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인구 조사로 인해 죽은 7만 명(대상 21:14)
다윗은 통치 말년에 인구조사를 시행했다. 대상 21:1의 “사탄”(שָׂטָן)은 정관사(ה) 없이 사용되므로 악한 영적 존재인 사탄을 가리키는 고유 명사라기보다(참고. 슥 3:1), 불특정 명사로서 “인간 대적자”를 가리킨다(참고. 삼상 29:4; 왕상 5:4; 11:25; 대상 21:13). 문맥 상 다윗의 인구조사 사건 바로 앞은 다윗이 이방 대적자들을 정복한 역사를 소개한다(대상 18-20). 이방 대적자(사탄)는 다윗으로 하여금 인구조사를 하도록 격동시켰다(סות; 대상 24:1). 그런데 다윗은 군사작전을 위해서 인구조사를 시행하기 전에 먼저 권능으로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을 의지해야 했다(대상 29:11-12).
다윗이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은 큰 범죄(삼하 24:10)는 하나님의 진노를 초래했다. 3일 동안 퍼진 전염병으로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무려 7만 명이 죽었다(대상 21:14). 죽임 당한 7만 명은 하나님의 진노를 다시 촉발시킨(삼하 24:1) 주요 인물들로 보인다. 이런 추론이 옳다면, 이방 나라의 대적자와 다윗의 범죄는 하나님의 진노를 다시 촉발시킨 7만 명을 제거하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사용하신 수단이다. 그러나 “이 양 떼는 무엇을 행하였나이까?”(대상 21:17)에서 볼 수 있듯이, 이 7만 명을 악한 자들로 보지 않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그들은 양떼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범죄자 다윗을 위한 대리 희생제물이다. 이와 유사한 대리 속죄는 다윗의 간음 사건 이후에 그의 아들이 죽는데서 이미 나타났다(삼하 12:13-14).
다윗의 범죄에 대한 징벌은 오르난의 타작마당에서 멈췄는데(대상 21:18, 26), 후에 솔로몬 성전의 터가 된다(대하 3:1). 인구조사 전에 하나님은 다윗과 언약을 맺으셨을 때, 왕권 보장과 성전 건축을 약속하셨다(대상 17:12-14). 언약의 하나님은 인간의 범죄조차 합력하여 선으로 바꾸셨다.
다윗의 후손이자(요 19:21) 참 성전(요 2:19) 그리고 참 목자이신(요 10:2) 예수님은 성부를 늘 의지하며 섬기셨고(요 4:34), 징벌 받아 마땅한 죄인을 대신하여(참고. “나를 치시고”, 대상 21:17) 진노를 받아 그들을 구원하셨고(요 3:16; 10:10), 모든 대적을 정복하셨다(요 16:33).
참고. 장세훈, “다윗의 인구조사에 대한 재고찰: 대상 21:1절을 중심으로,” 『교회와 문화』 14 (2005), 29-46; 윤동년, “대리 왕 제의(代理王祭儀)의 관점으로 본 다윗 왕의 위기 극복 과정,” 『구약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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