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부의 방/장년부 설교

[스크렙] 흔들리며 피는 꽃

에반젤(복음) 2021. 7. 11. 18:38

흔들리며 피는 꽃



이름 : 김춘섭
날짜 : 2002-11-25 15:59:14 (IP : 202.123.1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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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46:1-3

저희 세 목사들이 어느 교우 사업체에 심방을 갔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교회는 잘 나오지 않지만 심방가면 반갑게 맞이하고 무언가 잘 주는 그런 교우였습니다. 그날은 비싼 시계 세 개를 그냥 주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다음 달이면 가게문을 닫고 LA쪽으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여기에서는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살았던 괌에서의 삶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비싼 시계는 얻었지만 마음이 편치 못하였습니다.

심방을 마치면서 머리에 떠오른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바로 오늘 본문의 말씀 시편46편이고, 또 하나는 바로 오늘 설교의 제목인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입니다. 흔들림이란 것을 신앙적으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은 자연재해가 있는 곳이어서, 태풍과 지진으로 인하여 흔들리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됩니다. 지난 태풍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흔들었습니다. 가까운 섬 '축'에서는 47명의 사망자가 났다는 보도를 읽었습니다. 세상 곳곳이 여러 가지 이유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곳이 어디냐고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살이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흔들리는 경험을 합니다.

수많은 흔들림이 지금까지 이 역사 속에서는 있어왔고 또 앞으로도 흔들릴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이런 흔들림 속에서도 역사는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흔들리면서도 역사는 발전하여 왔습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흔들림 속에서도 신앙은 자랍니다. 생명의 싹은 돋아나 성장하는 것입니다. 흔들림 없이 장성한 신앙의 위인이 있습니까? 그것 없이 성공한 사람들이 있습니까?

1. 흔들리는 모세

구약성서의 위대한 지도자 모세의 삶은 출생부터 흔들리는 삶이었습니다. 바로의 유아학살의 위기가 닥쳤고, 부모를 떠나 나일강에 버려집니다. 바로 공주의 아들로 장성하였지만 애굽군인을 죽임으로 그의 삶은 완전히 흔들리게 됩니다. 그리고 80세가 되어 장인의 양을 치는 신세가 되어, 오히려 이제는 흔들림도 없이 그의 생애의 마지막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습니다. 온갖 흔들림을 다 경험하고 난 모세에게 하나님께서 찾아오시어 다시 흔드셨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흔드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흔듦의 시작이 바로 유명한 호렙산의 가시떨기 앞입니다.

모세는 여기에서 더 이상 흔들리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요구를 거절합니다.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겠노라고 이대로 내 생을 끝내겠노라고 하나님을 향하여 거절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집요하게 흔드십니다. 끝내 노를 발하시어 모세를 흔드시며, 흔들리는 세상 한 가운데로 내 보내십니다.

모세가 가는 곳마다 흔들리는 역사가 나타납니다. 열 가지 재앙이 시작되면서 애굽 전역이 흔들렸습니다. 물이 피로 변하고, 개구리, 이, 파리... 우박... 흑암, 끝내는 각 집안의 장자가 쓰러지는 일까지 겪지 않습니까? 엄청난 흔들림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모세를 따라가며 정신없이 흔들립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마실 물이 없어서 흔들렸습니다. 그 흔들림이 오죽 심했으면 다시 돌아가자고 했겠습니까?

그런데 하나님은 그렇게 흔드시면서 아름다운 역사를 이끄시며 꽃을 피우셨습니다. 여기에 역사의 깊은 뜻이 있습니다. 흔들리며 완성되는 역사 말입니다.

2. 흔들리며 피는 꽃

꽃도 흔들림 없이 피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의 꽃들이 그냥 핀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크고 많은 흔들림 속에서 핀 것이겠습니까?

괌에서 유명한 나무를 꼽으라면 저는 단연 불꽃나무(flame tree)를 듭니다. 불꽃은 꽃이 아니라 불입니다. 불이 꽃처럼 핀다고 하여 불꽃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불꽃나무는 꽃이 불처럼 핀다고 하여 불꽃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붉은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듯 합니다. 나무를 주제로 목판을 하는 류연복 화백은 측백나무를 보고 불꽃을 느꼈는데, 여기 와서 그 나무를 보고는 확실히 그 나무야말로 불꽃이라고 했습니다. 스케치해 갔는데 좋은 작품이 나왔으리라 생각합니다.

태풍 후에 다시 불꽃나무들이 꽃을 피웠습니다. 그런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결국 다시 붉게 타는 불꽃을 나무 위에서 피우고 있습니다. 흔들리면서 피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흔들리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우리의 흔들림이 조금도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이 흔들림 속에서 꽃이 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물론 가만히 있어서는 그 꽃이 피지 않습니다.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고 피워나가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불은 생명입니다. 생명은 흔들립니다. 흔들림이 없는 불은 진짜 불이 아닙니다. 불은 그래서 흔들림이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하나님은 모세를 불러서 흔드실 때 불꽃 앞에서 그에게 나타나신 것입니다. 그것도 가시 불꽃 앞에서 말입니다. 흔들림과 가시가 얼마나 밀접하게 어울리고 있습니까?

3. 흔드시는 하나님

이 불꽃 앞에서 모세의 삶을 다시 흔드실 때 그의 신을 벗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왜 신을 벗으라고 하셨을까? 이렇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님의 흔들림 속으로 들어가야 하니 새롭게 신을 신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꽃 앞은 그의 이력서가 새롭게 쓰여지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이력(履歷)이라는 말씀의 뜻을 압니까? '이(履)'자는 '신'이라는 듯입니다. 이력은 곧 신발의 역사입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흔드시고 지금까지 신고 지나온 삶의 자취를 지우시고 새로운 신발을 신기시어 새 이력서를 쓰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그 흔들림 속에서 새로운 꽃을 피워갔습니다. 그 꽃은 예수 그리스도에게까지 연결이 되는 귀중한 꽃이었습니다.

우리 주님 예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생애도 흔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그의 가장 큰 흔들림은 십자가의 죽음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예수님도 그 흔들림만큼은 피해 가시려고 하였겠습니까? 그렇지만 주님은 그 흔들림을 다 받아들이셨습니다. 그가 숨을 거두시자 세상이 다 흔들렸지 않습니까? 땅이 진동하며 바위가 터지고 무덤들이 열리는 흔들림이 일어났습니다(마 27:51-52). 그리고 그 흔들림 후에 부활의 찬란한 꽃이 피어났습니다. 부활의 꽃은 그렇게 열렸던 것입니다.

개미식당을 하며 딸 나리와 함께 열심히 살고 있던 임주행 집사가 몸에 이상이 있어 진료를 받기 위해 한국에 나갔습니다. 나리도 가끔 어지럼증을 이야기했던지라, 간 김에 함께 종합검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이상하게도 엄마는 이상이 없고, 딸 나리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급성백혈병으로 진단이 나와 LA로 옮겨서 다시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주 악성이라고 합니다. 무균실에서 항암 치료를 받으며 투병하고 있습니다. 남편에게서 버림받고 그저 딸 하나 바라보고 참으로 열심히 사는 엄마로서 얼마나 흔들리는 일이겠습니까?

LA에서 의사가 "어떻게 혈액검사를 받을 수 있었느냐?"고 하였답니다. 지금도 위험하지만 바로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더 위독한 상태였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급속히 진전이 되어 고통 중에 견디고 있는데,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중에서도 귀한 고백이 있습니다. 이 흔들림 속에서도 하나님은 어떤 모습으로든지 분명히 좋은 꽃을 피게 하실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도종환 시인의 시를 다시 읽었습니다. 제목이 바로 <흔들리며 피는 꽃>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꽃들도 /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그렇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으며,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 우리 삶이 흔들리고, 또한 눈물과 아픔에 젖어 있다할지라도 이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이 분명히 피어납니다. 하나님께서 피워주실 것입니다. 믿음은 흔들림 속에서 자기의 위치를 찾습니다.

일찍이 시편 시인은 흔들림 속에 있는 자기의 신앙을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그러므로 땅이 변하든지 산이 흔들려 바다 가운데 빠지든지 바닷물이 흉용하고 뛰놀든지 그것이 넘침으로 산이 요동할지라도 우리는 두려워 아니하리로다(시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