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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구약 외경 및 위경 연구-박동현교수

에반젤(복음) 2021. 8. 28. 09:39
구약 외경 및 위경 연구


박동현(장신대학원)


 

6.1. 구약 외경 및 위경에 관련된 일반 지식

6.1.1. 무에서 창조하심(creatio ex nihilo)

하나님이 온 누리를 '무에서 창조'하셨다는 것이 기독교 창조 교리의 중요한 내용에 속하는데, 그 근거로 보통은 라틴어 불가타 구약 외경 마카베오하 7장28절을 든다. 거기에 보면 주전 2세기 전반에 이스라엘의 야훼 신앙을 없애려고 무서운 박해를 하던 시리아의 임금 안티오쿠스 4세 앞에서 아들 일곱과 마찬가지로 순교하는 한 어머니가 순교 직전의 막내 아들에게 하는 말 가운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얘야, 내 부탁을 들어 다오. 하늘과 땅을 바라보아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살펴라. 하느님께서 무엇인가를 가지고 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인류가 생겨 난 것도 마찬가지다(공동번역).

 

6.1.2. 이사야의 순교

이사야가 므낫세 임금 때 톱에 썰려 순교했다는 내용은 구약 위경 '이사야 순교기' 5장2절에 나온다.

 

이사야가 톱으로 썰리고 있는 동안에, 베히라가 거기 서서 그를 고발했고, 거짓 예언자들이 모두 거기 서서 이사야를 비웃고 기뻐했다.

 

6.1.3. 헨델의 오라토리오 <유다 마카베우스>(Judas Maccabaeus)

헨델의 오라토리오 <유다 마카베오스>는 마카베오상하의 내용을 근거로 한다. 우리 찬송가 155장, '주님께 영광'이 그 가운데 한 곡이다.


 

6.2. 구약 외경과 위경이 구약 또는 신약 본문 이해에 도움이 되는가?
 

구약과 신약에 직접 나오지는 않으나 신구약을 잘 이어주는 내용이 더러 들어 있어서 성경을 조금 더 넓은 틀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를테면 마카베오상하서 같은 경우는 이른바 신구약 중간 시대(아래 6.3.2 참고)의 유다 역사를 잘 알려 주는데, 특히 다니엘서를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또 유다서 9절에서 천사장 미가엘이 모세의 시체에 대하여 마귀와 다투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암시하는 '모세의 승천기' 같은 책들은 구약에서 자세히 말하지 않아서 궁금했던 바들을 다룬다(아래 6.5.2 참고).

문제는 외경이나 위경에 적힌 것을 사실 그대로 믿고 받아들여도 될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데에 있다.


6.3. 외경 및 위경이란 무엇인가?

 

6.3.1. 외경과 위경이란 낱말의 뜻

(1) '외경(eaIe)'과 '위경(eEIe)'이란 한잣말은 각각 '성경 밖의 경전'과 '거짓 경전'을 가리키는가? 어떤 학자들은 이 둘을 엄격히 구별하지 않고 '가경(E£Ie)'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가짜 경전, 경전 비슷하지만 실제는 경전이 아닌 것'을 뜻하는가? 우리말 큰사전에서는 '외경'이 올림말로 나와 있지 않고, '외전'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시 '경외성서'를 보라고 한다. '경외성서'는 '전거를 믿을 수 없다 하여 성서에 수록되지 아니한 30여 편의 문헌. 구약외전과 신약외전으로 나뉜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위경'에 대해서는 다시 '경외성서'를 보라고 한다.

(2) 이 두 낱말은 <아포크뤼파>(ajpovkrufa)와 <프슈데피그라파>(yeudepivgrafa)라는 헬라말에서 비롯된 서양말들의 번역인데, 이 두 헬라말의 뜻은 각각 '숨겨놓은 것[=책]들'과 '가짜 이름이 붙은 글들'이다. 앞 경우는 한편으로 일반인들은 잘 이해할 수 없이 신비하다는 좋은 뜻에서 '숨겨놓은 책들'이라 한 것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그 내용이 황당무계하고 이교적이어서 '감추어놓은 것들'이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뒷 경우는 책을 쓴 사람이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고 남의 이름, 특히 구약 성경에 나오는 이름난 사람들(아브라함, 모세, 에녹 등)을 자기가 쓴 책의 저자로 썼기 때문인 듯하다.

아무튼 외경과 위경은 개신교의 정경에 들어오지 못한 책을 가리킨다. 천주교에서는 외경도 '제2경전'(Deuterocanonical)이라 하면서 정경에 넣는다.

 

6.3.2. 신구약 중간 시대 문헌과 어떻게 다른가?

(1) 신구약 중간 시대라 할 때, 이를 더러는 개신교 성경 번역본의 전통을 따라 구약의 마지막 자리에 있는 말라기와 신약의 첫머리에 나오는 마태복음 사이의 시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하여 주전 사오백년 간을 그 기간으로 잡기도 한다. 그렇지만, 구약 성경에 들어 있는 책의 배열 순서와 그 생성 연대의 순서는 다르고, 또 이즈음에는 보통 다니엘서가 주전 2세기 전반에, 구약 성경 가운데서는 맨 마지막으로 생겨났다고 보기 때문에, 실제로 신구약 중간 시대는 대강 주전 200년과 주후 100년 사이의 시간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외경과 위경에 속한 책들이 대부분 이 기간에 생겨나기도 했지만, 그 뒤에 나온 것들도 있다(아래 6.5.4 참고). 또 이 300백년 동안에는 외경이나 위경에 속하지 않는 책들도 생겨났다. 이리하여 맥나마라 같은 학자는 이 기간에 나온 비정경 문헌을 통틀어 신구약 중간 시대 문헌이라 부르면서, 구체적으로는 묵시 문학, 유언 문학, 쿰란 공동체의 문헌, 기도문, 헬라 유대 문헌, 랍비 유대교 문헌의 여섯 가지로 크게 나누어 다룬다.

(2) 문헌의 출처를 따져 말할 경우에는 이 기간의 문헌을 그냥 유대교 문헌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이는 다시 크게 쿰란 문헌(쿰란 동굴 말고도 사해 근처 다른 유대 동굴에서도 사본들이 나왔으므로 더러는 사해 사본 문헌이라고 한다)과 랍비 문헌으로 둘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쿰란 문헌에는 외경 위경 사본 뿐만 아니라 쿰란 공동체 자체의 생활에 관한 책들과 구약의 여러 책에 대한 주석서들과 찬송시 기도문 예배문 같은 것들도 있다. 랍비 문헌은 주로 구약 해석서들이다.

 

6.3.3. 외경과 위경의 권위와 가치

외경과 위경을 정경에서 구별해낸 것은 종교 개혁자들이다. 마르틴 루터는 신앙에 표준적인 '성경과 같이 볼 수는 없지만 읽어서 쓸모 있고 좋은 책들'이 외경이라 했다. 위경은 외경보다도 가치가 더 떨어져 그저 참고해 볼 만한 글들이다.

 

 

6.4. 구약 외경

 

6.4.1. 구약 외경의 정의, 범위, 위치, 분량

히브리어 성경에는 없지만 헬라어 칠십인경의 전통을 대체로 따른 라틴어 불가타에 들어 있는 문서들로서 16세기 종교 개혁자들이 본격적으로 정경에서 구별해 내어 외경이라는 이름 아래 따로 모아 둔 책으로(아래 8.4.2 참고), 공동 번역에서는 토비트, 유딧, 에스더 추가 부분, 지혜서, 집회서, 바룩, 다니엘 추가 부분(세 아이의 노래, 수산나, 벨과 뱀), 마카베오상, 마카베오하의 9권을 구약과 신약 사이에 따로 묶어 두었다. 일반적으로 현대 천주교 성경에서는 이 9권의 외경 가운데 독립적인 책인 7권은 각각의 문학적 성격이나 역사적인 관련성을 따라서, 토비트와 유딧은 느헤미야와 에스더 사이에, 마카베오상하는 에스더 다음에, 지혜서와 집회서는 아가서 다음에, 바룩은 예레미야 애가 다음에 둔다. 에스더와 다니엘에 덧붙는 부분은 그 문맥에 맞게 들어가 있다(아래 8.4.3.1 참고). 아무튼 이렇게 볼 경우 오늘 천주교의 구약 정경은 46권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더러는 바룩서를 다시 좁은 의미의 바룩서와 예레미야의 편지의 둘로 나누어 따로 나누고, 다니엘서 추가 부분도 셋으로 구별하여 각각 한 책으로 헤아릴 뿐만 아니라, 불가타의 에스드라스 삼서(=칠십인경의 에스드라스 상), 칠십인경에는 없지만 불가타에 들어 있는 에스드라스 사서와 므낫세의 기도까지 외경에 넣기도 한다. 이럴 경우 구약 외경은 모두 15권이 되는데, 그 분량은 모두 183장이어서 히브리어 구약 929장의 5분의 1 조금 덜 되고, 신약 260장의 3분의 2가 넘는다.

그렇지만, 최근 챨스워스 같은 학자가 주장하듯이 불가타에만 있는 두 권은 위경에 들어간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6.4.2. 구약 외경의 언어와 역사

(1) 헬라어로 쓴 지혜서와 마카베오하서를 빼고는 모두 셈말로 적혀져 있다.

(2) 초기 유대인들 가운데서는 이 책들을 권위 있고 영감받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나, 이즈음에 이르러 유대교에서는 외경을 정경으로 여기지 않는다.

(3) 기독교 성경 번역 역사에서는 4세기 제롬이 구약을 히브리어 성경에서 라틴어로 옮기면서 헬라어 정경에 덧붙어 있는 것들을 '외경'이라고 불렀고, 서방 교회는 나중에 이 불가타에 외경 부분을 다시 넣었다. 루터와 초기 종교개혁자들이 외경을 정경 가운데 넣지 않은 까닭은 외경의 어떤 부분이, 이를테면 마카베오하 12장43-45절이나 토비트 따위의 책이 각각 연옥설이나 공적설 같은 천주교 교리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천주교회는 1546년 트렌트 공의회에서 개신교에서 말하는 외경도 기독교 정경의 한 부분이라고 선언하였다.

 

6.4.3. 구약 외경 각 책의 내용과 연대

 

구약 외경은 책에 따라 역사, 묵시, 지혜, 교훈 등 여러 가지 문학적 성격을 띠는데, 그 내용과 생성 연대를 대강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6.4.3.1. 정경에 있는 책에 덧붙은 부분

 

(1) 에스더 추가 부분

헬라어 성경의 에스더에서는 다음 여러 가지 내용이 덧붙어 있다. 모르드개의 꿈(1장 앞에 18절), 유대인들을 몰살시키라는 아하수에로의 칙령(3장13절과 14절 사이 7절), 모르드개가 에스더에게 전해 온 말(4장8절과 9절 사이 3절), 모르드개와 에스더의 기도(4장17절과 5장1절 사이 29절), 에스더가 아하수에로 임금을 배알하게 됨(5장1절과 2절 사이 9절과 5장2절과 3절 사이 4절), 유대인의 복권에 관한 아하수에로의 칙령(8장12절과 13절 사이 24절), 9장19절과 20절 사이에 1절, 모르드개가 꾼 꿈의 해석(10장3절 뒤에 11절)이 그것이다.

이 추가 부분들은 주후 70년 이전에 생겨난 것이 분명하지만, 주전 167-114년 사이 서로 다른 때에나 또는 주전 1세기 어느 때에 덧붙었을 것이다. 이 추가 부분을 쓴 사람들은 유대교를 변호하고 에스더서에 빠진 - 가장 중요한 것은 - 하나님의 이름, 여러 가지 신학적인 낱말이나 개념을 보충했다. 이를테면 구원은 이제 에스더가 보인 용기의 산물이 아니라 에스더의 신앙 때문이라는 식이다.

 

(2) 다니엘서 추가 부분

다니엘 3장23절과 24절 사이 68절에 걸쳐 길게, 불길 가운데서 다니엘의 친구 아사랴가 부르는 찬송('아사랴의 찬송')과 또 세 친구가 함께 부르는 찬송('세 젊은이의 찬송')이 나오고, 맨 뒤 12장 다음에 수산나에 대한 이야기(64절 분량) 및 벨과 뱀[또는 용]에 대한 이야기(42절 분량)이 들어 있다.

아사랴의 기도는 독자들의 관심을 악한 임금에게서부터 순교에 직면한 유대인들에게로 돌리게 하면서, 오직 한 분 하나님이 계시고 이 하나님이 의로우시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산나 이야기는 덕망 높은 여인에 관한 것인데, 두 노인이 수산나에게 욕정을 품지만 수산나가 이를 거절하고, 이에 그들이 수산나를 고발하나 다니엘이 반대 심문에서 그들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내고 수산나를 건져낸다는 이야기이다.

벨과 뱀의 이야기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하나는 우상 벨에게 바친 음식을 먹는 것은 우상이 아니라 제사장들이라는 사실을 다니엘이 어떻게 증명하는지를 묘사한다. 다른 하나는 다니엘이 우상을 부순 죄로 사자굴 속에 들어가 굶주려 죽게 되었을 때 예언자 하박국이 천사의 지시와 도움을 받아 다니엘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고 다니엘은 풀려난다는 이야기이다.

이 추가 부분들은 주전 165-100년에 생겨났을 것이다.

 

6.4.3.2. 별개의 책으로 된 외경

 

(1) 토비트(14장 분량)

주전 180년 경 저작되었을 이 책에는, 특히 하나님은 율법에 충실한 자들을 참으로 도우신다는 점을 가르치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등장 인물로는 니느웨에 사로잡혀 사는 의인 토비트, 그의 아내 안나, 그의 아들 토비아, 잇달아 남편 일곱을 잃은 신부 사라, 첫날밤에 사라의 신랑들을 죽이는 악한 귀신 아스모데오, 이를 물리치는 천사 라파엘이 나온다.

 

(2) 유딧(16장 분량)

주전 150년 경 저작되었을 유딧서는 여걸 유딧이 앗수르 장군 홀로페르네스를 물리치고 그의 목을 자름으로써 자기 조국을 어떻게 구해내는지를 알려 주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특히 침략해 오는 적으로 드러나는 악을 거부하고 토라에 복종하도록 유대인들을 격려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9장에 나오는 유딧의 기도에 보면, 놀랍게도 말로 원수를 속이는 것을 허락해 달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3) 지혜서(19장 분량)

'솔로몬의 지혜'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주전 1세기 경에 쓰인 듯한 이 책에는 헬라적이고 애굽적인 개념과 유대의 전통 지혜론이 뒤섞여 있다. 잠언에서 볼 수 있었듯이 이 책에서도 지혜가 의인화되어 있다.

 

(4) 집회서(51장 분량)

'(예수 벤) 시락(의 지헤)서'라고도 불리는 이 책을 '집회서'(Ecclesiasticus) 곧 '교회의 책'이라고 한 것은 기독교회의 전통을 따른 것인데, 이 책은 주전 180년 경 예루살렘의 보수적인 스승이 지은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유대교를 변호하고 헬라 문화를 비판한다. 성전과 율법을 공경하고, 의롭고 자비로우신 한 분 하나님을 믿으라는 것이 그 중심 주제이다. 그 히브리어 사본들이 마사다에서 발견되었다.

 

(5) 바룩서(6장 분량)

예레미야의 친구이자 비서이자 제자인 바룩의 이름이 붙어 있는 이 책은 주전 1,2세기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데, 마지막 6장은 '예레미야의 편지'로 따로 다루기도 한다.

이스라엘의 죄 때문에 예루살렘이 파괴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용서를 비는 말로 시작하여, 지혜를 찬양하는 시문을 거쳐, 예루살렘으로부터 어떤 탄식 소리가 들리는지를 묘사한다.

6장의 헬라어 단편 사본이 쿰란 제7동굴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는 아마도 주전 100년 경에 생긴 것으로 보이고, 그 원본은 아마 주전 300년경 어느 때에 저작되었을 것이다. 72절이나 되도록 길게 쓴 이 편지는 우상을 두려워하거나 숭배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내용과 형식의 글인데, 예레미야 10장1-16절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6) 마카베오상(16장 분량)

주전 2세기말에 저작되었을 이 책에서는 마카베오 집안이 군사적인 업적을 세워 요한 히르카누스의 통치에 이르게 된 것을 칭송한다. 저자는 하스몬 왕조와 친한 사람이지만, 순교의 중요성이나 가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이 책은 주전 2세기 팔레스티나 역사를 연구할 때 쓸 수 있는 중요한 자료 가운데 하나이다.

 

(7) 마카베오하(15장 분량)

마카베오상의 연속이 아니라 그 1-7장의 내용을 다른 식으로 자세히 다루는 마카베오하는 주전 2세기 말이나 1세기 초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2:19-23에 따르면, 이 책에서는 키레네 사람 야손이 쓴 다섯 귄짜리 역사의 개요를 간추려 다룬다. 그 실제 내용을 살펴 보면, 이 책은 마카베오상보다 훨씬 더 신학적인 성향을 띠면서 몸의 부활과 순교의 효력과 기적의 계시적인 차원을 강조하고, 하스몬 왕조에 대해서는 호의를 품고 있지 않다.

 

 

6.4.3.3. 칠십인경에 들어 있지만 위경의 범주에 넣을 책들

 

(1) 에스드라스 상(불가타의 에스드라스 3서, 9장 분량)

주전 150-100년에 생겨났을 이 책에서는 역대하 35장1절-36장23절과 에스라서와 느헤미야 7장38절-8장12절을 새롭게 쓰려고 시도한다. 곧 요시야 통치 중기로부터 에스라 개혁의 절정기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에스드라스 상 3장1절-5장6절은 구약과 상관 없다. 이 책은 에스라를 '대제사장'으로 높이고 성전을 찬양하며 스룹바벨에 집중하는 경향을 띤다.

(2)(3) 마카베오 3서(7장 분량)와 4서(18장 분량)는 각각 주전 1세기와 주후 1세기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

 

(4) 솔로몬의 시편(18장 분량)은 주전 1세기의 여러 시를 모아둔 것으로 보인다.

랄프스가 엮은 칠십인경에 보면 또한 시편 다음에 '송시'라는 책 이름 아래 14개의 시문을 모아 두었는데, 그 내용은 신 구약 여러 곳에 들어 있는 기도문과 찬송시와 므낫세의 기도이다.

 

6.4.4. 구약 외경의 중요성

 

구약 외경에 속한 책들이 비록 그 질에 있어서 정경에 속한 책들보다 떨어진다 하더라도, 종교 개혁 이전까지는, 그러니까 기독교 초기 역사 1500년 동안이나 기독교 정경의 한 부분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책들을 소홀히 볼 수만은 없다.

 

 

6.5. 구약 위경

 

6.5.1. 구약 위경의 정의, 범위, 종류

(1) 초기 유대교(주전 250년-주후200년)와 초기 기독교 안에서 생겨나서 이 두 종교의 근원에 대한 이해에 본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책들이지만 정경과 외경에 속하지 않는 책들을 가리켜 위경이라 한다. 이런 책들에는 아브라함, 모세, 다윗, 솔로몬, 예레미야, 이사야, 에스라 등 옛 인물들의 이름이 붙어 있는 수가 많다. 위경에 속한 책들의 숫자는 확정되어 있지 않아, 최대로 잡으면 65권까지 헤아릴 수 있다.

(2) 그 문학적인 성격을 따라 종류별로 나누어 보면 대강 다음과 같다.

ㄱ. 묵시 문학서: 에녹1,2,3,서, 바룩2,3서, 에스라4서, 아담 묵시록, 아브라함 묵시록, 엘리야 묵시록, 에스라 묵시록, 에스겔 묵시록, 스바냐 묵시록 등

ㄴ. 유언 문학서: 12족장 유언서, 아담 유언서, 삼 족장(아브라함, 이삭, 야곱) 유언서, 모세 유언서, 욥 유언서, 솔로몬 유언서

ㄷ. 구약 내용의 확대 또는 전설: 아담 하와 전기, 야곱의 사닥다리, 요셉의 역사, 바룩4서, 이사야 순교승천기, 희년서(Jubilees), 얀네와 얌브레, 예언자들의 생애, 아리스테아스의 편지 등

ㄹ. 지혜나 철학 문헌: 마카베오3,4서, 아히카르 등

ㅁ. 기도, 시, 송시(Ode): 야곱의 기도, 요셉의 기도, 므낫세의 기도, 솔로몬의 시편, 솔로몬의 송시 등

ㅂ. 유대 헬레니즘의 저작 단편들: 비극작가 에스겔, 주석가 아리스테아스 등

 

6.5.2. 내용

위경에 속한 책들은 주로 구약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하여 구약의 유명한 인물들이 받은 묵시라고 하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구약의 내용을 다시 고쳐 쓰거나 확장한 경우도 있고, 다윗의 시편을 본따 지은 시들도 있고, 어떤 책들은 유대 지혜 문헌 형식을 갖춘 작문이기도 하다. 구약에서 궁금한 내용들, 이를테면 낙원, 아담, 하와, 멜기세덱을 다루는 수가 많다. 초기 유대교의 민담이 지니고 있던 힘을 반영하는 수도 더러 있다.

 

6.5.3. 위경의 지은이들이나 엮은이들

이런 책들 가운데에는 유대인들이 지었거나 엮은 책들이 있는가 하면, 처음에 유대인들이 쓴 것을 나중에 기독교인들이 확장했거나 다시 쓴 책들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주후 70년 이전의 유대 문서나 구전에 의거하여 기독교인들이 쓰기도 했다.

이런 범주에 속하는 어떤 책이나 글이 본디 유대교에서 비롯되었는지 아니면 기독교에서 비롯되었는지 확정하기가 때때로 쉽지 않다. 초기 기독교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유대인이었고, 이들은 기독교 신앙의 입장에서 구약 및 그 관련 문서들을 풀이했다. 때때로 유대교 문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하려고 편집하기도 했다. 보통은 기독론적인 내용을 덧붙였다.

 

6.5.4. 연대

기독교에서 비롯된 위경 문서들은 대강 100-400년 경에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오래된 위경 문서들은 주전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머지는 예루살렘이 파괴된 주후 70년부터 미쉬나의 편집이 마무리된 200년 경 사이에 생겨난 듯하다. 가장 나중에 생긴 것들은 4,5세기 것들이다. 희년서와 에녹1서와 12족장 유언서는 사해 사본에 들어 있어서 그 연대를 추정하게 해 준다. 희년서와 에녹1서는 주후 70년 이전에 생긴 것이 확실하다. 12족장 유언서의 헬라어와 아르메니아 교정본(recension)는 기독교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나 셈말로 된 그 초기 단편들은 적어도 이 문서가 부분적으로는 유대교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6.5.5. 권위와 가치

위경 가운데 숱한 책들을 초기 유대인들은 구약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여겼다. 이는, 이런 책들에는 예언이 잔뜩 들어 있으므로, 아담, 에녹, 노아, 아브라함, 모세, 다윗, 솔로몬, 에스라, 또 예언이 사라졌다고 생각된 시대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쓴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팔레스티나 유대인들과 디아스포라의 삶, 특히 주후 70년 예루살렘 파괴 이전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재건하는 데 주 자료가 된다. 신약에서 예수께서 쓰신 상징과 용어, 이를테면 '하나님의 나라', '인자', '생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