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 박은 시골 목사
따르릉... 따르르릉...
다급한 성도의 방문 요청에
맨발로 달려가 보니
기다리는 건 병든 송아지 한 마리.
안타까움에 일그러진 성도의 얼굴
얼떨결에 송아지 머리 잡고 기도 했다.
그리고 난 그 교회에 처음으로 말뚝을
박았다.
부임하고 맞이한 첫 주일,
고장 난 앰프 끝내 손 못 보고
고래고래 소리 내어 예배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성도들의 전화. 전화. 전화.
목사님! 온 마을에 소리가 다 나갔어요.
앗차! 외부 스피커로 온 마을에 생방송된
예배 실황
가난한 성도, 가을에 추수하여
방앗간 기계에서 처음 떨어지는 알곡
한 말을 자루에 받아 어깨에 메고
교회로 달려오는데 성도의 검게
탄 얼굴 사이로 흰 이가 빤짝 거린다.
그날 내 마음엔 눈물의 강이 생겼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아침
방문 앞 헌 신문지에 쌓인 이름 모를
산나물 한 봉지 별것 아니어서 드리기
민망해 살며시 두고 간 이름 모를
성도의 정성,
그 마음이 감사해 내 마음
눈물의 강에 꽃이 피었다.
겸연쩍게 내 미는 까만 비닐봉지.
그 속엔 파란 풋고추 하나 둘 셋...
중학생 아들 녀석 점심 찬으로 삼기
전에 버선발로 달려가 텃밭에서
딴 처음 열매라고 말 끝을 내리는
성도의 마음에 난 또 하나의
말뚝을 박았다.
까만 얼굴 피곤한 모습
논 일 끝내고 찾아온 예배당,
그들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내 얼굴 희지 않고 검음에 감사
그리고 마음의 짐을 조금 벗었다.
부임한지 팔 년 만에 학생회
사라지고 주일학교 사라지고
동네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줄어들고
예배당 빈 좌석은 점점 늘어 가는데
이 모두가 못난 목사의 책임인양
교인보기에 민망하고 주님 보기 죄스럽다.
죄인이 따로 없는 목사의 마음.
아빠가 최고인양 자라난 아이
어느새 철이 들어 눈치는 빠싹 한데
애 서 외면하고 어깨에 힘줘 보지만
감출 수 없는 시골교회 아빠 목사의
처진 어깨는 무엇으로 감춰야 할 거나...
무더운 피서 철의 예배시간
피서 길에 어쩌다 들른 도시교인
수억의 예배당에 시설은 어쩌고
저쩌고 자랑이 늘어 갈수록
내 모습은 점점 작아지고
내 얼굴 검음이 부끄러움 되어
쥐구멍을 찾는다.
오늘은 어린이가 주인공인
어린이 주일.
주인 없는 시골교회 설렁함만
더하고 힘 없이 내려와 인사하는데
구십을 바라보는 할머니 집사님
못난 목사 손잡으며 하는 말
“내 죽을 때까지 가지 마세요!”
그 애뜻함 내 마음 적시고 가슴 아린
감사함에 오늘도 하루를 접는다.
내 나이 마흔 하나.
오늘로 부임한지 만 팔 년이 되었다.
아직 시골교회 말뚝을 박기는 이른
나이 도회지 나가서 목회하고픈
마음 아직 간절하고 이 궁색함 면하고
픈 마음 간절한데 어느새 내 손엔
또 하나의 말뚝이 들려있다.
쾅! 쾅! 쾅!.....
-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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