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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프란시스(1182~1226)의 기도

에반젤(복음) 2021. 10. 12. 03:26
성 프란시스(1182~1226)의 기도


우리에게 “평화의 기도-주여 나를 평화의도구로 사용해 주소서”로 알려진 아씨시의 성자인 프란시스에게 어느 날 베르나르도라는 친구가 찾아왔다. 오래 만에 만난 두 사람은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하룻밤을 같이 자게 되었다.
늘 기도하던 성 프란시스는 자기의 성덕을 감추기 위하여 방에 들어오자마자 곧 침대에 뛰어들어 자는 체하였다. 조금 후에 베르나르도 역시 침대에 들어가 큰소리로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진 척했다. 당시 성 프란시스가 기도하는 사람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베르나르도는 성 프란시스가 어떻게 기도하는가하는 호기심에 끌려 코를 골며 잠에 빠진 척하였던 것이다.
조금 후 성 프란시스는 베르나르도가 잠이 든 것으로 알고 살며시 일어나 눈과 손을 하늘 높이 쳐들어 지극한 경건과 타오르는 열정으로 “오, 나의 하나님, 나의 모든 것”이라며 기도하였다. 베르나르도는 조용히 귀를 기울여 그 다음 무슨 말을 하는가 주의를 기울여 듣고 있었다. 성 프란시스는 한참 말이 없다가 다시 “오, 나의 하나님, 나의 모든 것”하고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그러나 얼굴은 회개나 뉘우침이나 고민스러운 얼굴이 아니라 아주 밝은 얼굴이었다.
성 프란시스의 기도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다시 한참을 아무 말이 없다가 다시 “오, 나의 하나님, 나의 모든 것”하고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것이었다. 성 프란시스의 기도를 보고 들은 친구 베르나르도는 단순한 프란시스의 기도에 크게 실망하였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성 프란시스의 기도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성자라고 해서 기도를 잘하는 것이 아니야. 성자라고 하는 친구 성 프란시스의 기도를 들어 봐도 별 수 없어. 그의 기도는 ‘오, 나의 하나님, 나의 모든 것’ 한 마디 뿐이던 걸”하고 소문을 내었다. 그러나 성 프란시스는 멸망하는 이 세상을 사랑하시어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그의 외아들을 보내신 전능하신 하나님의 자비를 묵상하며 감탄하며 기도하고 있음을 그의 친구는 몰랐던 것이다.
기도는 많은 말이나 아름답게 다듬은 문장으로 된 말이 아니다. 기도는 자기의 욕심을 이루기 위한 수단도 아니다. 기도는 하나님과 기도하는 사람과의 인격적인 교통을 이루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많은 말이나 미사여구가 필요 없듯이 기도도 그렇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어렵게 생각하고 기도하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교통을 갖기보다 많은 말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아름답고 다듬은 문장을 사용해야 잘 들으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정의 부모와의 대화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미사여구의 문장이 아니다. 많은 말이 아니다. 진심을 담은 마음의 말이다. 기도도 마찬가지다.
최한주 목사<푸른숲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