(to)' 와 'ventire(come)'의 합성어로서,라틴어의 이 'ventire (오다)'가 역시 그리스도의 두 오심(ventire) 중에서 어느 하나를 가리키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으나,다만 현재로서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그리스도의 초림과 재림에 다 관련된 것으로, 또 하나 더한다면 성령의 임재까지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영어의 표기상의 차이로 보면, 'the Advent'로 쓰면 그리스도의 초림을 나타내고,'Advent'로 쓰면 그리스도의 재림을 나타내는데 라틴어로는 후자에 해당된다.
끝으로 오늘날 우리가 대강절을 지키는 실제를 두고 생각할 때에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일은 그를 맞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데,이러한 점에서는 재림에 더 무게가 실리고,오심의 사실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점에서는 그리스도의 초림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무엇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일은 과거에 일어난 사실에 대한 것으로서 미래의 사실에는 해당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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