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서 서론
에베소서는 옥중서신으로서 신약성경 중 10번째 책이다. 본 서신은 전통적으로 에베소의 성도들에게 보낸 편지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18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본 서신은 매우 많은 관심을 끌었으며 천사를 받았다. '칼빈'(Calvin)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서신이라고 말하였으며, '콜리지'(Coleridge)는 인간의 가장 신성한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였다.
그는 또 본 서신이 기독교의 독특한 교리를 간직하고 있으며, 동시에 모든 종교가 공유하고 있는 교훈까지 포함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에베소서는 분명히 바울서신 중에서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는 서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베소서에는 매우 구체적인 문제점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 문제점들은 18세기 말경부터 구체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점들은 극단적인 비평학자들에 의해서 제기된 것이 아니라 본 서신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문제점으로서 18세기 말경부터 시작된 비평학자들의 대두로 인해 구체화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었을 때 에베소서는 더욱더 위대한 서신이 될 것이며, 서신 중의 여왕이라는 찬사에 어울리는 중요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한편 본 서신의 중요성은 바울서신들과의 유사성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게 되기도 하였다. 즉 에베소서는 골로새서와 디모데전?후서 등의 바울서신과 매우 유사한 표현과 주제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 서신들의 유사성은 에베소서가 내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일례로 골로새서와 본 서신이 유사하다는 점은 에베소서의 기록 연대를 상당히 정확하게 지시해 준다. 여하튼 에베소서는 승리하여 존귀하게 된 교회 속에서 그리스도의 화해의 역사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점에 그 초점을 맞추었다. 본 서신은 무엇보다도 오늘날 교회의 에큐메니칼(ecumenical) 입장에 대한 관심으로 말미암아 기독교 공동체의 삶과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제1부 에베소서의 역사적인 배경
I. 저자 및 수신자
1. 저자
1) 전통적인 견해
에베소서는 '기독교 신앙의 정수를 뽑아낸 본질', 혹은 '고상하고 중요한 교리로 가득 찬 서신' 등의 찬사를 받아 왔다. 때문에 전통적인 학자들은 본 서신의 저자 문제에 관해서도 바울의 기록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18세기 말경부터 '튀빙겐'(Tuebingen) 학파를 필두로 하여 본 서신에 대한 바울 저작권을 부인하는 견해들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전통적인 학자들이 본 서신을 바울이 기록하였다고 주장하는 외증과 내증은 거의 압도적이다. 먼저 외증은 초대 교부들의 기록에서 풍부하게 발견된다.
① '이레니우스'(Irenaeus)는 본 서신의 권위를 명백하게 주장함과 아울러 엡 5:30을 인용하여 바울의 친저성을 주장하였다. ②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Clement)도 고린도전서와 갈라디아서처럼 에베소서도 바울 사도의 말이라고 주장하고 엡 5:21-25을 인용하였다. ③ 140년경에 정경 목록을 재정리하여 많은 성경을 제외시켰던 '말시온 정경'(Marcion Cannon)조차도 에베소서를 바울서신으로 보고 정경 목록에 수록하였다. 다만 '말시온 정경'에는 본 서신이 '라오디게아서'로 명칭이 바뀌어 수록되었다. ④ '말시온'의 비판적 정경 목록이 나온 지 한 세대 후에 '터툴리안'(Tertullian)은 '말시온'의 정경 목록에서 본 서신의 명칭을 '에베소서'로 정정하고 이 명칭이 교회의 옳은 전통인 점을 지적하였다. ⑤ 200년경의 '무라토리 단편'(Muratorian Fragment)에도 본 서신을 바울서신으로 그 목록에 정식으로 수록하였다. ⑥ 로마의 '클레멘트'(Clement)나 '사도들의 교훈집'(Didache), 혹은 바나바의 서신 등에도 본 서신의 영향을 받은 흔적들이 나타난다. ⑦ 그 외에도 풍부한 외증이 1세기 말경에 쓰여진 문헌들에서 발견되고(Ignatius, Policarp, Hippolytus), 2세기에 이르러서는 바울의 저작으로 공인되어 인용되었다.
예를 들면 갈라디아서는 33개, 빌립보서는 41개, 고린도후서는 95개, 로마서는 100개 이상, 고린도전서에는 180개나 독특한 용어가 나타난다. ② 비평학자들은 바울의 다른 서신과 에베소서의 문체상, 용어상 차이점과 더불어 골로새서와의 내용상 유사점을 근거로 본 서신의 바울 저작성을 부인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전통학자들의 견해는 매우 설득력 있다. 그들은 에베소서와 골로새서의 유사점은 오히려 두 서신이 거의 같은 시기에 기록되었다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비평학자들이 주장하는바 내용상 유사점조차도 엄밀한 의미에서 사상의 큰 차이점이 있음을 제시하였다. 즉 그들에 의하면 에베소서의 주제가 '교회'인데 반해 골로새서의 주제는 '그리스도'라는 것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구약성경에 대한 인용 문제인데 에베소서에는 8, 9회의 구약 인용이 나타나는 반면에 골로새서에는 단 한 번 밖에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비평학자들이 주장하는바 유사점이란 본 서신과 다른 바울서신과의 유사점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오히려 바울의 친저성에 대한 유력한 증거라고 할 수도 있다. ③ 에베소서가 취급한 교회론은 웅대한 사상을 내포한다. 그 사상이란 교회에 있어서의 유대인과 이방인의 통일을 논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바울에게 계시된 '비밀'이었다(참조, 엡 1:9 이하). 따라서 전통학자들은 바로 본 서신에 내포된 웅대한 사상을 어떤 다른 책에서 모방한 것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바울의 기록이 아니라고 할 만한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Chrysostom, Erasmus, Grotius, Coleridge). 이렇게 볼 때 에베소서에 대한 바울 저작권 문제는 전통적인 학자들에게 있어서 절대적이라 하겠다. 또한 에베소서 외의 바울서신에서 바울의 문장은 보통 간결하고도 직설적이다. 그런데 본 서신의 문체는 매우 정중하고도 난해하기 때문에 학자들은 이 점을 들어 본 서신을 바울의 편지로 보지 않는다. 두 번째로 에베소서는 사상면에서 다른 바울서신과 사뭇 다르다. 에베소서에 나타난 사상은 두 가지로서 하나는 유대인과 이방인의 결합이라는 교회 관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 관이다. 그런데 교회 관은 바울 시대 이후의 사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에베소서가 바울의 저작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모팻'은 바울이 교회의 일치를 성찬에 두고 자신의 교회관을 피력했던 고전 10:17의 메시지와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다음으로 그리스도관에 있어서도 에베소서의 강조점은 매우 비바울적이다. 왜냐하면 바울서신에서 바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십자가의 구속의 죽음에 입각한 그리스도관이었는데 에베소서에서 제시한 그리스도관은 십자가의 구속의 죽음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킬 뿐만 아니라 그와는 요원한 천지창조에 결부시켜 설명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에베소서의 문체가 골로새서와 너무 흡사하기 때문에 골로새서를 모방한 위작이라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물론 모든 병행 구절들이 완전하게 일치되는 것은 아니며 똑같은 특성을 지닌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굿스피드'는 본 서신을 618구절로 나누고 그중에서 550구절이 골로새서와 동일하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드 베테'도 에베소서 155구절 중에서 78구절이 골로새서와 같다고 주장하였다. 학자들이 공통된 본문이라고 지적한 것들을 열거하면 다음 표1과 같다 (참조, 에베소서 도표1). 특별히 '굿스피드'는 에베소서가 모든 바울서신 중에서 중요한 문구들을 발췌하여 모은 책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그에 따르면 에베소서와 골로새서, 그리고 다른 바울서신과의 유사성 문제가 모두 본 서신이 편집된 연유라고 한다. 따라서 그의 견해를 지지하는 비평학자들의 대부분은 바울이 에베소서의 저자일 것이라는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다. 더 나아가 '굿 스피드'는 두기고와 함께 바울서신을 골로새 교회에 보내는 역할을 담당했던 오네시모가 본 서신의 편집자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그 근거로서 학자들은 바울이 항상 사용하였던 개인적인 인사말이 일체 생략되어 있음을 들었다(Holtzmann, Schwegler). ① 사본으로서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는 시내(?) 사본, 바티칸(B) 사본 등에는 엡 1:1의 '에베소에 있는'이라는 구절이 생략되어 나타난다. ② 고대 사본들에는 '에베소에 있는'이란 말이 '성도들인 자들에게'라고만 되어 있었으며 이 사실은 4세기의 '바실'(Basil) 시대에도 확인되었다(Origen). 따라서 학자들은 '에베소'에 대한 언급이 4세기 후반에서야 비로소 본문에 첨가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③ '말시온'(Marcion)은 자신의 신약 정경 목록에서 본 서신을 '라오디게아서'라고 명명하였다. 따라서 학자들은 본 서신이 최소한 에베소 교인들에게 전달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히 '하르낙'(Harnack)은 '말시온'의 설을 지지하여 본 서신이 라오디게아 교회로 전달되었으나 계시록에서 이 교회가 책망 받은 불명예스런 교회로 낙인찍혔기 때문에(참조, 계 3:15이하) 라오디게아라는 명칭이 생략되었고, 후대에 '에베소서'라는 명칭이 첨가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다음은 내증으로서 비평학자들은 에베소서에서 에베소 교인들에게 보내는 바울의 인사말이 없음을 주목하였다. 즉 에베소에서 바울은 3년 동안 전도활동을 하였고, 그가 에베소를 떠날 때에는 에베소 교인들이 바울의 목을 안고 울었다고 하였는데(참조, 행 20:37, 38), 그만큼 정열을 쏟은 교회와 교인들에게 인사말 한 마디 쓰지 않았다는 사실은 본 서신의 수신자가 에베소 교인들이 아니라는 증거이다(Findlay). 더욱이 엡 1:15에 의하면 바울은 본 서신의 수신자의 신앙을 안 지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는 바울과 에베소 교회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에베소설에 대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통주의적인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에베소설 지지 또한 강력하다(Bengel, Neander, Harless, Hort, Weiss). 이들 학자들은 우선 '에베소에 있는'이라는 구절이 시내 사본에는 없지만 다른 사본들에는 이 구절이 나타나 있음을 주목하고 고대 교부들의 문헌을 통하여 이 점을 확인하려고 하였다. 그 결과 그들은 고대의 모든 번역 성경에 이 구절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초대교회 교부들인 '이레니우스', '오리겐', '터툴리안' 등이 본 서신을 에베소서로 취급하였다고 주장한다. 또 이들 학자들은 바울이 다른 서신들에서 항상 수신자의 이름을 썼던 경우(참조, 고전 1:1; 고후 1:1; 갈 1:2)를 예로 들어 '에베소에 있는'이란 구절이 기록 당시부터 있었다고 주장한다. 만일 이 구절이 처음부터 기록되지 않았다면 엡 1:15; 2:11; 3:1; 4:17; 6:21의 사실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에베소와 친밀한 관계에 있었던 바울이 에베소 교인들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본 서신의 수신자는 에베소 교인들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본 서신의 수신자가 에베소 교인들인가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함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연구는 매우 설득력이 있다. 최근 본 서신의 수신자 문제를 논의하는 학자들은 '라이트푸트'(Lightfoot)를 비롯한 '잔'(Zahn), '디이슨'(Thiessen) 등이다. 이들 학자들은 바울이 기록할 당시에는 에베소에 보내기 위해 본 서신을 기록하였고 또한 전달했으나 에베소 교회를 중심으로 주변 교회들 사이에서 회람되었다고 결론짓는다. 또한 이들은 본 서신의 수신자가 에베소 교인들이라는 분명한 구절로서 표현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본 서신의 사본이 에베소에 보관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본 서신이 에베소서라고 불릴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실, 곧 바울과 빌립보 교회의 잦은 내왕은 로마에서보다는 에베소에서가 훨씬 용이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 학설이 제시하는 가정은 충분한 개연성을 갖는다. 하지만 바울이 에베소에서 투옥되었다는 사실이 사도행전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그 투옥 기간이 짧았거나 특기할 만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서신이 에베소에서 기록되었다고 보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더욱이 거의 같은 시기에 쓰여진 서신으로 알려진 빌립보서나 빌레몬서와 같은 옥중서신들이 짧은 에베소 투옥 기간에 기록되었다고 보기에는 매우 부자연스럽다(Feine, Michael). 두 번째로 거의 같은 시기에 기록된 서신으로 알려진 빌립보서에 의하면 '시위대'(빌 1:13)나 '가이사', '집'(빌 4:22) 등의 표현들이 나타나는데 이 점은 로마의 분위기를 잘 설명해 주는 술어들이다. 세 번째로 가이사랴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제기한 문제로서 로마는 에베소와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디모데 등이 쉽게 내왕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전통주의적인 학자들은 당시의 로마 도로를 반박 근거로 든다. 즉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로마는 매우 뛰어난 도로망을 갖추었었다. 따라서 에베소와 로마 사이의 왕래는 거리의 멀고 가까움을 떠나서 내왕이 가능했었다.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학자들은 무라토리 단편에서 자신들의 주장에 걸맞은 외증을 찾아냈다. 즉 2세기 말엽에 기독교 저술 목록을 정리한 한 파편에서 에베소서 사본의 일부와 그 기록 장소가 로마라는 인용문이 발견되었다. 이렇게 볼 때 본 서신의 기록 장소의 문제는 분명해졌으며, 따라서 본 서신의 기록 연대를 결정하는 문제도 매우 용이하게 되었다. 그런데 오네시모는 빌레몬서를 자신의 주인인 빌레몬에게 전달하기 위해 동행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바울은 거짓 교사에 의해 신앙이 문란해진 골로새 교회의 신앙을 바로잡기 위하여 골로새서를 기록하였고, 자신의 주요 전도지였던 에베소 부근의 교회들에게 보내는 에베소서를 기록하여 두기고에게 전달하게 하였다. 또한 로마 감옥에서 바울을 만나 회개한 오네시모를 주인 빌레몬에게 돌려보내기 위해 빌레몬서를 기록하여 브루기아 지방으로 보냈다. 이렇게 볼 때 에베소서를 기록한 시기는 바울이 로마에 도착한 후 골로새 교회의 소식을 듣기까지 소요된 시간과 오네시모를 회개시키기 위해 소요된 시일이 경과된 시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그 시기는 바울이 투옥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일 것이다. 그런데 바울이 로마에서 1차 투옥된 때가 61년이므로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라면 61년 말 내지 62년 초 정도이다. 따라서 에베소서의 기록 연대는 약 62년경으로 봄이 타탕하다 하겠다. 다음으로는 연관된 목적으로서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영광스런 속죄적 은혜를 알려 주어 세상에 대하여는 축복이 되며 악에 대하여는 굳게 서서 구속주에게 영광을 돌리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영원하신 하나님의 섭리가 교회의 진정한 기초라고 분명히 기록하였다(참조, 엡 1:3-14). 그것은 곧 그리스도 자신이 교회의 기초임을 밝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 우주를 통치하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성도들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점이 본 서신이 갖는 가장 큰 목적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바울은 교회를 몸과 건물과 그리스도의 신부 등으로 표현하였으며, 해설과 권면 등 정중하면서도 단호한 표현들을 사용하였다(Beare). 그러나 에베소서가 다른 서신들에 비하여 많은 병행구를 지닌 것은 분명하지만 '굿스피드'나 '미튼'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 유사성으로 인해 에베소서가 바울서신의 모자이크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일례로 빌립보서도 다른 바울서신들과 많은 병행구를 가진다. 그렇다고 해서 빌립보서를 바울서신의 모자이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에베소서도 바울서신들과 유사성을 지니는 것은 분명하며 특징적이지만 본 서신의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 한편 본 서신이 다른 바울서신들과 많은 병행구를 포함한다는 사실과 함께 에베소서의 특징적인 어휘의 사용 문제가 본 서신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특징적인 어휘의 사용조차도 에베소서의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에베소서가 쓰여질 당시와 에베소에 대한 바울의 특별한 배려와 관계 등을 고려해 볼 때 특징적인 어휘의 사용은 충분히 설명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는 성령에 의한 보증과 기도, 명상 등 그리스도인의 영적인 특권에 대해 다룬다. 두 번째 부분(참조, 엡 4:1-6:24)은 매우 실제적인 실천 문제를 다루는데 바울은 네 가지 영역에서 훈계하였다. 즉 신자는 교회 안에서 하나됨을 유지하여야 한다. 또한 사회 속에서는 순결하고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 셋째, 가정에서는 사랑과 존경을 나타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탄과 어두움의 세력에 대해서는 영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는 등의 교훈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바울은 에베소서를 통하여 교회론의 신기원을 마련하였으며,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는 교회 상을 요구하였다. 자세한 구조 분석은 <도표 2>를 참조하라 (참조, 에베소서 도표2). 왜냐하면 교회의 머리라는 표현은 골로새서에만 언급되어 있는데 골로새서에서 이 표현은 바울의 기독론 진술과 명백한 관련을 가지기 때문이다. 만약 그리스도가 우주의 머리요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자이시며, 또한 만물을 통치하시는 탁월한 분이시라면 그는 또한 교회의 머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회에 대한 그리스도의 주권은 특별한 중요성과 권위를 갖는다. 그리고 바울은 그리스도의 이 같은 권위를 십자가상에서의 그리스도의 몸의 죽음과 또한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된 새로운 생명, 곧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그리스도의 생명에 의존하여 설명한다. 곧 성령에 의하여 새롭게 된 그리스도의 생명을 영접한 성도들의 공동체는 지상에서의 그리스도의 몸을 구성한다. 이것이 곧 교회이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이 몸을 그리스도 자신의 생명으로 가득 채우시기 때문에 결국 그리스도는 지상적인 교회의 존재를 천상적인 교회의 존재로 승화시킨다. 물론 천상적인 교회라고 해서 더 이상 세상 중에서의 경험적인 삶을 살지 않는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바울은 교회의 영성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하였지만 그것 못지않게 윤리적인 실천 문제를 가르치기 위해 편지들을 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이 가르치는바 교회의 궁극적인 기원과 귀결은 하나님의 영원하신 뜻 속에 숨겨진 경륜 속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는 만세 전에 만물을 지으시고 충만케 하신 그리스도의 충만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바울은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 십자가상에서 죽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신앙의 중심으로 삼으면서도 창조의 하나님의 경륜을 제시한 것이다. 다음으로 바울이 에베소서에서 제시하는바 교회의 사명은 유대인과 이방인의 화해를 넘어서고, 또한 인류 속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불화의 치유를 넘어서며, 그 위에 인간들을 하나님께로부터 단절시켜 버리는 소외감을 극복하는 일 등이다. 이처럼 바울은 교회의 사명의 영역을 넓혀 감으로써 하나님께서 교회를 세우신 목적이 만유와의 결합이요, 일치요, 화해라는 점을 가르치려 하였다. 곧 만유는 교회 존재의 목적이며 교회의 머리로부터 흘러나오는 은총의 수혜자들이다. 심지어 엡 3:10에서는 하늘의 정사와 권세들에게 하나님의 지혜를 알게 하는 것도 교회라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교회를 사랑하시며 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기에 합당한 그릇이 되도록 교회를 위하여 일하신다. 또 사도 바울도 이 일을 위하여 고난 받았다. 그리고 성도들도 이 점에 있어서 일익을 담당한다. 즉 몸의 성장을 돕기 위하여 그리스도는 교회 위에 여러 은사를 주셨으므로 사도들과 전도자들과 성도들은 지체로서 각 지체가 각기 자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각 지체들을 훈련하고 경계하여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충만한 분량에 이르도록 힘써야 한다. 다시 말해서 각 지체가 자기의 받은 은사에 따라서 그 독특한 활동을 수행할 때에 몸은 자라는 것이다. 그 머리에서부터 비롯된 공동의 삶을 누리기 때문에 몸은 사랑 안에서 함께 성장하여 주를 섬기는 것이다. 이처럼 바울이 선포한 하나님은 영원하고 거룩하며 선견을 소유하셨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구속자이시다. 곧 하나님께서 사랑의 승리를 이루신 것은 그리스도의 죽음 가운데서였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자신의 목적을 이루실 것이다(참조, 막 10:45; 엡 1:7; 5:2). 더욱이 바울은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과의 완전한 교제를 가르쳤다(참조, 엡 4:21). 따라서 에베소서의 언어, 특히 그리스도론은 삼위일체적 언어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즉 바울은 성부의 최고 권위를 인정하고(참조, 엡 1:17; 4:30; 5:20), 그리스도와 성령의 사역을 가르쳤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에베소서의 그리스도론을 살펴보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바울적이다. 즉 에베소서에서 '하나님의 아들'(엡 4:13)이라는 표현은 단지 한 번 나타날 뿐이고 '사랑하시는'이라는 수식어는 신약성경에서 메시아적 호칭으로 사용되었다(비교, 마 12:8; 엡 1:6). 반면에 그리스도는 인류 전체의 구세주라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몸인 교회의 구세주로 사용되었음을 주목해야 한다(참조, 엡 5:23; 요일 4:14). 더욱이 에베소서에서는 선교적 관심을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에베소서가 목적하는바 교회와 성도들의 통일성 및 성숙에 초점이 맞추어진 결과인 듯하다. 즉 에베소서에서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새로운 성전의 중심 주춧돌로서의 교회의 머리일 뿐만 아니라(참조, 엡 2:20), 그리스도는 피조물 전체의 머리이다(참조, 엡 1:22). 따라서 바울이 제시하는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우편에 들어 올림을 받은 분이시며, 목회적 은사의 근원이 되시는 분이시다(참조, 엡 1:20; 4:11).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는 허물과 죄로 인해 죽은 자에 대해서조차도 소망을 갖게 하신다(참조, 엡 5:14). 이처럼 바울은 그리스도론을 논함에 있어서 창조된 우주에 대한 그리스도의 권위를 강조하였다. 특히 그들은 골로새서와의 관계에서 보다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였다. 두 번째로 그들은 다른 바울서신의 한 구절과 에베소서의 둘 이상의 구절들이 서로 대응 관계에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비교, 롬 1:21-24과 엡 4:17-19; 롬 3:20-4:2과 엡 1:7, 19; 2:5, 8; 롬 5:1, 2과 엡 2:17, 18; 3:11, 12; 롬 8:9-39과 엡 1:4-7, 11, 13, 14, 21; 3:6, 16, 18, 19). 물론 전통적인 학자들도 이 점에 대해서 부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에베소서에서는 다른 바울서신들과는 달리 각 교회가 처한 특별한 문제들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본 서신과 가장 밀접한 유사 구절들이 다른 바울서신들의 중요한 교리적 구절들이 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며, 또한 사실이 그렇다. 다만 전통적인 학자들은 본 서신을 위서의 하나로서 보려는 비평학자들의 비평적 관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세 번째로 비평학자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에베소서의 90% 이상이 다른 서신들 안에서 대응되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골로새서와의 관계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하지만 에베소서와 바울서신 사이의 관계는 단순한 숫자들로부터 결론에 이를 수 없다. 왜냐하면 각 서신들의 서로 다른 주제와 그 서신들의 다양한 문제 접근 방식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바울은 수신자의 특별한 사정을 염두에 두고 서신들을 썼던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그 서신들 사이의 어휘 중복 현상이나 주제의 중복 등을 자동적으로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반면에 에베소서는 주된 주제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구속 사역에 대한 교리적 실천적 적용'이며, 바울이 다른 서신들에서 특별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권면할 때 본 서신에서 발견되는 주제의 일부와 유사 어휘 및 유사 구절들이 반복되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따라서 에베소서와 바울서신간의 유사성은 인정하되 그것에 따른 결론은 신약성경의 제서에 대한 고찰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 그 외에도 그는 에베소서에서 요한의 어휘들이라고 생각되는 어휘들을 발견하여 제시하였다. 예를 들면 빛과 어두움, 생명과 죽음, 사랑, 지식 등이다. 더욱이 그는 에베소서에 나타난 교회의 통일성에 대한 강조는 다른 바울서신의 교리에서 온 것이라기보다 요 17장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외에도 주제 면에서 요한복음과 에베소서간의 유사점은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예를 들어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의 생명을 발견하는 그리스도인(참조, 요 15:1-7),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거하심(참조, 요 14:20; 15:4-7; 엡 3:17),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예수(참조, 요 3:35; 10:17; 15:9; 17:23-26; 엡 1:6), 교회를 깨끗케 하시고 거룩하게 하심(참조, 요 15:3; 17:17, 19; 엡 5:26; 요일 1:7), 그리스도의 강림과 승천(참조, 요 3:13, 31; 7:39; 엡 4:9) 등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 있어서도 문자적인 유사성은 주장될 수 없을 뿐더러 바울의 저작성이나 본 서신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된 거의 모든 유사 구절들은 요한의 저술들보다 훨씬 더 이전에 기록된 문헌들 안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유사 구절들은 결코 에베소서와 요한 저술들에만 나타나는 언어나 사상이 결코 아닌 보편적인 언어요, 사상들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 같은 유사점의 발견으로 인해 에베소서가 베드로전서를 차용했다거나 혹은 반대로 베드로전서가 에베소서를 의존했다고 주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초대교회의 서로 다른 저자들이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행위에 대하여 말하기 위해 사용했던 용어들은 거의가 유사성을 띠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주장을 내세우는 학자들조차 두 서신 사이의 차용 방향에 대해 아무런 일치점도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유사성은 본 서신이 다른 바울서신에 비해 사색적인 서신임을 보여준다. 즉 다른 바울서신이 특수한 환경에서 일어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써 쓰여진 서신들이었다면 에베소서는 비교적 안정된 분위기에서 지난 일들을 회고하면서 쓴 글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 점에 대해서는 '루터'(Luther)가 갈라디아서를 좋아했고, '칼빈'(Calvin)이 에베소서를 좋아했던 이유에서 루터와 칼빈의 행동과 사색에 대한 실마리를 준다고도 하겠다.
다음으로 에베소서의 바울 저작에 대한 내증은 주로 비평학자들에 대한 견해를 반박하는 답변으로서 매우 유용하다. ① 비평학자들은 에베소서의 문체나 용어가 매우 특이하기 때문에 바울의 문체에서 벗어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통적인 학자들은 비록 본 서신의 문체가 특이하고 용어가 바울의 다른 서신에 비해 다소 생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바울 저작을 부인할만한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에베소서의 논점이 특이하고 그 환경이 특이한 것으로 인해 빚어진, 있을 수 있는 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그들은 비평학자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엡 6:10-17에 대해 이 부분은 영적 전쟁을 기록함으로써 군사상의 전문 용어가 사용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하고 다른 서신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되는 독특한 용어들을 제시하였다.
2) 진보적인 견해
전통적인 학자들이 주장하는바 본 서신에 대한 바울 저작의 신념이 비록 절대적이라 할지라도 신약 성경 중에서 에베소서의 저자 문제만큼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책도 없을 것이다. 대표적인 비평학자들로는 튀빙겐 학파의 '바우어'(Bauer)와 '쉬베글러'(Schwegler), 그리고 튀빙겐 이후의 신약학자들인 '드 베테'(De Wette), '스코트'(Scott), '모팻'(Moffatt), '굿스피드'(Goodspeed) 등이 에베소서의 바울 저작에 대해 반대한다. 그들의 제견해를 요약하면 대략 세 가지로 대별된다. 먼저 에베소서에서 사용된 용어 및 문체가 매우 특이하다. 예를 들어 에베소서에서 사용된 단어 중 '비밀'(엡 1:9), '경륜'(엡 1:10), '기업'(엡 1:14), '마귀'(엡 4:27) 등의 용어들은 한글 개역 성경에서 번역할 때 구분 없이 용어를 선택한 결과 헬라어 원문상의 구분을 무시하였지만, 헬라어 성경에 따르면 이 용어들은 매우 독특하며 에베소서에서만 사용된 것들이다.
2. 수신자
본 서신의 수신자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바울이 에베소서를 기록하였는가 하는 문제만큼이나 많이 논의되었다. 특히 수신자의 문제는 비평학자들에 의한 문제 제기보다도 강력한 옛 문헌의 외증에 의해 에베소설이 의심을 받게 되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먼저 수신자가 에베소 교인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문제 제기에 대한 외증이다.
II. 기록 연대
1. 기록 장소
에베소서의 기록 연대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기록된 장소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에베소서는 옥중서신으로 알려졌으나 그가 투옥되었던 감옥이 어느 곳이었으며, 몇 번째 투옥 시기에 본 서신이 쓰여졌는지의 여부가 본 서신의 기록 연대 문체와 결부되기 때문이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바울이 투옥된 곳은 빌립보(참조, 행 16:19-24), 가이사랴(참조, 행 23:12-35), 그리고 로마(참조, 행 28:16-22) 등이다. 그러나 빌립보에서 투옥된 바울은 단지 하루 동안의 투옥이었기 때문에 에베소서를 기록한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하겠다. 그런데 최근 학자들은 에베소에서의 수난을 에베소에서의 투옥으로 간주하여(참조, 고전 15:32) 에베소에서 본 서신을 기록하였다는 주장을 편다. 따라서 본 서신의 기록 장소로 대두된 견해들은 가이사랴설, 에베소설, 로마설 등이다.
1) 가이사랴설
바울이 제3차 전도 여행에서 돌아와 예루살렘에서 체포된 후 가이사랴에서 옥중 생활을 한 것은 약 2년 정도 된다(참조, 행 23:33; 24:27). 그런데 학자들은 에베소서뿐만 아니라 골로새서와 빌레몬서와 같은 서신들을 소아시아 등지에 보내기 위해서는 로마보다 가이사랴가 더 용이하다는 점을 들어 바울이 로마로 호송되기 전에 투옥되었던 가이사랴에서 본 서신을 기록하였을 것이라고 한다(Reuss, Hilgenfeld, Holtzmann, Schenkel, Meyer, Weiss). 또한 이들은 오네시모가 도주한 곳도 로마보다는 가이사랴가 더욱 타당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옥중서신에서 바울이 소아시아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참조, 빌 2:24; 몬 1:22). 즉 바울이 가이사랴에 투옥되어 있었을 때 본 서신을 기록하였다면 지역적으로 가까운 소아시아에 대한 염려나 방문을 소망할 필요가 없었을 뿐더러 바울이 가이사랴에서 투옥되기 전후에는 로마 방문을 희망했던 사실(참조, 행 23:11; 25:11)과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본 서신이 가이사랴에서 투옥되었을 때 기록되었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
2) 에베소설
에베소서의 기록 장소가 에베소일 것이라는 주장은 최근에 대두된 학설로서 '다이스만'(Deissmann), '레이크'(Lake) 등이 주장한다. 그들은 그 근거로서 먼저 사도행전에 언급된 세 차례에 걸친 투옥 기사 외에도 몇 차례의 투옥 경험이 있었다는 점을 든다(참조, 고후 11:23). 특히 그들은 고전 15:32과 고후 1:8-10에서 바울이 에베소에서의 수난을 회상하는데 그것은 에베소에서의 투옥 경험에 대한 회상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근거로는 바울이 빌립보 교회에 디모데를 속히 보내기로 했는데(참조, 빌 2:19), 이때 빌립보 교회와 바울 사이의 잦은 소식 내왕이 있었다.
3) 로마설
에베소서가 바울에 의해 로마에서 기록되었다는 주장은 전통적인 학설로서 가장 자연스럽고 권위 있는 근거들도 많다. 먼저 바울은 로마에서 비록 투옥된 몸이었지만 자신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져 2년여 간 지낼 수 있었다(참조, 행 28:16-31). 그리고 이 시기는 그에게 있어서 에베소서를 비롯한 다른 서신들을 기록하기에 좋은 기회였다.
2. 기록 연대
에베소서의 기록 연대를 결정하는 문제는 기록 장소 문제를 해결하는 것 외에도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문제가 남는다. 그것은 옥중서신인 에베소서, 골로새서, 빌레몬서 등과의 관계성이다. 그런데 이 관계성 문제로 인해 본 서신의 기록 연대가 두 가지고 나누인다. 먼저 에베소서를 옥중서신의 하나로 보고 빌레몬서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은 엡 6:21과 골 4:7을 근거로 에베소서와 골로새서는 두기고가 전달하였다고 주장하고, 골 4:9을 근거로 두기고와 함께 오네시모도 동행하였다고 한다.
한편 에베소서를 옥중서신의 하나로 보지 않는 학자들은 위와 같은 결론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대부분 튀빙겐 학파 계열의 비평학자들인 이들은 본 서신이 바울 사후 얼마 되지 않아 기록되었다고 주장하여 그 기록 연대를 약 75-80년 사이로 본다(Ewald). 이 외에도 에베소서의 기록 연대에 관한 제견해들은 모두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예를 들어 '맥기퍼트'(McGiffert)는 55-58설을 주장하고, '데이빗슨'(Davidson) 등은 130-140년설을 주장하는데 이들 견해들은 오늘날 학자들에 의해 극단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뿐이다.
III. 기록 목적
에베소는 바울의 전도 여행 중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유대인 회당과 두란노 서원 등지에서 전력을 기울여 전도 활동을 했던 곳도 에베소였으며, 에베소의 개교회뿐만 아니라 주변의 골로새, 라오디게아 교회 전도에 있어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한 곳이 바로 에베소였다. 한마디로 에베소는 예루살렘, 안디옥을 이은 제3의 그리스도교 중심지였다. 때문에 에베소에 보내는 서신에는 먼저 그곳의 성도들의 신앙과 사랑에 대한 바울의 만족스러움이 표현되었다. 이것이 에베소서의 첫째 되는 목적이었다.
Ⅳ. 특징 및 구조
1. 특징
1) 문체적인 특징
에베소서의 문체는 학자들에 의해서 매우 특징적으로 다양하게 묘사되었다. 예를 들어 '굿스피드'(Goodspeed)는 에베소서의 문체를 '찬송적 예배 의식적 문체'라고 불렀고, '캐제만'(Kaesemann)은 '묵상적 찬미적 문체'라고 하였으며, '바르트'(Barth)도 '기도가 충만한 예배 의식적인 문체'라고 극찬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묘사에서 나타나듯이 에베소서의 문체는 다른 바울서신들의 문체와 상당히 다르다. 에베소서의 문체는 지나칠 정도로 길고 복합적이며 중복되어 나타나는 동의어들과 연결 어미를 사용하여 문장을 끝없이 연결시켜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다른 바울서신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지만 복합적이며 중복되는 문장의 사용은 다른 바울서신에 비해 약 4배 정도가 더 많이 나타난다(Kuhn). 한때 학자들은 이러한 에베소서의 문체적인 특징을 근거로 본 서신에 대한 바울 저작성을 의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본 서신의 문체가 복잡한 만연체라고 하더라도 낯익은 바울적 어구와 사상 등이 나타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때문에 에베소서가 다른 바울서신과 구별되는 점은 비바울적인 문체가 사용되었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에베소서가 바울적인 예배 언어를 집중적으로 사용하였다는 특징에서 찾아야 한다.
2) 다른 서신들과의 유사성
'굿스피드'나 '미튼'(Mitton) 같은 학자들에 의해서 에베소서는 '바울서신의 모자이크와 같은 작품'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에베소서는 초기 기독교 문헌들로부터 비롯된 많은 표현들을 포함한 데 연유한 것이었다. 특히 '굿스피드'는 에베소서 내의 618개 어구들 중에서 550개의 어구들은 다른 바울서신들 속에서 단어나 혹은 내용에 있어서 확실하게 병행적인 어구들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미튼'도 '굿스피드'의 견해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에베소서와 바울서신들 사이에서 병행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그 근거로 약 250개 정도의 병행구를 제시하였다.
2. 구조
에베소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부분은(참조, 엡 1:1-3:21) 간단한 서언으로 시작하여 하나님께 드리는 아름다운 찬양으로 나아간다. 이 찬양 속에서 바울은 성부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을 축복하신 그 모든 방법들을 인하여 감사드린다.
제2부 에베소서의 특별 주제들
I. 에베소서에 나타난 신학적 주제들
1. 교회론
에베소서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취급된 교리는 교회론이다. 교회를 묘사하기 위해서 바울은 '그리스도의 몸'(참조, 엡 1:23; 4:3-16), '그리스도의 신부'(참조, 엡 5:22-24), '성령의 전'(참조, 엡 2:19-22) 등 세 가지의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였다. 본 서신에서 교회를 가장 잘 정의한 개념은 몸의 개념인데 그리스도는 그 몸의 머리이다. 그런데 비평학자들은 그리스도가 그 몸의 머리라는 구절의 첨가로 인해 에베소서가 바울의 기록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 표현은 분명히 바울의 사고방식과 언어 표현 방식에 발전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으로 인해 비바울적 요소의 첨가를 주장하려는 의도는 무리한 주장이다.
2. 그리스도론
바울은 에베소서에서 그리스도론을 제시함에 있어서 다른 바울서신에서 십자가상의 그리스도 사역을 강조한 것과는 달리 만세 전에 창조주 하나님께서 자신의 사랑으로 사람들을 구원하고 또한 자신의 뜻에 따라 우주를 만드신 계획의 영역에서 그리스도를 설명한다(참조, 엡 1:4-6). 그리고 그는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로 하여금 구원의 시대를 여시게 하셨고 기독교인들에게는 하나님을 지극히 영광스러운 아버지요 자비롭고 사랑이 많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로서 찬미하도록 예정하셨다고 하였다.
II. 에베소서와 다른 신약성경과의 관계
에베소서는 신약성경의 모자이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약성경 전반에 걸쳐 유사점을 포함한다고 지적받아 왔다. 누가복음 및 사도행전과의 관계에서 내용상의 유사점이 발견되는가 하면 요한복음 및 요한서신들과의 관계에서 용어와 내용상 유사점이 지적되었다. 특히 바울서신과의 유사점은 바울서신의 수집 과정에서 경구들만 모아 새로운 책을 만든 것이 본 서신이라는 오해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에베소서와 신약성경의 다른 책들과의 관계는 에베소서의 진정성 문제를 의심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바울의 독특한 문체와 그가 처했던 상황 및 시기에 대한 어떤 암시를 포함하는지의 여부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 누가복음 및 사도행전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에서 강조된 사건들이 에베소서에서도 강조되었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예를 들어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에는 그리스도의 승천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참조, 눅 24:51; 행 1:9; 2:32-36; 7:55), 이 점은 에베소서에서도 마찬가지이다(참조, 엡 1:20; 4:8-10). 또 문자적인 의존성의 예로는 '그(하나님의) 기쁘신 뜻대로'(참조, 눅 2:14; 엡 1:5), '주의 앞에서 성결과 의로 두려움이 없이 섬기게 하리라'(참조, 눅 1:75; 엡 4:24), 빛과 어두움의 비교(참조, 눅 11:33-36; 행 26:18; 엡 5:8-13), 허리띠(참조, 눅 12:35; 엡 6:14) 등을 열거할 수 있다. 그러나 누가복음과 사도행전, 그리고 에베소서에서 내용상 강조적 유사성으로 밝혀진 것들은 다른 바울서신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강조점들일 뿐만 아니라 사실상 이러한 문제는 교리의 초기로서 어느 경우에라도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문자적인 의존성은 에베소서가 위서라는 점을 알려 주기보다는 오히려 에베소서가 쓰여진 시기를 가리키는 지표가 된다. 왜냐하면 문자적 유사성으로 지적된 용어들은 초대교회 당시에 매우 일반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유사 구절에 대한 설명으로 에베소서 저자가 사도행전에서 누가가 이미 기록해 놓은 설교 내용을 어느 정도 참작했으리라는 견해는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유사 구절들로부터 문자적 의존성을 주장하려는 것은 무리한 추론이다. 오히려 이 같은 유사 구절들은 사도행전과 에베소서의 진리성을 더욱 확증해 주는 근거들이 된다.
2. 바울서신
에베소서와 바울서신의 관계는 매우 광범위한 유사성을 포함한다. 특히 에베소서와 바울서신 사이의 유사성은 에베소서의 저가 문제와 결부되어 비평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들이 제시하는 세 가지 유사성을 살펴보면 우선 그들은 다른 바울서신들 가운데 나타난 몇몇 구절들의 내용을 융합한 구절이 에베소서 안에서 나타났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3. 요한복음 및 요한서신
에베소서와 요한복음 및 요한서신의 유사성은 요한의 신학과 용어의 영향을 에베소서의 저자가 받았다는 주장에서부터 유래하였다(Moffatt). '모팻'은 에베소서의 저자가 요한복음과 요한서신들이 기록되었던 환경 속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에베소서가 다른 바울서신들에 비해 보다 실감 있는 내세론을 강력하게 내세우는데, 이는 요한신학의 영향이라고 하였다.
4. 베드로전서
베드로전서와 에베소서 사이에도 중요한 유사 구절들이 발견된다. 서두에 나오는 찬미가 비슷하고, 남편과 아내, 주인과 종의 관계를 다루는 방법도 비슷하다(비교, 엡 5:22-33; 6:5-9; 벧전 2:18-3:7). 또한 그리스도의 승천과 모든 권세들의 능력들이 그리스도에게 복종하는 일에 대한 언급도 유사 구절을 포함한다(비교, 엡 1:20, 21; 벧전 3:22). 이 외에 그리스도인의 영적 투쟁(비교, 엡 6:10 이하; 벧전 5:8, 9), 창세전부터 계셨던 하나님의 목적(비교, 엡 1:4; 벧전 1:19, 20), 하나님의 소유가 된 백성(비교, 엡 1:14; 벧전 2:9), 육체의 정욕, 그리고 순종과 불순종의 자녀(비교, 엡 2:2, 3; 벧전 1:14; 2:11), 전에는 숨겨졌으나 이제는 밝히 드러난 복음과 천사들과의 교제(비교, 엡 3:5, 6, 10; 벧전 1:10 이하), 모든 악한 일과 모든 비방을 버리는 일(비교, 엡 4:25, 31; 벧전 2:1) 등의 주제에 있어서도 두 서신 사이에 유사점이 발견된다.
5. 히브리서
히브리서와 에베소서의 유사점은 교리적인 면과 유사 구절 두 가지이다. 먼저 교리적인 면에서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교회 숙정, 그리스도의 부활 승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나아가는 성도들에 관한 내용들이 유사하다. 다음으로 유사 구절들은 에베소서와 다른 바울서신과의 관계에서 볼 때 두드러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사 구절의 포함으로 인해 에베소서를 히브리서의 유사 저작이라고 보는 견해는 지나치다. 왜냐하면 신약성경 정경화 과정에서 에베소서보다는 히브리서가 더 정경성 시비 논쟁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에베소서는 바울서신을 비롯하여 복음서, 일반서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유사 구절 및 주제 등을 포함한다는 것을 알았다. 즉 에베소서가 다른 서신들보다 신약성경 제서와의 사이에 더 많은 유사 구절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은 에베소서가 논쟁적인 성격의 서신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취급된 다른 서신들에 비하여 설교와 가르침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기독교 용어가 많이 중복되어 나타나는 것은 매우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더욱이 에베소서가 바울서신들 중에서도 후기 작품으로서 가장 원숙한 작품 중 하나라고 할 때 에베소서와 다른 신약성경과의 유사성은 오히려 본 서신의 원숙함과 신성함을 더해 주는 근거라 하겠다.
출처 :3927Bible 말씀연구소 글쓴이 : 운영자 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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