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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구나” 어법의 기적

에반젤(복음) 2021. 6. 15. 04:28

“구나구나” 어법의 기적

두상달 장로(가정문화원 이사장) 부부행복칼럼

 

온종일 업무에 시달린 남편이 파김치가 되어 퇴근해 들어왔다. 집안은 난장판이고 막내 녀석은 뛰어놀다 다쳤는지 다리에 붕대를 감고 징징거린다. 가뜩이나 피곤했던 남편은 인상을 팍 긋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종일 집에서 애 하나 제대로 못 보고 뭐했어? 집구석이라고 들어와도 어디 편히 쉴 수가 있어야지.”

 

이러면 집안 분위기는 단박에 싸늘해진다. 아내는 깊이 상처받고 대화는 단절된다. 이 부부의 사랑의 가계부에는 마이너스가 누적된다.

 

또 다른 상황. 남편은 회사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우울하고 답답하다. 이번에도 승진 순위에서 밀려나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확 사표를 써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다. 회사에 계속 남아 있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따뜻한 위로가 그리워 아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아내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이번에도 승진못할 것 같아? 당신 너무 무능한 거 아니야?”

 

“무슨 남자가 이렇게 소심해? 아직 결정난 일도 아닌 걸 가지고.”

 

그러하니 남편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 아내가 남편의 마음을 조금만 더 헤아려 주려고 애쓴다면 어떨까?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당신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

 

“우리 식구 먹여 살리느라 당신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네. 내가 뭘 도와줄까?”

 

“여보 괜찮아. 우리 건강하면 됐지. 다시 시작하면 돼.”

 

남편은 아내의 따뜻한 마음에 더욱 깊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둘 사이의 신뢰와 사랑 역시 그만큼 깊어질 것이다. 위 사례의 남편 역시 마찬가지이다.

 

“당신 오늘 무척 힘들었겠구나.”

 

“오늘도 아이들이 말썽깨나 부렸나 봐. 아이들 때문에 많이 지쳤겠구나.”

 

남편의 부드러운 말 한마디에 아내는 마음을 열고 힘들었던 일, 어려웠던 일을 털어놓을 수 있다. 남편 또한 대화 과정 속에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지 않고도 자신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다.

 

“그래. 오늘은 나도 무척 힘들었어. 우리 오늘 저녁은 힘든 일 미뤄두고 편안히 쉬자.”

 

이런 부부에게 갈등과 대화의 단절이 있을 리 없다.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 상대의 마음을 여는 것은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주는 것이다. 그리고 공감해 주는 마음 씀씀이다.

 

“그랬구나.”

 

“정말 속상했겠구나.”

 

“많이 힘들었겠구나.”

 

이런 말로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 아무리 쌀쌀맞게 마음을 닫았던 사람도 저절로 무장해제가 된다. 따뜻한 햇살이 두꺼운 외투를 벗게 만들 듯 말이다.

 

상대에게 철저히 공감해 주는 이런 대화법이 ‘구나구나 어법’이다. 전문적 용어로는 ‘반영적 경청법’이라고 한다. 우리는 대화의 기술로서 늘 ‘구나구나 어법’과 ‘나 전달법’을 강조한다.

 

한번은 길을 가는데 건너편에서 낯선 사람이 반갑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그러더니 대뜸 이렇게 자랑을 하는 것이다.

 

“그 ‘구나구나 어법’ 있잖아요. 효과가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강연을 듣고 나서 1년 동안 꾸준히 구나구나 어법을 실천했는데, 정말 우리 부부 싸움, 옛날의 반의반도 안 해요.”

 

우리부부 역시 구나구나 어법을 실천하고 있다. 상대의 말을 들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하다 보면 어느 날은 마주 보고 웃음을 터뜨릴 때도 있다.

 

대화란 기술이고 훈련이다. ‘나 전달법’과 ‘구나구나 어법’만 꾸준히 실천해보자.

 

그렇게만 해도 이 땅에 전쟁은 그치고 평화가 올 것이다.

 

아내의 응석이나 몽니에 토달지 마라. 그 저변에 깔린 감정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라. 그저 공감해주고 맞장구만 쳐주어라. 비윤리적이고 상식에 어긋나더라도, 아니 반국가적이고 허무맹랑하더라도 들어주고 공감해주어라. 어찌 이것이 쉬운 일이랴? 하지만 살아남아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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