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창

[스크랩] 말뚝 박은 시골 목사

에반젤(복음) 2025. 5. 19. 22:42

 

 

 

 

말뚝 박은 시골 목사

 따르릉... 따르르릉... 
다급한 성도의 방문 요청에 
맨발로 달려가 보니 
기다리는 건 병든 송아지 한 마리. 
안타까움에 일그러진 성도의 얼굴 
얼떨결에 송아지 머리 잡고 기도 했다. 
그리고 난 그 교회에 처음으로 말뚝을 

박았다. 

 부임하고 맞이한 첫 주일, 
고장 난 앰프 끝내 손 못 보고 

고래고래 소리 내어 예배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성도들의 전화. 전화. 전화. 
목사님! 온 마을에 소리가 다 나갔어요. 
앗차! 외부 스피커로 온 마을에 생방송된 

예배 실황 

 가난한 성도, 가을에 추수하여 
방앗간 기계에서 처음 떨어지는 알곡 

한 말을 자루에 받아 어깨에 메고 

교회로 달려오는데 성도의 검게 

탄 얼굴 사이로 흰 이가 빤짝 거린다. 
그날 내 마음엔 눈물의 강이 생겼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아침 
방문 앞 헌 신문지에 쌓인 이름 모를 
산나물 한 봉지 별것 아니어서 드리기 

민망해 살며시 두고 간 이름 모를 

성도의 정성, 
그 마음이 감사해 내 마음 

눈물의 강에 꽃이 피었다. 

 겸연쩍게 내 미는 까만 비닐봉지. 
그 속엔 파란 풋고추 하나 둘 셋... 
중학생 아들 녀석 점심 찬으로 삼기 

전에 버선발로 달려가 텃밭에서 

딴 처음 열매라고 말 끝을 내리는

성도의 마음에 난 또 하나의 
말뚝을 박았다. 

 까만 얼굴 피곤한 모습 
논 일 끝내고 찾아온 예배당, 
그들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내 얼굴 희지 않고 검음에 감사 
그리고 마음의 짐을 조금 벗었다. 

 부임한지 팔 년 만에 학생회 

사라지고 주일학교 사라지고 
동네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줄어들고 
예배당 빈 좌석은 점점 늘어 가는데 
이 모두가 못난 목사의 책임인양 
교인보기에 민망하고 주님 보기 죄스럽다. 
죄인이 따로 없는 목사의 마음. 

 아빠가 최고인양 자라난 아이 
어느새 철이 들어 눈치는 빠싹 한데 
애 서 외면하고 어깨에 힘줘 보지만 
감출 수 없는 시골교회 아빠 목사의 
처진 어깨는 무엇으로 감춰야 할 거나... 

 무더운 피서 철의 예배시간 
피서 길에 어쩌다 들른 도시교인 
수억의 예배당에 시설은 어쩌고

저쩌고 자랑이 늘어 갈수록 
내 모습은 점점 작아지고 
내 얼굴 검음이 부끄러움 되어 
쥐구멍을 찾는다. 

 오늘은 어린이가 주인공인 
어린이 주일. 
주인 없는 시골교회 설렁함만
더하고 힘 없이 내려와 인사하는데 
구십을 바라보는 할머니 집사님 
못난 목사 손잡으며 하는 말 
“내 죽을 때까지 가지 마세요!” 
 그 애뜻함 내 마음 적시고 가슴 아린 

감사함에 오늘도 하루를 접는다. 

 내 나이 마흔 하나. 
오늘로 부임한지 만 팔 년이 되었다. 
아직 시골교회 말뚝을 박기는 이른 

나이 도회지 나가서 목회하고픈 

마음 아직 간절하고 이 궁색함 면하고 

픈 마음 간절한데 어느새 내 손엔 

또 하나의 말뚝이 들려있다. 

 쾅! 쾅! 쾅!.....  

           - 옮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