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자료/고난주간 자료

고난주간 보내기, 이대로 좋은가

에반젤(복음) 2021. 2. 19. 00:44

 

 

고난주간 보내기, 이대로 좋은가

- 김진하 교수 (백석대)

고난주간은 예수님이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종려주일부터 토요일까지 한 주간을 말한다. 교회력 가운데서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첫 3세기 동안 교회는 부활절 전날 철야를 하고 동이 트면 예배를 드렸다. 4세기에 이르면서 한 주간 전체를 구별해 지켰다. 그래서 이 용어가 생겨났다. 가장 큰 변화는 4세기 후반 예루살렘 교회 감독 시릴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는 예수님의 생애 마지막 주간의 삶을 따라가면서 실제 사건들이 일어난 장소에서 예배를 드렸다. 드라마틱하게 현장을 직접 보고 말씀을 듣게 만들어 성도들과 순례자들이 주님의 고난과 죽음을 자신을 위한 것으로 체득하도록 기획했다. 고난주간의 당시 이름은 ‘대(大)주간’이었는데 남겨진 기록을 통해 예루살렘교회가 이를 어떻게 지켰는가 보자.

주중 5회의 정기 기도회
우선 종려주일에는 오전 예배에는 참여한 사제들 중 원하는 이는 누구나 설교를 했고 감독은 마지막에 설교했다. 오후 1시에는 감람산에서 예배를 드린 후 오후 3시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감람산 꼭대기 임보몬까지 올라갔다.

예배에서는 장소와 관련된 성경을 읽고, 마지막에는 마태복음에 나오는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 기록을 읽었다. 그리고 종려나무와 감람나무 가지를 들고 시내로 행진하며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마 21:9) 하며 찬송을 불렀다. 아이들도 부모를 따라 이 행사에 참여했다. 성묘교회까지 행진한 뒤 저녁기도회를 드리고 흩어졌다.

주중 기도회는 매일 5회 실시했다. 동트기 전과 오전 9시, 정오, 오후 3시, 4시(촛불을 점화하는 저녁기도) 기도회를 드렸다. 월∼수요일 정오 기도회까지는 그대로 모이고,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4시간 동안은 특별예배를 드렸다. 화요일 늦은 저녁에는 주님께서 제자들을 가르치신 감람산 동굴에서 예배를 드렸고, 감독은 마태복음 24장 1절부터 26장 2절을 읽었다. 수요일 늦은 저녁에도 성묘교회에서 예배를 드렸고, 유다의 배신을 기록한 마태복음 26장 3∼16절을 읽었다.

목요일에는 더 많은 행사들이 있었다. 정오 기도회까지는 그대로 드렸고, 오후 3시 골고다 언덕의 순교자 교회에서 성찬식을 거행했다. 그 후 주님의 십자가가 세워진 장소 바로 뒤에서 다시 한 번 성찬식을 실시했고 참여한 모든 성도들이 성찬을 받았다. 성도들은 잠시 집에서 휴식한 후 저녁 7시에 감람산 동굴로 다시 모여 밤 11시까지 주님께서 말씀하신 요한복음 13장 16절∼18장 1절을 읽고 예배를 드렸다.

이후 자정이 되면 감람산 꼭대기 임보몬에 가서 예배를 드렸고 주님께서 기도를 드린 겟세마네로 이동해 마태복음 26장 31∼56절을 읽었다. 주께서 붙잡히신 곳에서 유다가 주님에게 입 맞추는 장면을 읽었을 때, 회중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너무 커서 시내까지 들렸다고 한다. 성도들은 다시 이른 새벽 시내로 가서 예수께서 빌라도에게 신문 받으신 곳에서 요한복음 18장 28절∼19장 16절을 읽은 뒤 성도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일부 성도들은 남아서 주님께서 채찍으로 맞으신 기둥에서 기도했다.

십자가의 결단을 가졌나
성금요일. 이날은 오전 8시부터 성도들이 십자가가 세워진 골고다로 이동해 감독이 도금한 상자에서 꺼낸 십자가와 죄패에 한 사람씩 나와 이마와 눈을 대고 입을 맞추었다. 이들은 이 십자가가 주후 326년 예루살렘을 방문한 헬레나 황후가 꿈에서 계시를 받고 땅을 파서 꺼낸 것으로 주님께서 달리신 나무라고 믿었다. 최근 학자들 사이에서는 발견이 아니라 발명이라고 보고 있다.

참석자들이 많아 이 행사는 4시간이 걸렸고 정오부터 3시간 동안 주님의 고난에 대한 구약의 예언들과 신약성경을 읽으며 예배를 드렸다. 오후 3시가 되면 주께서 운명하심을 기록한 요한복음을 읽고 기도한 후 예배를 마쳤다. 이날의 마지막 행사는 저녁 기도회로, 성묘교회로 이동해 아리마대 요셉이 빌라도에게 주님의 시신을 요구하고 새 무덤에 장사지낸 기록을 읽었다. 그리고 밤에는 사순절 기간 동안 금요일마다 해온 철야기도회를 그대로 가졌다.

토요일에는 특별 행사가 없었다. 오전 9시와 정오 기도회는 그대로 열렸고, 오후에는 기도회가 없었다. 해가 진 후 부활전야 예배를 드리고 새벽까지 철야를 했으며 자정 전에 세례식을 거행했다. 성도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새벽닭이 울기 전 모든 회중이 성묘교회 옆에 있는 마당에 모여 부활기념 성찬예배를 드림으로 대주간을 마감했다. 이로써 다양한 자발적인 금식이 끝났다.

이처럼 고난주간 중 삼일 연속 철야를 비롯한 여러 행사를 주최한 예루살렘교회의 열심은 순례자들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전해졌다. 우리의 고난주간 보내기는 이대로 좋은가. 지금의 관습이 십자가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을 제대로 깨닫게 하는가. 나도 주님을 따라 십자가를 지고 살겠다는 결단을 낳고 있는가.

- 출처 : 국민일보