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실인과 서원[민 6장]
[내용개요] 이스라엘 백성 중에는 처음부터 하나님에 의해 구별된 레위인 외에 특별히 거룩한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특별한 이유에 의해 서원함으로 일정 기간 혹은 평생 하나님께 바쳐진 나실인이었다. 본장에서는 나실인에 관한 규례가 나타난다. 나실인은 스스로 구별하여 부정한 것으로부터 피해야 하며(1-8절), 만일 더럽혀졌을 때는 정결 의식을 통해 다시 정결케 되었다(9-12절). 서원한 기간이 만료 되었을 때는 제사를 드림으로 정결 규례에서 해방되었다(13-21절). 마지막에는 제사 장의 축복권에 대한 언급이 나타난다(22-27절).
[강 해] 이제까지는 성막 봉사자들에 대한 규례에 이어 이스라엘 진영 내의 절대 거룩을 목표한 각종 규례와 법을 소개하였습니다. 이제 본장에서는 이스라엘이 선민으로서 지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나실인 제도에 관한 규례와 하나님의 축복을 전하는 제사장의 축복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스라엘 민족 자체는 하나님께 온전히 봉헌된 거룩한 민족이라 하겠습니다.
1. 나실인에게 요구되는 규례
1) 하나님께 구별하여 드리는 나실인이스라엘 백성은 인류 가운데 하나님께서 특별히 선택하신 민족 곧 선민이었습니다. 따라서 선민 이스라엘은 그 무엇보다 하나님을 위해 힘쓰며 온 생을 다바쳐 하나님께 자신을 구별하여 드려야만 했습니다. 한편 이스라엘의 선인으로서의 특색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내 보여 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나실인 제도입니다. 나실인이란 일정한 기간 혹은 평생을 하나님께 자신을 구별하여 드리는 자를 가리킵니다. 나실인 제도는 매우 헌신적인 신앙의 한 면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또한 이는 자신을 드려 하나님의 구속 역사를 완성하신 예수 드리스도 안에서 가장 완전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있습니다.a. 나실인이 된 삼손(삿13:4-5)b. 나실인으로 서원된 사무엘(삼상1:11)
2) 오직 하나님만을 즐거워하며 그분만을 섬길 나실인나실인으로서 하나님께 봉사하는 데는 몇 가지 절대 요건이 충족되어야만 했습니다. 그중에서 첫째는, 술을 먹지 말아야만 했습니다. 사실 술은 인간의 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며 인간의 이성과 양심을 마비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술을 금지시킨 것은 오직 하나님만을 즐거워하며 기뻐하는 것을 삶의 제일 되는 목적으로 삼게 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하나님보다 더 사랑할 만한 것이 있으면, 결코 하나님을 온전히 섬길 수 없습니다. 둘째는, 삭도를 그 머리에 대어서는 안 됩니다. 사실 머리란 한 개인의 주도권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여기에 삭도를 대지 않고 머리를 기른 것은 곧 자신을 주장하시는 하나님의 절대 권위가 영영히 지속되도록 함이었습니다. 셋째는, 그 어떤 주검도 접촉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나실인은 거룩하신 하나님께 자신을 온전히 구별하여 바친 자로서, 온갖 세속과 죄악에서 자신을 구분하여 절대 거룩을 유지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a. 하나님 앞에서의 근신(레10:9-11)b. 주관자를 상징하는 머리(고전11:3)
2. 나실인 서원 기간이 끝난 후의 규례
1) 헌신조차도 하나님의 은혜로써만 가능함나실인은 서원을 지키는 기간 동안도 열심을 다해야 했지만, 서원한 기간이 끝난 때에도 하나님이 정하신 절차에 따라 하나님께 합당한 예물을 드리고 제사를 올려야만 했습니다. 즉 헌신의 기간이 끝난 나실인은 번제와 속죄제와 화목제와 소제를 드려 자신의 헌신 기간 동안 모든 일을 살펴 주시고, 무사히 봉사의 기간을 채울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아무리 선한 뜻과 의로운 목적을 가지고 하나님께 헌신하고자 할 지라도 그것이 결코 인간 자신의 노력과 집념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대한 헌신조차도 하나님의 간섭과 후원과 돌보심이 아니고서는 결코 설 수 없고 행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입니다. 실로 인간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이 세상에서의 삶뿐만 아니라 오는 영원한 세상에서의 삶도 기대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일 뿐입니다.a. 은혜로 받는 구원(엡2:7-8)b. 은혜로 행하는 우리(고후1:12)c. 하나님의 은혜로 된 자(고전15:10)
2) 한계가 분명한 인간임을 인정해야 함자신을 구별하여 하나님께 드리는 나실인이 서원한 기간을 채우고 나실인의 의무에서 벗어날 때는 반드시 속죄제를 드려야만 했습니다. 이는 아무리 경건하고 거룩한 인간이요, 명망이 높고 완전한 인격자라 할지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절대 죄인일 수밖에 없다는, 인간의 한계성을 분명히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인간의 한계를 분명히 깨닫고 겸손한 마음을 가진 자만이 하나님께 자신을 복종시킬 수 있고, 또 하나님의 무한한 은혜를 충만히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a. 죄 아래 있는 모든 인간(롬3:9-12)b. 허물과 죄로 죽은 인간(엡2:1)
3.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제사장의 축복
1) 복의 근원이신 하나님본문에는 제사장들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축복할 때에 사용될 축복의 메시지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확인하고 넘어갈 사실은, 그 같은 축복의 메시지가 제사장 개인의 의지나 집념을 담은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하나님은 유일한 복의 근원으로서 제사장의 입술을 통하여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한없는 축복과 은혜를 공급하시고자 한 것입니다. 한편 하나님께 등을 돌리고 살아가는 인생들이 간혹 번영하는 것 같고 형통하는 것 같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복이라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을 떠난 인생이 누리는 번영이란 사상누각과 같은 것으로서 환난의 바람이 불고 심판의 불이 내리면 모두 사라져 버릴 것에 불과합니다.a. 복을 주시는 하나님(창24:1)b. 여호와께서 공급하시는 복(신16:17)c. 신령한 복을 주시는 하나님(엡1:3-5)
2) 성삼위 하나님의 축복모세가 선포한 하나님의 축복의 메시지를 살펴보면, 그 속에는 삼위 하나님의 인자하고도 자상한 배려가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당신의 백성을 안전히 보호하시는 성부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당신의 백성에게 무한한 은혜를 입히시는 성자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 그리고 내주하시며 평강을 주시는 성령 하나님의 초월한 사랑을 분명히 발견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성삼위 하나님께서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우리 인생들에게 복 주시며 함께하시기를 기뻐하십니다.a. 성삼위 하나님의 축복(고후13:13)b. 성도를 향한 축복의 메시지(엡6:23-24)
3) 하나님의 절대적인 의지로 주어지는 축복하나님은 축복의 메시지를 전달하시면서 반드시 당신의 이름으로 그 메시지를 전하도록 하셨습니다. 여기서 이름은 그 존재를 대표하는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인격과 명예를 걸고 그 축복의 내용을 반드시 실천하실 것을 약속하고 계셨던 것입니다.·하나님의 거룩한 집념(수1:5-6)
결론나실인 제도는 이스라엘이 선민임을 나타내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세속에서 완전히 구분하여 하나님께 온전히 봉헌하는 나실인 제도는 오늘 타락한 이 세상 속에 살아가면서 하나님께 헌신해야 하는 사명을 부여받은 우리 성도들의 삶의 모습이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는 모범적인 지침이라 하겠습니다.
[단어해설] 2절. 나실인. '구별하다, 분리하다'라는 <rz"n::나자르>에서 유래한 원어 <ryzIn::나지르>는 '구별된 자'의 뜻. 이스라엘에는 성별에 관계없이 어떤 기간 동안 하나님을 섬겨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나실인'이라고 불렀다. 구약에서 대표적 예로 삼손, 사무엘, 바울 등. 5절. 삭도를 도무지 그 머리에 대지 말 것이라. 여기서 '삭도'를 뜻하는 <r['T':타아르>는 '없애다, 벌거벗기다'라는 동사 <hl;[;:아라>에서 유래. 주로 머리칼을 자르거나 면도를 할 때 사용. 머리털을 생명과 피의 상징으로 여겨 머리털을 자르지 않음으로써 하나님께 대한 복종과 경외를 나타낸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의 관습. 14절. 예물. 하나님께 제물로 드리기 위해서 백성들이 제사장에게 가져 온 봉헌물. 17절. 소제. 구약에서 행해진 제사. 피 없는 곡식을 제물로 바침. 19절. 구별한. '헌신하다, 멀 리 떨어져 있다'라는 뜻. 즉 부정하고 속된 것, 세속적인 것에서 떨어져서 성별된 것을 가리킴. 20절. 요제. 구약에서 이루어진 제사. 하나님께 바친 제물을 제사장이 다시 돌려받는 절차로서 이때는 제사장이 제물을 상하 전후로 흔들어서 그 뜻을 표시. 24절. 지키시기를. '울타리를 치다, 세심히 보다'라는 뜻. 이스라엘 백성의 기원으로 하나님이 자신들을 모든 내적, 외적인 위험과 환난에서 보살펴 주실 것을 기원함.
[신학주제] 나실인과 이스라엘. 나실인은 하나님 앞에 거룩히 구별된 자로 하나님의 일을 위한 봉헌의 의무나 금욕 의무를 수행하였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또는 부모에 의해 드려졌으며 남자만이 아니라 여자나 심리어 종들에게까지도 어느 정도 허용되었다. 나실인들에게는 엄격한 금기 사항이 적용되었다. 포도주와 독주를 삼가고 일체 머리를 삭발해서도 안 되며 부모의 시체라도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이는 세상의 풍속과 쾌락으로부터 자신을 정결케 하고 하나님의 절대적인 권위에 복종하며 죄를 짓지 않겠다는 서원의 의미를 지닌다. 한편 나실인은 하나님께 드려졌다는 점에서 소수의 사람이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 전체를 상징하고 있다. 이스라엘 민족도 이방으로부터 구별되어 하나님께 드려졌으며, 나실인과 같은 정결의 의무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본장에 나타난 나실인의 규례는 오늘날 영적 이스라엘인 성도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영적교훈] 본장에 나타난 나실인은 자신을 구별하여 하나님께 드린 자로 철저한 금욕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런 나실인의 생활은 오늘날 세상에서 하나님께 구별된 자로서의 성도들에게 삶의 모범을 보여 준다. 성도는 세상과 구별된 자로 그의 삶 또한 구별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자녀라고 하면서도 세상 사람들과 같이 쾌락을 추구한다면 참된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세상의 타락한 풍습을 처음부터 멀리하고 오직 말씀으로 자신을 다스려 정결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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