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 박사/선교의 창

[스크랩] 선교 패러다임의 변화

에반젤(복음) 2021. 8. 18. 20:19

선교 패러다임의 변화



신학의 제(諸)분야들 중에서 20세기에 가장 커다란 변화를 보인 영역은 선교학의 영역일 것이다.  100년 전의 선교학과 오늘날의 선교학을 비교하여 볼 때 진보적 신학의 영역이던 보수적 신학의 영역이던 괄목할 만한 발전과 변화를 경험하였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근본적인 틀의 변화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 남아프리카 출신의 저명한 선교학자였던 데이빗 보쉬가 『변화하고 있는 선교』(Transforming Mission)라는 저서에서 선교의 근본적인 변화들을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 shifts)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한 이후로 선교분야의 변화를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서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 추세로 되어졌다.  다양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지적되어지고 있지만 필자는 이를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서 대표적인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세 영역은 선교학의 대표적인 세 분야를 대상으로 하였다.





선교신학에서 패러다임의 변화

   제국주의적 식민통치가 종식되어지는 1945년을 기준으로 하여서 근본적인 선교신학의 변화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전의 선교신학은 철저하게 서구 중심적인 입장에서 복음이 서구에서 비서구로, 백인에게서 유색인종으로, 경제적인 부국에서 빈국으로 전파되어지는 개념을 근거로 형성되어졌다.  서구 식민통치의 등에 업혀서 이루어진 19세기 서구선교 활동은 실천적인 영역에서는 각 대륙의 구석구석까지 복음의 빛을 전하는 불후의 공적을 남겼지만 신학적인 면에서는 서구 중심의 편향된 신학을 형성하게 되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에큐메니칼 그룹을 중심으로 이러한 문제가 지적되어지기 시작하였고 1970년대 로쟌세계복음화 대회 이후로 복음주의 진영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이후로 복음주의 내에서는 세 가지 형태의 새로운 선교신학적 움직임이 나타나게 되었다.  하나는 서구중심의 선교활동을 교정하고 조명하여 보기 위해서 성경적 패턴을 새로이 연구하는 움직임이었다.  지상 위임명령에 대한 죤 스토트의 연구라든지 마일클 그린 등이 이러한 흐름에 속하였다.  이 결과 로쟌 언약 등에 의해서 고전적 선교 개념 이해로부터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좀더 강조하는 새로운 선교 이해가 제시되어지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서구 제국주의적 의도가 심각하게 내포되어있는 선교 활동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재해석 해보자는 시도가 있었다.  이는 순수한 선교적 활동을 이런 관점의 역사로부터 분리해 보고자 하는 의도로 시작되었다.  막스 워렌이라든지 스트븐 니일 등의 연구가 이런 작업에 중요한 진보를 이루었다.  세 번째는 서구 교회가 제2/3세계 교회들과 동반자 관계를 이루면서 창의적으로 선교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연구 등이다.

   이 시기에 이런 배경에서 나타난 선교학의 새로운 경향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상황화(contextualization)의 개념이었다.  상황화는 선교신학에서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다.  서구로부터 수입되어진 선교신학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를 근거로 하여서 내부자적 관점을 강조하는 새로운 선교신학의 수립이 시작되어진 것이다.  물론 복음주의는 성경의 절대성과 초문화적 영역을 인정하는 신학적 위치를 고수하였기 때문에 상황화에서 에큐메니칼 그룹처럼 획기적인 새로운 신학 체계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새로운 신학적 접근은 선교신학의 영역에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었다.  상황화는 종족신학(ethnic theologies)이라는 새로운 선교신학의 장르를 열어주게 되었다.

   점차 상황화는 다양한 문화에서의 내부자적 관점을 강조하였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않게 일어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되어지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양자의 타당성을 고려하는 가운데 '범문화적 선교학' 혹은 '범세계적 선교학'(Global Missiology)의 형성이라는 과제를 향하고 있다.  이는 서구적 선교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2/3세계에 국한된 선교학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선교학을 지향하는 것이다.  아직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는 초기에 불과하지만 점차 이런 방향으로의 선교신학의 변화가 복음주의 선교신학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선교문화인류학에서 패러다임의 변화

   선교학에 가장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은 문화에 대한 신학적 이해가 변화되어진 것이었다.  이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분야가 선교문화인류학이다.  문화에 대한 이해를 다루는 문화인류학은 학문 중 실제 가장 역사가 짧은 학문 중의 하나로서 이제 약 15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에 이루어진 문화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대단한 것으로서 이는 선교학의 패러다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를 대략적으로 세 가지 패러다임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자문화중심적 패러다임이라고 이름을 붙여보겠다.  이는 초기 문화이해에 근거한 진화주의, 발전주의, 혹은 전파주의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비기독교권의 문화에 대한 적대감과 서구 기독교문화의 우월감에 근거한 것이다.  서구 문화를 기독교적 문화의 정수(精髓)내지는 기준으로 보고 비기독교권의 문화를 평가하고 교정하려는 접근이었다.  이들은 비기독교권의 문화는 변화되어야 할 대상으로 만 보았지 이 문화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더 나아가서 이 문화를 중심으로 기독교를 제시하여 보려는 시도는 용납되어질 수 없었다.  문화에 대한 이해가 발전함에 따라서 이러한 자문화중심적 패러다임은 서구문화를 중심으로 문화를 너무나 단순히 보는 환원주의적 경향으로서 판명되어지고 이제는 선교 분야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에 대한 변화로 문화수용적 패러다임이 제시되어졌다.  선교문화인류학 초기의 대표적 학자들이 이러한 경향을 보였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루이스 루즈베탁이라든지 개신교회의 챨스 크래프트와 같은 문화인류학자들은 이러한 패러다임에 근거하여서 선교학을 제시하였다.  복음주의 진영의 문화에 대한 이해의 새로운 지평을 열은 1978년의 윌로우뱅크 회의 보고서는 이러한 패러다임에 근거했다고 하겠다.   이는 일반문화인류학의 기능주의나 구조주의 이론에 근거하였다.  이는 문화에 대한 낙관론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전의 복음주의 진영이 비기독교권의 문화에 대해서 지나치게 부정적 접근을 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지만 일부분 너무 지나치게 낙관적 접근을 한 것이 이 패러다임의 약점이다.  특히 기능주의적 영향은 선교를 타문화권에서의 단순한 기독교 개념의 기능적 대체로 이해하게 하는 성향이 있고 이는 영적 역동성을 무시하는 문제가 있다.  이 패러다임은 문화에 대한 복음주의적 견해를 넓혀주는 큰 공헌을 하였지만 좀 더 심각한 도전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하겠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제시되어지기 시작한 것은 메타문화적 패러다임이다.  이도 역시 시작단계의 패러다임인데 메타문화적 접근이란 다양한 문화간의 대화를 통해 다양성에 중심과 한계성을 부여하여서 다원주의를 다루어 보려는 시도이다.  초문화적 패러다임이라고 일부 번역하기도 하지만 초문화는 잘못하면 문화를 초월하는 것 같은 이미지를 주므로 필자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 명칭이다.  메타문화주의란 문화를 벗어나는 것보다는 이중문화권 혹은 그 보다 많은 다중문화권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어느 한 특정 문화에 매이지 않은 관점에서 문화를 대하는 입장을 가리킨다.  이러한 접근은 선교의 면에서 많은 유리한 관점을 제공한다.  즉 서구와 비서구를 포함하는 전세계의 교회들이 해석학적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게 해주며 이는 '범문화적 선교학'을 형성하기 위한 주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교전략에서 패러다임의 변화

   20세기 기독교 선교에서 일어난 가장 주목할 변화 중의 하나는 기독교 구심점이 서구에서 비서구로 이동하였다는 것이다.  즉 오랫동안 서구 백인 중심의 교회에서 이제는 비서구 지역에 더 많은 교회와 더 많은 교인이 있는 상태로 변화되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서 선교에 있어서도 서구에서 비서구로, 백인에서 유색인종으로, 일방 통행으로 이루어지던 선교 형태에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실제 1960년대 이후로 선교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이루어진 상황이다.  더 많은 선교사들이 서구 백인이 아닌 배경에서 배출되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서 1990년대에는 선교전략에 있어서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들이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21세기 선교전략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협력'(collaboration)과 '공유'(networking)라는 개념이다.  이제는 점차 교파와 출신 국가, 신앙적 배경에 따라서 분리된 선교를 행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인 구태(舊態)로 밖에 인정되어지지 않고 있다.  지상위임명령의 완수와 선교의 종료를 위해서 교파와 신앙적 배경을 넘어서는 과감한 협력과 선교자원의 공유가 선교전략의 중심을 차지해 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한국에 '기독교 21세기 운동'으로 소개되어진 AD 2000 movement와 같은 운동이 이런 전략을 지향하고 있는 새로운 전략의 패러다임인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서구교회와 비서구교회의 협력이 주요과제로 등장하지만 실제는 서구, 비서구의 개념을 뛰어넘어서 모든 교회간의 협력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엄청난 변화를 경험한 20세기를 살아왔다.  이 시기에 한국교회는 이런 흐름을 인식하던 인식하지 못하던 하나님의 섭리적 인도하심으로 세계 선교 흐름의 주류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한국교회 선교는 이제부터가 본격적 과업의 시작이라고 보인다.  이런 시기에 전체적인 선교학의 변화되는 패러다임을 서론적으로 제시하여 보았다.  패러다임이 모든 것을 지배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패러다임의 방향이 성서적, 신학적, 전략적인 선교의 성숙을 지향하고 있다면 이런 패러다임을 역행하는 우(遇)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의 눈을 넓혀야 할 것이다.



 


이 현모(침례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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