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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순절에 들려주는 어린이 동화(주먹대장의 눈물)

에반젤(복음) 2020. 2. 15. 17:13



사순절에 들려주는 어린이 동화(주먹대장의 눈물)



 


주먹대장의 눈물


 


주먹대장 상우에게 큰 일이 터져버렸어요. 그 센 주먹을 쓸 수 없게 되었으니 이만 저만 큰 일이 아니잖고요. 다른 날 같으면 몇 번을 휘둘렀을 주먹이 며칠 째 꼼짝하지 않으니 오히려 반 친구들이 불안해졌어요.


“민구야, 상우가 이상해. 어디 아픈가봐.”


“맞아. 아까는 현석이가 지나가다가 상우 공책을 떨어뜨렸는데도 웃고 말더라구. 다른 때 같았음 아마 현석이는 반쯤 죽었을 거야."


“정말이야?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상우가 주먹을 쓰지 않았단 말이지?”


“그렇다니까."


“와, 이건 사건이네. 우리 반 주먹대장의 주먹이 힘을 못쓴다 이거지?”


상우네 반은 온통 달라진 상우 이야기로 술렁거렸어요. 그건 사실이었습니다. 상우는 반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는 주먹대장이었거든요. 도전자들이 한 사람씩 상우의 주먹에 무릎을 꿇던 그 날 이후, 누구도 상우를 당할 사람은 없었어요.


그 일로 상우는 하늘만큼 우쭐댈 수 있었지요. 맛있는 반찬이나 새로 나온 학용품, 아니면 과자 빵같은 간식까지도 맘만 먹으면 언제나 상우 차지가 될 수 있었어요.


‘내 것은 내 것. 내 것도 내 것'. 이 노래는 놀부의 노래가 아니라 바로 상우의 노래였으니까요. 그러던 상우가 달라졌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이었어요 상우의 주먹을 잠재운 장사가 누구냐구요? 글쎄요. 뭐라고 해야할까...


그건 순전히 십자가 때문이었어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두 주 전 상우는 엄마 손에 이끌려 억지로 교회에 갔다가 그 문제의 십자가를 만난 것이었어요.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는 아주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구 어떻게 알았지? 내 얼굴에 혹시 주먹장이라고 써 있나?’ 교회에서 말씀하시는 분의 소리가 상우의 마음을 꾹꾹 찔러왔어요.


“어떤 사람은 미워하고 욕심내고 다른 사람을 괴롭게 하고 몰래 훔치기도 했겠죠?”


‘어라. 점점 더 조여드네. 저 분은 혹시 경찰청에서 나온 사람인가? 오늘 잘못 걸렸는걸.’


상우는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생각대로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이 난처함을 벗어 보련만 앞 뒤 옆으로 앉아 있는 아이들이 ‘저 애는 마음이 찔려서 나가는거야’ 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그렇게 할 수도 없었어요.


'재수 없는 날이야.'


상우는 죄없는 손톱만 만지작거리고 있었어요. 그 사람의 말씀은 계속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큰 죄를 지었어도 괜찮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죄 때문에 죽어야 할 사람들을 대신해서 돌아가신 거에요."


그 사람이 한 장의 그림을 보여주는데, 상우는 그만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어요.


커다란 십자가에, 어떤 사람이 양팔을 벌린 채 손에 못이 박혀 죽어가고 있었어요. 포개진 두 발에 못이 박혀 있었는데 주르르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옆구리에서도 머리에 쓰고 있는 가시모자 사이에서도 온통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상우에게는 너무너무 끔찍하고 불쌍한 모습이었어요.


'사람이 저렇게도 비참하게 죽을 수 있는 걸까? 그것도 다른 사람 죄를 대신해서 말이야.' 거기까지 생각하던 상우는 갑자기 그 다른 사람이 다름 아닌 상우 자신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 분이 나 이상우가 주먹질한 것 때문에, 많은 친구들을 괴롭히고 상처를 주고 몰래 도둑질했던 못된 나때문에 저렇게 죽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난 어쩌면 좋아. 나 때문에 저런 일이 일어났다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하지? 난 정말 못된 아이야.'


상우의 얼굴이 붉어지며 열이 오르고 있을 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어요.


"그러나 여러분 걱정하지 말아요. 이 예수님은 여러분이 지은 죄를 미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으십니다. 다만 그 죄를 뉘우치고 예수님 앞에 나아 오기만 기다리고 계시지요. 자, 이것 보세요. 여기 감길 듯 말듯 한 눈으로 바라보시는 이 눈길을 말예요. 마치 내게 오라고 부르시는 듯, 오무리신 입술도 보세요. 예배를 마치고 어린이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상우는 일어날 수가 없었어요. 아니 이상하게도 일어나지지 않았어요. 상우는 가만히 눈을 들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았어요.


‘정말, 예수님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내가 저지른 잘못을 다 알고도 괜찮다고 다 말하라고 하는 것 같애.'


상우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었어요. 부끄러워하거나 미안해 할 일도 아니었어요. 어차피 다 알고 바라보시는 저 분 앞에 무엇을 더 숨길 수 있었겠어요. 상우는 가만히 무릎을 꿇어 보았어요. 아니 저절로 무릎이 꿇어지는 것이었어요.


“저, 저, 예-수-님이라고 그러셨죠? 저 아시나요? 저 아시냐고요. 우리반 주먹대장 이상우 말예요. 좀심하다 생각하셨으면 미리 말씀하시지 않고 왜 그렇게 죽기까지 하셨어요. 차라리 저를 때리시거나 제 주먹에 구멍이라도 내놓으시지 왜 예수님께서 그렇게 죽으셨느냐구요? 제가 죄송스러워 죽겠잖아요?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앞으로는 이 주먹 쓰지않겠어요. 그러니 어서 거기서 내려오세요. 못 보겠어요. 딱해서 못봐요 난. 흑흑흑"


상우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어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상우가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울어 본 적이 없을 만큼 울고 또 울고 눈이 부어 오르도록 울었으니까요.


“상우야, 이제 다 울었니?”


아까 그림을 보여주면서 말씀하시던 전도사님이 상우 어깨에 손을 얹으며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어느 사이 오셨는지 오늘 아침 억지로 상우 팔목을 잡고 오시던 엄마가 아무 말 없이 곁에 서 계셨어요. 엄마의 눈에 눈물 방울이 맺혀 있었어요. 한결같이 축복의 눈길, 미소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어요. 상우는 슬그머니 주먹을 바라보았어요. 단단히 못이 박힌 주먹. 현석이 민구 주영이 아름이, 그 외에도 많은 아이들을 겁주고 울리던 주먹이었어요. 엄마 맘을 시퍼렇게 멍들게 하던 불효막심한 주먹이었어요. 한번도 본적 없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꽝꽝 못박던 주먹. 그래서 그분을 죽어가게 하던 주먹이었어요.


‘다시는 이 주먹 안 쓸거야. 이 주먹으로 누구든 겁주거나 울리지는 않을 거라고.'


상우는 다짐하면서 어색하게 자리에서 일어섰어요. 엄마가 살짝 다가와 어깨동무를 했어요. 엄마랑 어깨동무를 하면서 상우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을 때릴 때는 굳게 쥐어진 주먹이 어깨동무를 할 때는 활짝 펴진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래 앞으로는 언제나 손을 펼 거야. 두 손을 펴서 남을 칭찬하는 박수를 치고,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내 손에 있는 것을 나누어 주고, 어깨동무도 할거야.'


그날부터 상우는 다시는 주먹을 쓰지 않게 되었던 거예요. 학교에서 그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오로지 상우만 간직하고 있는 비밀이었지요. 그러나 상우는 벼르고 있는 중이에요. 누구든 왜 주먹을 쓰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서슴없이 대답할 거라고요.


"십자가 때문이야. 예수님의 십자가가 내 주먹을 잠재운거라구."라구요.


그리고 그날 전도사님이 전해주셨던 말씀과, 그날 보았던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모습도 다 말해 줄 생각이었어요. 주먹대장 사나이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신 예수님의 감동적인 사랑이 무엇인가를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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